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장관 “삼성전자·하이닉스 미 생산 확대” 압박
국내 투자 발표 직후 투자 요구…업계 ‘촉각’
“최대 고객은 미국”…투자전략 ‘시험대’
2026-07-10 14:28:16 2026-07-10 14:28:16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의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 확대를 요구했습니다. 이미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에 4000조원대의 금액을 투입하기로 약속한 상황에서 미국의 투자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양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최대 수요처인 미국 시장을 고려하면 현지 투자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국내 투자와의 균형을 감안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달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양자컴퓨팅 관련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뒤에 서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9일(현지시각) 공개석상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직접 겨냥하며 미국 내 추가 투자 요구를 본격화했습니다. 그는 이날 미국 뉴욕주 클레이타운의 마이크론 팹 콘크리트 타설 기념식에서 “나는 (마이크론의)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며 “마이크론이 앞장서고 있으니 경쟁사들은 질투심을 느낄 것이고, 결국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러분이 사업을 영위해야 할 곳은 바로 미국임을 분명히 밝혔으며, 세계가 이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며 “트럼프식 경제 모델은 미국 투자에 지금보다 좋은 시기가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러트닉 장관의 자국 내 투자 요구는 최근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통해 약 40조 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한 상황을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러트닉의 발언은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나왔다”면서, 양사가 AI 메모리 수요 대응을 위해 향후 총 88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공장 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언급한 대규모 투자 계획은 사실상 국내에서 추진 중인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일컫는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공시를 통해 상장 조달 자금 40조 원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등 국내 생산기지 건설과 기계장치 취득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삼성전자 또한 평택캠퍼스를 비롯해 용인, 광주 등 국내를 중심으로 추가 생산시설 구축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요구가 기업들의 장기 전략 방향과 다른 만큼, 반도체업계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팹을 짓게 하겠다’는 말은 트럼프 정부에서 늘 해온 이야기라, 새로운 느낌은 아니다”면서도 “호남 투자 계획 발표 이후에 말을 꺼낸 거라, 어떻게 될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결국 한국 반도체업계의 핵심 고객사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인 만큼 추가 투자가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미국 투자는 현지 빅테크 기업들도 원하는 바일 테고, 국내 기업들로서도 한국에만 투자할 수는 없는 게 사실”이라며 “미국이라는 시장 자체가 매력적인 만큼, 일부만이라도 투자하는 등 유연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