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이어 홍해까지…에너지 공급망 ‘비상’
후티, 사우디 해상봉쇄 선언
유가·물류비 동반 급등 우려
한국·일본 등 아시아 직격탄
2026-07-21 14:24:21 2026-07-21 14:52:24
[뉴스토마토 윤영혜·박창욱 기자] 예멘 친이란 후티 반군이 친미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한 전면적인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또다시 중대 고비를 맞았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로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마비된 상황에서, 유일한 대체 수출로인 홍해마저 봉쇄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원유 조달 차질과 함께 국제유가, 해상 운임, 물류망이 연쇄적으로 흔들리는 복합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 (사진=AFP/연합뉴스)
 
21일 외신 등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사우디가 예멘에 가한 부당하고 억압적인 봉쇄에 대응해 '눈에는 눈'의 원칙에 따라 사우디에 대한 해상 봉쇄를 즉시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사우디 주도 아랍 연합군이 후티 통제 지역인 사나 국제공항을 공습하고 항만을 봉쇄한 데 대한 직접적인 보복 조치라는 설명입니다. 
 
구체적인 실행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공격이나 항로 차단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핵심 해상 통로입니다. 이란은 미국의 공습이 계속될 경우 후티 반군에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를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후티 반군은 2023년 가자지구 전쟁 이후에도 홍해를 지나는 선박 100여척을 공격한 전례가 있습니다. 
 
사우디 얀부 우회 수출길 ‘위태’
 
그동안 사우디는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어려워지자 동서 송유관을 이용해 원유를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보내 수출하는 방식으로 우회해 왔습니다. 얀부항에서 출항한 유조선은 홍해 남단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거쳐 아시아 시장으로 향합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대체하는 핵심 수출로가 된 셈입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5월 얀부항을 통한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365만배럴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쟁 이전 얀부항 전체 선적 물량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로, 1년 전 하루 97만3000배럴과 비교해 4배가량 급증한 수치입니다. 지난달에는 이 같은 수출 비중이 더욱 확대됐습니다. 해운 데이터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달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석유류 물동량은 하루 740만배럴에 달했습니다.
 
로이터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완전히 폐쇄되면 사우디 원유 수출 대부분이 차질을 빚으면서 전 세계 원유 공급이 약 7%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미 걸프 지역 분쟁으로 공급 감소가 발생한 상황에서 추가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입니다.
 
예멘 후티 반군의 봉쇄 선언으로 위협받는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수출로. (그래픽=구글제미나이)
 
국제유가는 단기간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날 거래된 9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12달러(1.27%) 뛴 배럴당 89.22달러로 집계됐습니다.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0.74달러(0.90%) 오르며 배럴당 83.23달러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공방전으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며 국제유가는 이번 달 들어서만 약 20% 폭등했습니다. 컨설팅업체 스트라타스 어드바이저스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15~120달러를 다시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막히면 선박들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해야 해 운항 기간과 운송비가 크게 늘어납니다. 홍해를 운항하는 선박의 전쟁위험 보험료도 지난 17일 선박 가치의 약 0.3%에서 후티의 봉쇄 선언 이후 약 0.75%까지 치솟으며 물류비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수급 불안 장기화…정유·석화 ‘비상’ 
 
얀부항을 출발한 원유와 석유 제품의 주요 목적지는 한국과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입니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는 “후티의 봉쇄가 현실화하면 가장 큰 피해는 아시아 국가들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 운항 차질이 본격화할 경우 아시아 정유업체들의 원유 도착 시점은 약 한 달가량 지연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9월 필요 물량의 75% 이상을 확보해 당장 공급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이 모두 막히면 사우디 원유를 수에즈운하를 통해 지중해로 빼낸 뒤 희망봉을 돌아 들여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경우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대신 적재량이 절반 수준인 수에즈막스급 선박을 투입해야 해 운송 기간이 길어지고 용선료도 크게 뛴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사우디산 원유가 국내 도입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만큼 홍해 봉쇄가 장기화할수록 수급 불안과 비용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미국·아프리카산으로 공급망을 굳이 다변화하지 않았던 것은 중동산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인데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이 모두 봉쇄되면 결국 미국·아프리카산 원료를 비싸게 들여오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고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면 유가와 나프타 가격까지 급등해 업계의 원가 부담과 시장 불확실성이 한층 확대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2024년 홍해에서 후티반군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는 유조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윤영혜 기자·박창욱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