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07월 14일 17:5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LX홀딩스(383800)가 출범 5년 만에 2세 경영체제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장남 구형모 LX MDI 사장에게 보유 지분 610만주를 증여하기로 하면서 구 사장은 부친을 앞서는 최대주주 지위에 오르게 된다. 계열분리 이후 구본준 회장 중심으로 다져온 지배구조가 구형모 체제로 재편되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지분 승계의 윤곽이 뚜렷해진 만큼 시장의 눈은 이제 경영 성과로 향하고 있다. LX MDI와 LX MMA를 통해 신사업과 핵심 계열사 의사결정에 발을 넓히고 있는 구 사장이 실적과 기업가치로 승계의 명분을 입증할지가 다음 과제로 떠올랐다.
(사진=LX홀딩스)
구형모 사장 지분 19.77%로... 승계 본격 수순 돌입
14일 재계에 따르면 구본준 회장이 LX홀딩스 소유 주식 중 610만주를 장남인 구형모 LX MDI 사장에게 증여하기로 했다. 이는 계열분리 이후 이뤄진 단일 증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이번 증여로 구 회장의 지분율은 19.99%에서 12.14%로 낮아지는 반면, 구 사장의 지분율은 11.92%에서 19.77%로 높아질 전망이다. 2021년 첫 증여 이후 5년 만에 이뤄진 이번 증여로 최대주주 순위도 뒤바뀌게 됐다.
이번 증여는 단순한 자산 이전보다 경영 승계를 염두에 둔 지분 재편으로 해석된다. LX그룹은 2021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이후 구본준 회장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구축해 왔다. 이번 증여를 통해 구 사장은 구 회장보다 높은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며 사실상 그룹 후계자로서 입지를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향후 구 사장의 경영 보폭이 넓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그룹의 신사업 플랫폼인 LX MDI의 소속이지만 향후 LX홀딩스를 비롯해 LX인터내셔널, LX판토스, LX세미콘 등 핵심 계열사 경영에도 점진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LX MDI는 인공지능(AI), 모빌리티, 친환경 소재 등 신사업 투자와 사업화를 추진하는 조직으로 구 사장이 차세대 사업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LX MDI의 용역수익이 LX홀딩스 별도 매출에 반영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LX홀딩스 측은 <IB토마토>에 "구형모 사장이 LX홀딩스로 이동하는 등 구체적인 승계 움직임은 없다"면서 "보고자의 소유주식 일부 증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슷한 시기 코페르닉 또한 LX홀딩스 주요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페르닉은 지난달 19일부터 29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LX홀딩스 지분 5.02%를 신규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보유 목적은 단순투자로 명시했다. 미국 델라웨어에 본사를 둔 코페르닉은 최근 종근당 지분도 5% 이상 확보한 바 있으며 저평가된 국내 지주사와 제조업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외국계 기관투자자가 지분을 확보하는 시점에 오너 일가 지분 이동이 이뤄지면 지배구조 안정성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구 사장이 지분율에서는 부친을 넘어서지만 이를 뒷받침할 경영 성과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고 언급했다.
M&A 등 가시적 경영 성과 필요
구 사장은 2022년 LX MDI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2025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분에서는 부친을 앞섰지만 인수·합병(M&A) 등 가시적 경영 성과를 통해 리더십을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최근에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LX MMA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며 처음으로 그룹 계열사 이사회에 합류했다. LX MMA는 디스플레이와 산업용 소재의 원료인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를 생산하는 국내 상위 업체로 LX홀딩스의 주요 배당 재원 역할을 하는 핵심 계열사 중 하나다. 경영기획과 신사업 발굴 중심의 역할을 맡아온 구 사장이 사업회사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게 되면서 향후 그룹 핵심 계열사 경영 전반으로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LX홀딩스의 영업이익 대부분은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수익과 상표권수익으로 구성돼 있다. 결국 자회사 실적이 악화하면 지분법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오랫동안 핵심 계열사로 그룹의 수익을 책임졌던
LX인터내셔널(001120)이 해상운임 하락과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지주사에도 타격이 이어졌다. LX홀딩스의 영업이익은 2024년 1560억원에서 지난해 1334억원으로 14.48% 줄었다.
결국 지분 승계가 완료되는 시점과 별개로 실적으로 존재감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중요해진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LX홀딩스는 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대표적 저평가 지주사로 꼽혀왔다"면서 "지분 승계와 구형모 사장의 계열사 이사회 참여를 발판으로 실적과 기업가치를 함께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