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유럽서 두 자릿수 성장…폭염이 부른 에어컨 호황
‘에어컨 보급률 20%’…무더위 피해 극심
‘한국 포화상태’…새 성장 동력으로 부상
B2B·히트펌프 등…냉방 솔루션 다변화
2026-07-06 13:44:26 2026-07-06 15:02:12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실외기 설치 등 제약이 많고 환경 기준이 엄격해 ‘에어컨 불모지’로 꼽히던 유럽 냉방 시장이 이른바 ‘오메가 열돔’으로 불리는 기록적 폭염을 계기로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에어컨 보급률이 20%대에 불과한 데다, 최근 수천 명의 폭염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무더위가 일상화하면서 냉방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와 미국 에어컨 보급률이 90%를 넘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유럽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대표 가전업체인 삼성전자LG전자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프랑스 시민이 파리의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분수 옆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유럽 에어컨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높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몇 년간 유럽에서 폭염이 반복됐지만, 올해는 40도 안팎의 극심한 더위가 장기화하면서 에어컨 수요가 더욱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올해 초부터 점진적으로 실적이 개선돼, 폭염이 본격화한 6월 들어 수요가 오른 것으로 보입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부터 수요가 늘어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LG전자 역시 매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6월만 놓고 봤을 때 LG전자는 프랑스 남부나 스페인, 이탈리아 등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고 했습니다.
 
특히 폭염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지중해 연안 국가를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 북아프리카 사하라에서 유입된 뜨거운 공기가 지중해를 거치며 남유럽 상공에 갇혀 장기간 폭염을 유발하는, 이른바 ‘오메가 열돔’이 이어진 결과입니다. 일례로 올해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만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3000명을 넘어서는 등 무더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폭염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유럽은 가장 빠르게 온난화되는 대륙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 10년마다 0.56도씩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평균의 2배가 넘는 수치”라며 “유럽의 기후 온난화가 지속됨에 따라 폭염은 여름철을 넘어 연중 더 이른 시기, 더 늦은 시기에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지난 5월 서울의 한 롯데하이마트 매장에서 직원이 에어컨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국내 가전업계도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실외기 설치가 제한돼 일반 가정에 에어컨 보급이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기업 간 거래(B2B)를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이탈리아 ‘호텔 메리어트 트리에스테’에 고효율 냉난방 솔루션을, 지난 1월에는 스페인 ‘호텔 에스메랄다’에 상업용 시스템에어컨을 공급했습니다. LG전자도 스페인의 1000여 세대 규모 주거단지와 세르비아 주거용 레지던스 ‘킹스 서클’ 등에 고효율 대용량 히트펌프인 ‘LG 멀티브이 아이’를 공급한 바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유럽 시장 확대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은 98%에 달해 사실상 포화 상태입니다. 반면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공개한 유럽 가정의 에어컨 보급률은 약 20% 수준에 그쳐, 향후 수요 확대 여지가 큰 것으로 해석됩니다.
 
국내 업체들은 유럽의 구조적·환경적 규제에 맞춰 제품군과 고객층을 다변화하며 시장 공략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유럽 일반 가정에서도 어느 정도 벽걸이 에어컨 수요가 있고, 규제가 강한 곳은 실외기 설치가 필요 없는 이동형 에어컨이 잘 팔리는 추세”라며 “시스템 에어컨은 B2B, 주거단지는 히트펌프를 활용한 냉난방 시스템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최근 매출이 성장했고, 수요 역시 오르고 있다”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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