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ADR 가는데…삼성전자는?
해외 투자자 “저평가 해소 카드”…삼성 ADR 관심 확대
GDR 있지만 미국 상장 신중…공시·행동주의 소송 부담
2026-07-10 14:44:20 2026-07-10 16:30:47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SK하이닉스(000660)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추진을 계기로 삼성전자(005930)의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도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해외 투자자들은 ADR이 삼성전자의 저평가를 해소할 카드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재계에서는 실제 추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가전 등 소비자 사업 비중이 커 미국 상장 시 소송과 규제에 노출될 범위가 넓은 데다, 충분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 ADR을 통한 자금 조달 필요성도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권 행사에 따른 소송 위험도 부담스런 대목으로 꼽힙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비즈니스센터로 출국하고 있다. 이 회장은 '억만장자들의 여름캠프'로 불리는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에 2년 연속 참석한다. (사진=뉴시스)
 
10일 SK하이닉스는 미국 나스닥 ADR 공모가를 주당 149달러로 확정됐다고 밝혔습니다. 공모 규모는 약 265억달러(약 40조원)로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가운데 역대 최대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기관 수요예측에는 500여개 기관이 참여했고 주문은 모집 물량의 7배가량 몰렸습니다. 조달 자금은 국내 반도체 생산시설과 첨단 패키징, 극자외선(EUV) 장비 투자 등에 투입됩니다.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삼성전자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올해 초 미국 자산운용사 아티산 파트너스는 삼성전자에 ADR 상장을 요구했습니다. 최근 KB증권도 해외 투자자들의 ADR 문의가 예상보다 많다며 주가 재평가를 위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KB증권은 “글로벌 투자자의 접근성 확대 차원에서 미국 ADR 상장은 유력한 자본정책 선택지”라며 “현재의 저평가 상태와 우호적인 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배제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라고 평가했습니다.
 
증권가의 기대와 달리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ADR 상장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습니다. 미국 시장에 직접 상장하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시 의무와 증권법 적용을 받는 것은 물론, 투자자 집단소송과 행동주의 펀드의 정보공개 요구에도 자주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에 글로벌주식예탁증서(GDR)를 상장해 해외 투자자들의 거래 창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 ADR은 미국 증권법에 따른 공시와 소송 부담이 추가된다는 점에서 유럽 GDR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과거 행동주의 펀드와 지배구조 문제를 놓고 충돌한 경험도 한 이유로 거론됩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며 반대했습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 자본시장에 직접 진입할 경우 이 같은 주주권 행사와 소송 위험에 더 자주 노출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양사의 사업 구조와 자금 사정도 다릅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 확대와 신규 팹·첨단 패키징 투자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ADR을 통해 미국에서 장기 투자 재원을 확보할 필요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 소비자 사업을 함께 운영해 미국 상장 시 제품 관련 악의적인 집단소송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업 대 기업(B2B) 성격이 강한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기업 대 소비자(B2C) 성격을 지니고 있는 까닭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밖에서 보기엔 두 회사 모두 같은 반도체 회사로 보이기에 삼성전자의 미 증시 상장에 대해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소비자와 접촉면이 더 넓은 점을 감안하면 불필요한 소송 리스크를 키우는 ADR을 추진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고 했습니다.
 
또한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도 충분해 미국 증시에서 추가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도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1분기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금성자산은 각각 147조원, 54조원입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ADR 상장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관련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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