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 다시 ‘구조개편’…석화업계 ‘눈치보기’ 깰 정부 개입 시급
‘중동 특수’ 끝 역래깅 공포 엄습
설비 통폐합 목표치 ‘68%’ 불과
2026-06-25 15:00:39 2026-06-25 15:18:39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종결 국면에 접어들면서 멈춰 섰던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조정 시계가 다시 돌고 있습니다. 중국발 공급 과잉 장기화 속에서도 중동 전쟁 특수를 누린 개별 기업들이 시장점유율을 놓지 않으려 ‘눈치 게임’을 벌이면서 자발적인 설비 감축은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하반기 대규모 신규 물량 출회로 업계 전체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의 적극적인 구조개편 개입과 지원 로드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LG화학 여수 NCC 전경. (사진=LG화학)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올해 1분기 내 구조개편 최종안을 제출해 달라고 업계에 요청했으나 이후 미·이란 갈등이 격화되면서 논의 속도가 둔화됐습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민간 협의체를 통해 기업들과 만나며 각 산단별 구조개편에 대한 세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장 진행이 빠른 곳은 대산입니다. 롯데케미칼(011170)과 HD현대케미칼이 추진하는 ‘석유화학 구조개편 1호’ 프로젝트가 정부 승인을 받아 오는 9월 합작법인 출범을 앞두고 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해 ‘롯데대산석화’를 공식 출범시켰으며, 향후 해당 자산을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해 대산 1호 NCC 통합(110만t 규모) 및 설비 효율화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
 
여수산단에서도 여천NCC, DL케미칼, 한화솔루션(009830), 롯데케미칼이 구조개편 최종안을 정부에 제출한 상태로, 현재 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업계는 이르면 내년 1월 합작법인 출범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SK지오센트릭 울산공장 전경. (사진=SK지오센트릭)
 
논의가 지연된 곳은 여수 2호 프로젝트와 울산입니다. 여수산단의 LG화학(051910)과 GS칼텍스 빅딜은 글로벌 대주주 간 의견 조율과 공정거래법 문제 등 현실적인 장벽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울산산단 역시 대한유화(006650)와 SK지오센트릭 등을 중심으로 에틸렌 생산능력 약 90만t을 감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추진이 결정된 생산능력 감축 물량은 약 250만t으로, 정부 목표치인 370만t의 68% 수준에 불과합니다. 올 하반기에는 9조원 이상이 투입된 울산 에쓰오일(S-Oil(010950))의 샤힌 프로젝트가 상업 가동을 앞두고 있습니다. 에틸렌 180만t, 프로필렌 77만t, 부타디엔 20만t, 벤젠 28만t 등 막대한 기초유분 물량이 시장에 추가로 쏟아져 나와 공급 과잉이 한층 심화할 전망입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정부가 주도한 자율 구조조정의 기본 틀은 마련됐고 이제는 칼을 빼 마무리 작업을 할 단계”라며 “중동 전쟁 100일 동안 업계가 상당한 특수를 누리면서 구조조정 동력이 떨어져 기업에만 마무리를 맡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구조조정은 기업에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인 만큼 마지막 결심을 하도록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며 “행정적 지원과 금융·세제 지원 틀을 확실히 보여주고 정리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기업 자율에 기반한 사업 재편이지만 논의 진척이 더디거나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정부가 함께 소통하며 일정을 독려하고 있다”며 “에쓰오일 역시 울산 구조개편 필요성에 대해 공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덧붙였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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