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약 140원 급락…'역대급 엔저'에 원화 변곡점
원·달러 환율, 1416.1원…전장 대비 7.7원 '뚝 ↓'
미·일 환율 공조에 엔저 방어…원화 가치 '쑥 ↑'
환율 1300원대 진입 기대감…추세적 안정은 '신중'
2026-08-07 16:23:31 2026-08-07 16:23:31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원·달러 환율이 한 달 새 약 140원 가까이 떨어지며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불과 한 달 전 1500원대 중반까지 치솟으며 시장을 짓눌렀던 '1600원 공포'는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원화 강세의 배경에는 최근 달러 수급 여건이 개선된 데다 중동 전쟁 긴장감까지 일부 완화된 점, 무엇보다 역대급 엔화 약세에 미국과 일본의 이례적인 환율 공조로 엔화 방어에 나선 영향이 큽니다. 미·일의 외환시장 공동 개입에 엔화 가치가 급반등하면서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원화도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여기에 미국의 원화 약세 경계감도 원화 가치를 끌어올렸습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면서도 추세적 안정으로 이어지기엔 아직 이르다는 판단입니다. 특히 수출 대기업 달러 매도 물량이 줄어드는 이달 중순부터 다시 환율 상승 압력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원·엔 재정환율이 800원대로 내려가며 엔화 환전 규모가 1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환율, 열 달 만에 최저치…미·일 환율 공조에 춤추는 원화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7원이나 내린 1416.1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10월2일(1400.0원) 이후 약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달 2일 1555.8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약 한 달 새 139.7원이나 급락하며 방향을 완전히 틀었습니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초 1550원대에서 중순 1490원대, 하순 1470원대를 거쳐 같은 달 31일 1420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실제 지난달 31일 원·달러 환율 종가는 1424.0원으로 지난 6월 말 1549.4원보다 125.4원 하락했습니다. 달러 대비 원화 절상률은 8.81%로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 변동성이 컸던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원홧값이 급등한 배경에는 우선 달러 수급 개선이 지목됩니다. 상반기 환율 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인 자금 유출의 압력이 일부 완화된 데다,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 자금이 국내로 유입면서 대규모 환전이 이뤄졌습니다. 주요 수출기업들이 보유 달러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달러 공급도 크게 늘었습니다. 여기에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소 완화되면서 환율 하락을 이끌었습니다. 앞서 이란 외무부는 지난 5일(현지시간) 오만과 호르무즈 해협 항로의 지리적 좌표에 합의했으며 양국 공동성명 작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역대급 엔저에 미·일의 이례적인 환율 공조 영향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점도 원화 강세를 이끌었습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달러당 163엔을 넘어서며 약 4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자 일본 정부가 엔화를 매입하고 달러를 매도하는 시장 개입에 나섰고, 미국도 이를 지원하면서 엔화 가치가 반등했습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31일 보유한 유로화를 팔아 엔화를 사는 방식으로 2011년 이후 15년 만에 엔화 개입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엔화 가치가 추락한 배경에는 이유가 분분하지만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주저하면서 정책금리 격차가 커진 것이 큰 이유로 꼽힙니다. 현재 미·일의 중앙은행 정책금리 격차는 2.5~2.75%포인트에 달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저렴해진 엔화를 빌려 고금리 미국 채권이나 신흥국 주식 등에 투자됐던 돈이 엔화값 상승 때문에 일본으로 환류된다면 이는 곧 미국 장기채 매도로 이어지고, 미 국채시장의 장기금리는 오르게 됩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미국이 심각한 엔캐리 청산이 일어나지 않도록 일본에 금리 인상 압박을 넣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베선트, 엔화 이어 원화 저평가 지원…1300원대 가시권
 
미국이 엔화를 비롯해 아시아 통화 안정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점도 원화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정부가 엔저(엔화 가치 하락) 방어에 직접 나선 배경을 설명하며 "엔화가 지나치게 약세를 보이면 다른 통화들도 뒤따라 약세를 보이게 된다"며 아시아 통화 변동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그는 "안정적인 엔화 가치는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 경제에도 매우 중요하다"며 "엔화 (약세의) 수준이 경쟁적 통화 평가절하를 촉발할 수 있는데, 이는 건전하지 않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을 목격해 왔고, 많은 사람은 중국 위안화가 저평가돼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 이후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락 흐름을 보였고 낙폭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300원대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추세적 안정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원·달러 환율 향방은 하방 우위가 예상되고 3분기 중 1300원대 진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으나, 일본 같은 급격한 절상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짚었습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이 원화 변동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의미 있는 신호여서 단기적으로 하락 압력을 키울 수 있다"면서도 "통화가치 안정은 시장 개입만으로 한계가 있고 본질적인 여건이 개선돼야 하는 만큼 중장기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출 대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이 줄어들 이달 중순 이후부터는 원홧값의 되돌림성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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