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닻' 북극항로, 기대·걱정 교차…화물·안전·실증 이정표
이수호 해수부 북극항로추진본부장 브리핑
"정기 노선 본격화하면 화물 확보 달라져"
출항식 행사 취소 지적도…'안전 항해' 방점
"출항 순간이 아닌 귀환 때 판가름 해달라"
"최대 40억원 한도 내 운항 손실 보조금 지원"
2026-08-20 18:05:00 2026-08-20 18:17:19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대한민국 해운 역사상 최초로 시도하는 북극항로(북동항로) 컨테이너선 시범운항 출항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높습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수에즈 운하를 대체할 미래 해상 물류 패권의 ‘지름길’을 개척하는 핵심 국정과제이나 실제 ‘안전 항해’와 경제성 여부인 ‘수지타산’이 최대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출항 이틀을 앞두고 진행한 이수호 해양수산부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의 공식 브리핑에서도 “안전 항해와 실질적 데이터 확보가 최우선”이라며 제기된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습니다.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당초 예상치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화물 적재량입니다. 정부는 지난 6월 화주 및 물류 주선업자 대상의 사전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약 1300TEU의 화물 확보를 추산했습니다. 
 
 
이수호 해양수산부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이 20일 부산 소재 해양수산부에서 '북극항로 첫 항해' 브리핑을 열고 22일부터 북동항로 컨테이너선 시범운항을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기 노선 본격화하면 화물 확보 달라져"
 
하지만 이번 시범운항에 투입하는 2800TEU급 내빙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호’의 최종 선적 화물은 737TEU에 그쳤습니다. 일본에서 유치한 환적 화물 18TEU와 빈 컨테이너(공컨테이너) 100TEU를 더해도 837TEU 수준입니다.
 
이에 대해 이수호 본부장은 선박 매입 및 극지 운항에 맞춘 내빙 성능 보완 등 물리적인 준비 과정에서 예상보다 시일이 지연된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실제 화주를 대상으로 영업을 뛸 수 있는 기간 자체가 짧아 당초 예상 수요를 실화물로 전환하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권재근 팬스타 대표이사는 “향후 정기 노선이 본격적으로 구축된다면 화주 영업 환경과 화물 확보 양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더욱이 선박이 유럽 기항지에서 부산으로 귀항할 때에는 동북아~유럽 노선의 수출입 불균형 물류 특성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약 1300TEU 규모의 빈 컨테이너를 아시아 지역 재배치 목적으로 싣고 돌아오는 식입니다.
 
출항식 행사를 둘러싼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이번 시범운항이 정부 국정과제인 ‘K-해양강국 건설’의 상징적 첫걸음임에도 출항식 행사가 취소됐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국제 정세 등 민감한 이슈들 탓에 행사 의미를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돼 왔습니다. 
 
이 본부장은 이러한 시각을 강하게 부인하며 이번 결정이 ‘안전 우선주의’에 입각한 선사 측과의 사전 협의 결과임을 강조했습니다. 10여 년 만에 재개하는 국적 선사의 북극항로 운항이자 최초의 컨테이너선 투입인 만큼 현장 선장과 선원, 항만 관계자들이 형식적인 축하 행사보다 ‘안전 항해’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입니다.
 
진짜 성패, 귀환 때 판가름
 
그러면서 “출항 행사라든지 출항식 관련해 저희들이 하지 않는 이런 공식적인 행사를 하지 않는 이유는 선박 유럽을 향해 긴 여정을 시작한다. 시범 운항의 성과는 선박이 안전하게 북극 항해해 유럽으로 갔다가 화물을 싣고 돌아왔을 때 성공 여부가 판단이 되는 부분들”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이런 상황 속에서 출항 자체에 의미를 둔다기보다 안전한 항해 자체 의미를 뒀다. 10여 년 만에 출항이 이뤄지는 만큼 행사 이런 부분보다 안전한 항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선사와 협의를 해 출항 행사를 진행 하지 않고 45일간의 항해가 완료한 이후 걸맞은 사항을 준비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승선하는 선원들의 처우를 묻는 질의에도 권 대표는 “기본 급여 체계는 동일하지만 극지라는 특수 환경에서 고생할 선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부식비 예산을 특별히 인상해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투입하는 팬스타그룹의 '팬스타 아크로호(2800TEU급)'가 2026년8월19일 부산항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러시아 북방 해역을 관통하는 북동항로의 특성상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촘촘해진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와 지정학적 리스크도 주요 화두로 지목됐습니다. 특히 중국이 한발 앞서 상업 운항에 돌입하며 격차를 벌리고 있는 상황 속에 우리 정부가 안고 있는 외교적 제약이나 특수 선박 보험 가입 절차에 대한 질문이 잇따랐습니다.
 
이 본부장은 특정 국가나 외교적 사안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국제 사회의 규범을 철저히 준수하는 틀 안에서 선박 운항에 필요한 관련국 협의와 행정 절차를 모두 완료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가장 우려가 컸던 선체, 화물, 배상책임 등에 대한 특수 재보험 가입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수의 글로벌 재보험사들과 조건을 조율하고 충분한 협의를 거치느라 시일이 다소 걸렸을 뿐, 현재는 가입이 완벽히 끝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안전사고 발생에 대비한 다중 비상 대책도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현재 하절기 북극해는 백야 현상으로 24시간 육안 식별이 수월하며 유빙이 적어 러시아 쇄빙선의 필수적인 지원 없이도 내빙선 단독 운항이 충분하다는 판단입니다. 더욱 촘촘한 안전망 확보를 위해 선박에는 저궤도 위성 통신망이 장착돼 해수부 24시간 상황실과 실시간 연락 체계를 유지합니다. 
 
또 국내 유일 극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승선 경험이 풍부한 항해사가 1등 항해사로 동승해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하도록 조치한 상태입니다. 안전성뿐만 아닌 시범운항의 경제성·상업성 검증도 핵심 과제입니다. 이번 시범운항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존 수에즈 운하 경유 노선을 대체할 북극항로의 실질적 ‘경제성’을 입증해 내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정기선 노선 감안, 면밀한 실증 검증
 
이번 운항 노선은 22일 부산항을 출발해 북동항로를 거쳐 영국 펠릭스토우(약 1만3789km), 네덜란드 로테르담(216km), 폴란드 그단스크(1590km)를 차례로 기항한 뒤 부산(약 1만4173km)으로 돌아오는 대장정입니다. 기존 수에즈 항로 대비 운항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여 연료비와 운송 일수를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수호 해양수산부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은 20일 부산 해양수산부에서 열린 북극항로 첫 항해 브리핑을 통해 “이번 시범운항은 실제 선박과 화물을 통해 북동항로의 활용가능성을 검증하는 첫걸음인 만큼 안전과 국제규범 준수를 최우선으로 마지막까지 세심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선박 복귀 후 수에즈 운하 통과 노선과 비교해 실제 소모된 연료비, 특수 보험료, 운항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경제성을 꼼꼼히 타진할 것”이라며 이번 단발성 데이터에 그치지 않고 향후 정기선 노선 구축 시나리오까지 감안한 면밀한 실증 검증을 예고했습니다.
 
더불어 향후 정기 노선화가 본격 추진될 경우를 대비해 민간에서 감당하기 힘든 맞춤형 금융 안전망도 이미 가동한 상태입니다. 브리핑에 동석한 정영두 한국해양진흥공사 북극항로종합지원센터장은 “범용성이 떨어지고 건조 및 개조 단가가 높은 내빙 선박의 특수성을 고려해 일반 선박보다 파격적인 조건인 LTV(담보인정비율) 최대 90%를 적용하고 있다”며 “내빙 등급에 따라 금리를 최대 1%포인트 추가 할인해 주는 특별 선박 금융 프로그램을 이번 시범운항 선박부터 즉각 적용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해운협회와 공동으로는 최대 40억원 한도 내 운항 손실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통해 선사의 초기 북극해 시장 진입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수호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은 “북동항로 시범운항은 북극항로의 상업·기술·환경적 가능성을 실제 선박과 화물을 통해 시험하는 첫걸음”이라며 “북동항로뿐만 아니라 북서항로를 함께 검토하면서 수출입 물류의 99.7%를 수송하는 우리나라 해상 물류망의 선택지를 넓히고 우리 조선·항만·물류 등 연관 산업이 다가오는 미래 북극항로 시장에 대비할 수 있는 기반을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수호 해양수산부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은 20일 부산 해양수산부에서 열린 북극항로 첫 항해 브리핑을 통해 “이번 시범운항은 실제 선박과 화물을 통해 북동항로의 활용가능성을 검증하는 첫걸음인 만큼 안전과 국제규범 준수를 최우선으로 마지막까지 세심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해양수산부)
 
부산=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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