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주현 기자] 성매매 영업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텔을 빌려줬다면, 건물주가 받은 임대료는 범죄수익으로 추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일반 숙박객과 성매매 이용객이 섞여 있어 성매매 매출을 따로 계산하기 어렵더라도, 건물주가 장소를 제공하고 챙긴 임대료 수익은 일단 추징 대상이라는 겁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사진=뉴시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임대료 수익을 추징할 수 없다'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앞서 A씨는 지난 2017년 서울 관악구의 한 모텔 토지와 건물을 매수한 뒤 기존 임차인과의 계약을 이어갔습니다. 당시 해당 임차인은 이미 성매매 영업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고, 이후 또다시 적발돼 2018년 3월 영업소 폐쇄 처분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A씨는 이후로도 임대차를 계속 유지했습니다. 성매매 영업이 적발된 기존 임차인이 본인 명의로는 재계약할 수 없게 되자, 2019년 6월 임차인 배우자의 명의를 빌려 임대를 이어갔습니다. 당시 보증금은 3억원, 월세는 800만원이었습니다. 2021년에도 계약을 연장한 A씨는 2019년 7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매달 500만~950만 원의 임대료를 받았습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모텔이 성매매에 제공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임대했다고 판단해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범행 기간 얻은 임대료 2억3270만원에 대한 추징도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결이 달랐습니다. A씨의 유죄와 형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추징은 선고하지 않았습니다. 숙박업 특성상 일반 손님과 성매매 이용객이 혼재됐고, A씨가 얻은 임대료를 곧바로 범죄수익이라고 연결지어 볼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구체적인 산정 자료도 없이 임대료를 추징해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반면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2심이 성매매처벌법에 따른 추징 관련 법리를 오해했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A씨가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토지 및 건물을 제공해 그 대가로 지급받은 상당액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로 인해 실제로 취득한 이익에 해당한다"며 "성매매처벌법 제25조(몰수 및 추징)에 따른 추징의 대상이 된다"고 했습니다.
성매매처벌법 25조는 죄를 범한 사람이 그 범죄로 얻은 금품이나 재산은 몰수하고, 몰수할 수 없으면 그 가치만큼 추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추징의 대상은 임차인의 모텔 숙박비 매출 상당액이 아니라 피고인이 토지 및 건물 제공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차임 상당액이다"라면서 "일반 손님으로부터 받은 숙박비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A씨에 대한 추징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성매매 이용객이 모텔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따질 게 아니라, 건물주가 성매매 영업 사실을 알고도 건물을 빌려준 대가로 챙긴 수익 자체를 추징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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