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윤 공론화 첫발부터 삐걱…특별목적세까지 '첩첩산중'
반도체 호황 속…정부 토론회 잇단 연기·주제 변경
노사 입장차…특별목적세·사회연대임금 등도 난항
2026-07-20 17:57:58 2026-07-20 18:09:39
[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반도체 수출 호황에 힘입어 유례없는 세수 확대가 예상되면서 기업의 초과이윤을 사회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도 토론회를 잇달아 추진하며 공론화에 나섰지만, 개최 연기와 주제 변경이 이어진 데다 노사 간 입장 차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논의는 첫발부터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반도체 유례없는 호황에 떠오른 '초과이윤' 논의
 
청와대는 20일 기업 초과이윤의 사회적 배분을 주제로 한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 토론회를 추진했지만, 당일 돌연 연기를 발표했습니다. 애초 오는 23일 개최가 예정됐다가 일정이 앞당겨진 뒤 다시 연기된 것으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애초 예정일인 23일 부동산 대토론회 이후 수석보좌관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초과이윤 배분 논의는 반도체 호황에서 출발했습니다. 인공지능(AI) 대전환으로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출 물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 반도체 가격 상승까지 겹치며 기업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습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00% 증가한 448억20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상반기 반도체 수출도 1924억달러에 달하며 전체 수출 증가세를 견인했습니다. 다만 이 같은 성장의 과실이 일부 반도체·정보기술(IT) 기업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초과이윤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환원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제기된 것입니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5월12일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배당금제'를 제안하면서 AI발 초과이윤 배분 논의에 불을 지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이후 정부 차원의 논의도 이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고용노동부는 반도체 초과이윤 배분을 주제로 한 긴급 토론회 개최를 추진했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지난 5월27일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출입기자단과의 차담회에서 6월1일 '반도체 초과이윤 배분'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지만, 다음 날 이를 연기했습니다. 이후 한 달여 만인 지난 8일 토론회 재개최를 발표했지만, 실제 지난 14일 열린 토론회에서는 주제가 '반도체 초과이윤'에서 'AI 시대 노동시장과 성과공유 해법'으로 변경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달 10일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막대한 초과이익을 창출하는 산업들의 부상이 기존 조세 및 분배 체계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다"며 "초과이익의 일부를 활용해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도 매우 유용한 정책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초과이윤 배분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구체적 논의 평행선…입장차만 재확인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초과이윤을 논의가 잇따라 연기되거나 방향이 수정되는 것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의 특성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지난 14일 열린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혁신의 길' 토론회에서도 초과이윤 배분의 필요성부터 의견이 갈렸습니다.
 
노동계는 AI 혁신의 수혜가 일부 기업에 집중되는 만큼 사회적 환원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류제강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2부장은 "AI 혁신으로 창출된 경제적 성과를 다시 사람과 사회에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조세와 재정이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재분배"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경영계는 국가가 강제로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기업의 이윤은 장기간의 투자와 위험 부담의 결과인 만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재투자에 활용돼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은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에 처음 투자한 1983년부터 2025년까지 누적 투자액이 누적 순이익보다 8조원 많았고, 올해 들어서야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며 "반도체는 호황기에 벌어 불황기에 대비하고 불황기에도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같은 논쟁 속에서 다양한 정책 제안도 나왔습니다. 대표적으로 '특별목적세' 도입이 거론됐습니다. 특별목적세는 기업의 초과이윤 기준을 설정한 뒤 이를 초과하는 이익에 대해 추가 과세하는 방안입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처럼 일정 기준을 넘는 이익의 일부를 환수해 청년 채용이나 하청·중소기업 노동자 복지 등에 활용함으로써 경제 전반으로 성과를 확산시키자는 취지입니다. 또 동일 산업 내 노동자 간 임금 격차를 줄이자는 취지의 '사회연대임금' 모델을 도입해 성과급과 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프리랜서 등의 임금을 총괄하는 국가임금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4일 서울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열린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노동부)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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