색동원 입소자 3명 '자립생활' 첫 걸음…웃으며 나왔지만 갈 곳은 부족
색동원 첫 탈시설 사례…입소 장애인 3명 자립생활주택 입주
활동지원 월 540시간…설명회·견학 등 거쳐 '지역사회 정착'
남은 거주인 30명은 언제…주택 확보·예산 지원이 최대 과제
2026-06-25 15:26:32 2026-06-25 16:58:57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지난 22일 인천의 한 장애인 자립생활주택에선 '특별한 집들이'가 열렸습니다. 집들이의 주인공인 홍모(56)씨는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5일 인천 강화군 장애인 거주시설인 색동원을 막 나온 참이었습니다. 그는 2009년 색동원에 입소하기 전에도 다른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시설을 전전하며 보낸 세월만 어느덧 20여년에 달합니다. 
 
이날 케이크가 놓인 식탁에 둘러앉은 색동원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관계자들은 홍씨의 홀로서기와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줬습니다. 하지만 집들이를 마냥 기뻐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시설장이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데 이어 종사자들의 학대 의혹까지 불거진 색동원은 지난 3월 시설 폐쇄 처분을 받았으나, 여전히 일부 거주인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해서입니다. (관련 기사 : 4월24일자 색동원 퇴소 앞둔 장애인들…'자립 체험' 대 '시설 임시수용'
 
"'감옥에서 나온 듯'…20년 시설생활 끝 첫 자립"
 
인천의 한 장애인 자립생활주택에 입주한 홍모(56·사진 오른쪽)씨를 축하하기 위해 지난 22일 색동원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집들이를 열었다. (사진=색동원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25일 색동원 공대위에 따르면, 홍씨는 현재 인천의 한 장애인자립생활(IL)센터가 운영하는 자립생활주택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방 3개짜리 공간에서 기존 입주 장애인 2명과 함께 사는 형태입니다. 홍씨는 이곳에서 앞으로 2~3개월가량 자립생활을 미리 경험한 뒤, 지원주택으로 거처를 옮겨 독립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공대위는 시설을 나온 홍씨가 온몸과 표정으로 벅찬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장종인 색동원 공대위 공동대표는 "홍씨는 언어로 의사를 유창하게 표현하지 못하지만, 시설을 나오던 날 꽃다발을 받고 하이파이브와 악수를 나누며 환하게 웃으셨다"면서 "마치 감옥에 살다 나온 사람처럼 자유를 만끽하는 표정이었다"고 했습니다. 
 
실제 공동대책위가 촬영한 집들이 영상에선 홍씨가 색동원을 나온 다른 거주인들과 밝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생생히 담겼습니다. 장 대표는 "시설을 떠나며 아쉬워하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며 "세 분 모두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커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공대위에 따르면, 이날 집들이는 낮 12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참석자들은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선물을 전달한 뒤 함께 식사를 나눴습니다. 오후 2시쯤 행사가 끝나자 홍씨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 편안하게 휴식을 취했습니다. 장 대표는 "이제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기 공간에서 쉴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게 느껴졌다"고 전했습니다.
 
홍씨가 색동원에서 갖고 나온 개인 짐은 캐리어와 박스 등을 합쳐 고작 5개 남짓이었습니다. 20년 넘게 시설을 전전하며 살아왔지만, 온전한 개인 소유의 물품은 그리 많지 않았던 셈입니다. 그는 시설을 나오기 직전 세상과 소통할 휴대전화도 새로 장만했습니다. 
 
이번에 색동원을 나온 사람은 홍씨를 포함해 총 3명입니다. 김모씨는 인천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가 운영하는 단기체험주택에 입주했고, 신모씨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자립생활주택으로 옮겼습니다. 
 
이들은 자립 욕구 조사와 설명회, 자립주택 견학, 자립선정위원회 심사 등 꼼꼼한 절차를 거쳐 탈시설 대상자로 최종 선정됐습니다. 실제 입주 전 자립생활주택을 방문해 지역사회에서의 삶의 방식을 미리 체험하는 예비 과정도 밟았습니다.
 
탈시설 이후의 삶을 지탱하는 핵심은 활동지원 서비스입니다.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 등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활동지원사가 생활을 도와주는 제도입니다. 홍씨의 경우 현재 월 540시간의 활동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국비 지원 240시간에 더해, 인천시가 자립 초기 연착륙을 돕고자 3개월간 한시적으로 300시간을 추가 지원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색동원 거주인 3명이 탈시설 후 자립생활을 시작하게 된 지난 15일, 색동원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색동원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남은 30명은 언제?…첫 탈시설, 이제부터가 과제
 
하지만 이번 탈시설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탈시설 거주인들의 감동적 첫걸음 뒤엔 해결해야 할 현실도 만만치 않습니다. 기존 색동원 입소 장애인은 33명입니다. 이 가운데 자립 욕구 조사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힌 사람만 14명에 달합니다. 그러나 현재 확보된 공공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공한 10채뿐입니다.
 
당장 추가 탈시설도 예정돼 있습니다. 현재 자립이 결정된 사람은 모두 5명인데, 이 가운데 3명이 먼저 시설을 나왔습니다. 나머지 2명도 이르면 7~8월 중 자립생활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대위는 색동원 사건 피해자 전원에 대한 탈시설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인천시와 보건복지부는 당사자의 자립 의사와 욕구를 우선 고려해 단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22일 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인 인수위원회가 색동원 농성장을 방문하면서, 향후 지원 확대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현재 공대위는 색동원 거주자 33명 전원의 탈시설 자립 지원을 촉구하고자 지난 4일부터 인천시청 앞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이는 중입니다.
 
당시 맹성규 인수위원장은 "박찬대 당선인이 색동원 사건에 큰 관심과 해결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공대위의 주택·돌봄 요구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과정서 시의회나 인천도시공사(iH) 등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들과의 소통에 집중하겠다"고 했습니다.
 
공대위는 인천도시공사가 보유한 임대주택 일부를 활용할 경우 추가 탈시설도 가능할 걸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활동지원 서비스 확대를 위해선 추가 예산 확보와 시의회 의결 등이 필요한 만큼 실제 지원이 얼마나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탈시설한 거주인들의 지역사회 정착을 위해 주거와 일자리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장을 방문해 보니 입주한 분들이 새로운 생활에 만족하며 잘 적응하고 있었다"며 "지원주택 입주 전까지 자립생활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생활용품과 가전 마련이 어려운 점은 복지부에 지원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추가 자립을 위해서는 주택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급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인천도시공사를 통한 추가 주택 확보도 기대하고 있으며, 복지부에도 제도 개선과 예산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맹성규 인천시장직 인수위원장과 모경종 인수위 시민행복분과 위원장이 지난 22일 인천시청 앞 색동원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농성장을 찾았다. (사진=맹성규 위원장 페이스북)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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