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서울시가 13년 동안 운영해 온 ‘회복자상담가’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올해 하반기 자치구로 사업을 이관한 이후 이미 2곳의 자치구들은 사업 중단을 결정했고, 다른 곳들도 상담 시간 및 횟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어렵사리 양성해 온 회복자상담가들 가운데 일부도 활동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그간 자치구가 사업을 하도록 인큐베이팅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내년 사업이 유지될지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회복자상담가’ 사업은 서울시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지난 2013년부터 선도적으로 시작한 사업입니다. 22명의 회복자상담가를 양성해 25개 자치구 내 정신건강복지센터·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지역자활센터 등으로 파견, 중독자 재활을 지원해왔습니다. 국내 중독 전문가들은 사업을 통한 중독 치료 효과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하반기부터 각 자치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예산으로 사업이 운영토록 결정했습니다. 지난해 회복자상담가 사업 예산은 2억7900만원. 서울시는 이 돈으로 마약 및 청소년 인터넷 중독 등 중독 예방 사업을 확대한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가 13년 동안 운영해 온 ‘회복자상담가’ 사업이 자치구 이관 이후 사업 중단 및 상담 시간 및 횟수가 축소되는 등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지난 6일 서울 중구 서울시쳥에서 열린 부동산 토론회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시 시민건강국 정신건강과 관계자는 “회복자상담가들이 주로 알코올 사용장애를 맡고 있고 이미 십여 년을 지원했다”며 “마약이나 인터넷 등의 예방 사업이 필요하며 경중을 둘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회복자상담가 사업은) 자치구가 노력해서 수요에 맞게 감당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당초 자치구에서 하지 않으니 광역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라며 “서울시는 회복자상담가 당사자를 비롯해 운영위원회나 자문위원회 등과 어떠한 상의는 없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벌써 회복자상담가들은 바뀐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방미영 ‘회복자상담가 정체성을 지키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는 “자치구별로 상담 횟수와 시간을 줄이고 있다”며 “마포구와 관악구 내 중독자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당장 내년에 사업이 운영될지 불투명하다”고 우려했습니다.
서울시 결정 이후 회복자상담가 2명도 활동을 관둬, 남은 인력은 이제 20명. 기존에 이들이 주4회 하루 8시간 가량 활동으로 받는 소득은 세전 150여만원이었지만, 현재는 50여만원으로 줄어든 상황입니다. 방미영 대표는 “‘이렇게는 활동을 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오지만 돈보다 활동의 가치가 더 의미 있기 때문에 ‘끝까지 가보자는 분위기’”라면서도 “만약 자치구가 사업을 접게 되면 현장에 가서 알코올 중독자들이 잠시라도 술을 못 먹도록 죽이라도 사줄 여력조차 없어지게 된다”고 답답해했습니다.
비록 방 대표는 돈이 활동의 동기는 아니라고 했지만, 중독으로부터 회복해 다른 중독자들을 돕는 회복자상담자들에게 최저시급도 되지 않는 이 활동비의 의미는 큽니다. 방 대표는 활동을 관둔 이들이 실은 후배 회복자상담가에게 지원이 더 돌아가도록 양보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 시민건강국 정신건강과 관계자는 “회복자상담가는 중독 예방의 보조적인 동료 역할로 봉사 개념에서 시작한 것이며, 이들에게 급여를 주면서 생계를 책임지고자 이들을 채용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당사자 처지에서는 줬다가 뺏는 느낌이겠지만 인건비 형태로 예산이 지출되는 형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회복자상담가들의 생계 문제가 있어 올해 6개월은 지원하고 자치구에 이관한 것으로 회복자상담가 당사자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이해국 교수는 “회복자 상담가를 통해 지역의 단단한 중독 재활 공동체가 만들어지면 연대·교육·치료 효과가 생기는데 서울시가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중독 문제를 바라보고 일방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