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캐나다 잠수함 그 후
2026-07-21 14:25:21 2026-07-21 14:56:09
“캐나다 수주전에서 우리가 ‘원팀’이 됐고 안 됐고로 탈락한 건 아니지만 내부의 엇박자가 수주전에 조금의 악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감히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이기는 진영에는 불화가 없다. 그러나 고배를 마실 때는 다양한 패인 분석이 나온다. 누구는 감독을, 누구는 선수를 탓한다. 단언컨대 최근 막을 내린 캐나다 잠수함(CPSP) 사업의 수주 실패는 견고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의 장벽 등 통제하기 힘든 외부적 요인이 컸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방산업계 안팎에서 짙은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는 명확하다. 뼈아픈 캐나다 수주전은 끝이 아니라, 험난한 글로벌 무대에서 치러야 할 기나긴 생존 게임의 서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당시 정부는 앞장서서 ‘원팀’을 띄웠다. 겉보기엔 굳건한 연합 전선이었으나, 수면 아래에서는 갈등이 있었다. 업계에서 “사업을 따냈다면 물량과 기술료 등을 두고 어떻게 나눌지 사생결단으로 맞붙었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탄식이 무성하게 흘러나왔다. 실제 최종 사업자 윤곽이 드러나기도 전에 최대 12척에 달하는 물량 중 일부 배분을 무조건 미리 확정 지어달라는 진영과, 기여도부터 엄밀히 따져야 한다는 진영 간의 팽팽한 물밑 신경전이 끊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전리품 없는 다툼이다. 기자들이 이 파열음을 알면서도 침묵했던 것은, 행여 활자화된 내부의 분열이 수주전이라는 국가적 대사에 조금이나마 누를 끼칠까 우려한 까닭일 것이다. 
 
갈등은 60조원대 매머드급 잠수함 사업이 끝난 직후, 불과 10억원 규모의 캐나다 전투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놓고도 불거졌다. 양사가 최초의 ‘전투함 MRO’라는 명분을 쥐고자 부산항만공사(BPA)에 우암부두 사용 허가를 신청하면서 난타전을 벌였다는 전언이다. 본사에서 인력과 장비를 옮겨 와 보름간 작업해야 해 수익성이 거의 남지 않는데도, 자투리 사업을 두고 목숨을 거는 탓에 ‘K조선의 체면을 구겼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 특수선 시장을 이끄는 양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벼랑 끝 대치로 내몰린 배경을 두고, 현장에서는 하나같이 ‘정부 책임’을 말한다. 7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싼 혈투를 제때 수습하지 않고 방관한 정부의 ‘미필적 고의’가 지금의 곪아 터진 구조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KDDX 수주전에서 빚어진 앙금이 향후 대형 해외 수주전에서 치명적인 엇박자를 낼 것이란 경고는 이제 현실이 돼, 혹독한 시험대 앞에 우리를 세워두고 있다. 당장 우리 앞에는 태국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그리스, 페루 등 굵직한 국가들과의 글로벌 릴레이 수주전이 기다리고 있다
 
경쟁국의 영리한 행보는 뼈아픈 시사점을 던진다. 캐나다 현지에 ‘212CD’ 잠수함을 제안했던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TKMS)조차도 단독으로 링에 오르지 않았다. 노르웨이 방산업체 콩스베르그 등과 손을 맞잡고 합작회사를 세워 공동 개발과 수주에 나섰다. 국적이 다른 두 나라도 높은 장벽을 넘고자 굳게 손을 맞잡는 마당에, 정작 안방에서 ‘한 지붕 두 가족’처럼 불협화음을 빚는 모습은 씁쓸하게 다가온다.
 
세계 무대에서 ‘K방산 신드롬’이 일고 있지만 국제 무기 시장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 특히 상대적으로 뒤처진 해양 방산 분야일수록 전사적 역량을 모으는 ‘진정한 원팀 구성’은 생존의 문제다. 우리가 캐나다에서 놓친 것은 잠수함 사업 하나가 아니다. “억지로 엮은 물리적 화합이 과연 화학적 결합으로 이어지겠나”라는 현장의 서늘한 우려. 이 깊은 균열을 불식시키는 것이 캐나다 수주전이 남긴 가장 무거운 숙제가 아닐까.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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