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로젠, 자회사 동원 차환에 개미는 오버행 독박
현금 유입 없는 500억원 상계 납입
기존 미상환 CB 합치면 310% 전환 가능 물량
모·자회사 상호출자 불가…상법 우회하나
2026-08-11 14:55:04 2026-08-11 15:25:17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인 에이프로젠이 계열사를 통한 채무 대환에 나서면서 발등의 불은 껐지만 소수 주주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신규 메자닌 발행에서 상법상 한계가 뚜렷한 자금 조달 구조와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이 두드러졌습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프로젠은 전날 500억원 규모의 제34회차 사모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습니다. 조달 목적은 '채무상환자금'으로 기재되었으나, 신규 현금 유입이 없는 '상계 납입' 방식입니다. 에이프로젠이 자회사인 앱토크롬에 상환해야 할 단기 차입금 500억원을 5년 만기의 장기 채무(CB)로 전환한 것입니다. 자체적인 영업 현금창출력이 부족한 상황(2025년 결산 기준 당기순손실 1406억원)에서 자회사의 자본을 활용해 모회사의 유동성을 확보한 구조입니다.
 
이번 자금 조달 구조는 현행 상법 규정상 제약이 있습니다. 에이프로젠은 납입 대상자인 앱토크롬의 지분 52.28%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행 상법 제342조의2(자회사에 의한 모회사 주식의 취득)에 따르면, 50%를 초과하는 지분을 가진 모회사의 주식을 자회사가 원칙적으로 취득할 수 없습니다. 예외적으로 취득하더라도 6개월 이내에 처분해야 합니다. 또한 상법 제369조 제3항에 의해 설령 주식을 일시적으로 보유하더라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자회사 앱토크롬이 모회사의 CB 500억원어치를 인수했지만, 이를 주식으로 전환해 장기적인 우호 주주로 남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는 이번 CB 발행을 두고 목적과 다른 해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당장의 상환 압박을 5년 뒤로 미루기 위한 부채 파킹이나, 향후 엑시트를 위한 제3자 매각(Sell-down)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만약 전환권을 행사하면 소액주주들의 지분 가치는 희석됩니다. 이번 34회차 CB가 전액 전환될 경우 1959만여주가 상장되며, 이는 기존 발행주식 총수의 44.11%에 달합니다. 기존에 누적된 1510억원 규모의 미상환 CB 물량까지 합치면 에이프로젠의 총 전환가능 주식 수는 기발행주식 총수 대비 310.2%(7701만여주)에 육박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주요 주주 커뮤니티 등에서 한 투자자는 "회사의 사채 규모가 지속적으로 불어나고 있으며, 이자 부담을 또 다른 사채 발행으로 메우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다른 주주 역시 "주가가 하락한 상황에서 주주배정 방식이 아닌 계열사 대상 사모 발행을 통해 싼값에 물량을 넘기는 것은 기존 주주들을 배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수년간 배당 한 번 없이 유상증자와 감자, CB 발행만 반복되며 주주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재무 악화의 부담을 계열사 간 거래로 이연시켜 대주주가 아닌 소액주주들만 부담을 떠안게 되는 현 상황이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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