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대한민국 물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집니다. 국내 최초 시도하는 북극항로를 위한 북동항로(러시아 북쪽 해안을 따라 서쪽 유럽에서 동쪽 아시아를 잇는 바닷길) 컨테이너선 시범운항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해양수산부는 국정과제인 ‘북극항로 개척을 통한 신무역로 선점’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오는 22일부터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 대한민국이 미래 물류 패권을 향한 첫 시작이기도 합니다.
'북동항로 개척' 팬스타 아크로호
이번 시범운항에 투입하는 선박은 팬스타라인닷컴의 2758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호’입니다. 극지 환경을 운항할 수 있는 특수 성능을 갖춘 이 선박은 22일 부산항신항을 출항해 30일경 북극해역에 진입합니다. 9월7일경에는 북극해역을 통과할 계획입니다.
운항 노선 계획을 보면, 사실상 도전적인 면이 큽니다. 구체적인 운항 계획은 부산을 출발해 북동항로를 거쳐 영국 펠릭스토우,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를 차례로 기항한 뒤 다시 북동항로를 통해 10월5일경 부산항신항으로 귀항하는 일정입니다.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투입하는 팬스타그룹의 '팬스타 아크로호(2800TEU급)'가 2026년8월19일 부산항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총 예상 운항 기간은 45일입니다.
가장 주목할 만 한 점은 경제성입니다. 해수부에 따르면 부산항에서 로테르담항까지 북동항로를 이용할 경우 운항거리는 약 1만3000km입니다. 이는 기존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항로에 비해 약 7000km나 단축하는 거리입니다. 거리 단축은 곧 운항 시간 단축과 연료비 절감, 탄소 배출량 감소로 직결됩니다.
이번 항해에는 85개 화주사의 화학제품, 중고차, 자동차 부품 등 약 737TEU가 실립니다. 공(空)컨테이너 100개까지 더하면 총 837TEU가 선적돼 운항할 계획입니다. 실제 화물을 운송함으로써 북동항로의 기술적, 환경적 요인뿐만 아니라 상업적 활용 가능성과 화주·물류기업의 이용 수요도 동시 검증하게 됩니다.
특히 이번 선사의 북동항로 운항은 2016년 이후 10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자, 컨테이너선 시범운항의 경우 국내 최초 사례입니다. 유빙과 척박한 기후 등 험난한 극지 환경을 극복해야 하는 만큼, 안전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안전 최우선…경제성 데이터 확보에 주력"
따라서 선박에 승선하는 선장과 항해사 6명은 모두 극지 해역에 대한 전문 교육을 이수했습니다. 무엇보다 극지운항 경험이 풍부한 아라온호 항해사가 1등 항해사로서 선장을 직접 보좌합니다.
이와 더불어 저궤도 위성 통신망을 활용해 선박과 24시간 상시 연락 체계를 유지합니다. 한국선장포럼 등이 제작한 극지해역 운항 매뉴얼을 바탕으로 돌발 상황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비상 체계도 완비했다는 게 해수부 측의 설명입니다.
유라시아를 잇는 북동항로와 함께 북미 대륙을 잇는 ‘북서항로’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국제협력도 추진 중입니다. 북서항로를 이용하면 울산항에서 캐나다 퀘벡항까지 약 1만3500km가 됩니다. 파나마 운하 경유와 비교할 경우에는 약 7500km를 단축할 수 있습니다.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투입하는 팬스타그룹의 '팬스타 아크로호(2800TEU급)'가 2026년8월19일 부산항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5일 울산항만공사와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네덜란드 해운기업 로열 바겐보그(Royal Wagenborg)와 북극항로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시범운항의 가장 큰 의의를 ‘데이터 확보’에 두고 있다. 기존 항로와 비교한 운항 거리와 소 요 기간, 연료 소모량, 운항 비용 등을 분석할 수 있는 실증자료를 확보하게 된다”며 “보험, 금융 비용, 화물 확보의 정시성 등을 꼼꼼히 따져 향후 정기 노선 구축에 필요한 실질적 조건이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수호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은 “이번 시범운항을 통해 향후 북동항로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먼저 기존 항로와 비교한 운항거리와 소요 기간, 연료소모량, 운항비용 등을 분석해 북동항로의 경제성에 관한 데이터를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화물 확보와 운항 정시성, 보험·금융 비용 등을 분석해 향후 정기노선 구축에 필요한 화물 특성과 운항 조건, 정책지원 사항 등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부산=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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