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게임 하드웨어 제조사와 이용자의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체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메모리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생산능력과 투자를 집중하면서, 소비자용 메모리와 저장장치의 공급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겁니다.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건설로 메모리 및 저장장치 가격이 오르면서, 콘솔과 게이밍 PC 시장의 원가 부담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공급 부족, 제품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른바 '칩플레이션'이 게임 하드웨어 시장 전반으로도 번지는 모습입니다.
세계 최대 PC 게임 플랫폼 스팀을 운영하는 밸브도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밸브는 게임용 PC '스팀 머신' 생산 과정에서 메모리와 저장장치 수급 상황이 당초 예상보다 악화했다고 밝혔습니다. 밸브 개발진은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으며, 부품 가격 상승과 생산 제약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출시를 준비하는 제품뿐 아니라 이미 판매 중인 주요 콘솔에서도 가격 조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닌텐도와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콘솔 제조사들은 최근 잇달아 게임기 가격을 올리거나,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닌텐도는 오는 9월 1일부터 국내 '닌텐도 스위치2' 가격을 64만8000원에서 75만8000원으로 올릴 예정입니다. 소니와 MS도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플레이스테이션5'와 '엑스박스' 가격을 각각 조정했습니다.
콘솔 가격 상승에는 반도체 수요 증가뿐 아니라 관세와 물류비, 환율, 제조 비용 상승 등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메모리와 저장장치 등 핵심 부품 가격이 오르면서, 하드웨어 사업의 원가 부담이 전반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가격 부담은 이용자의 게임 소비 방식에도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콘솔 이용자들은 신형 기기 구매 시기를 늦추거나 기존 제품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중고·리퍼비시 제품을 선택하거나 할인 판매를 기다리는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PC 시장에서는 개인 이용자보다 장비를 대규모로 교체해야 하는 PC방이 먼저 비용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데스크톱과 노트북 가격이 크게 오른 데에는 AI 데이터센터발 반도체 수요 증가의 영향이 분명히 있다"며 "개인 이용자보다 장비를 대규모로 교체해야 하는 PC방 업주가 먼저 비용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PC방은 장비 교체를 늦추거나 일부만 바꾸고, 개인 이용자도 새 기기를 구매하기보다 기존 PC를 더 오래 사용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칩플레이션의 1차 충격은 콘솔 제조사와 PC방, 개인 이용자에게 집중돼 있어, 국내 게임사 실적을 단기간에 흔들 가능성은 제한적일 전망입니다. 위 교수는 "국내 게임 시장은 모바일 중심이고 콘솔 시장 비중도 크지 않다"며 "현재 가격 상승이 국내 게임사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단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5(상단)'와 닌텐도의 '스위치 2' 이미지. (자료=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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