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ESG채권은 줄었는데…증권사 ESG금융은 더 커졌다
2025년 신규 발행 53.8조…2021년 대비 38% 감소
NH·미래에셋, 녹색여신·PF·전환금융으로 외연 확대
2026-08-25 06:00:00 2026-08-25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20일 18:0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도시은 기자] 국내 ESG채권 시장이 2년 연속 뒷걸음질치면서 증권사들의 지속가능금융 전략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ESG채권 신규 발행액은 2021년 86조원에 육박했지만 지난해 53조원대로 줄었다. 채권 발행과 인수·주관만으로 성장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증권사들은 녹색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녹색여신,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전환금융으로 자금 공급 축을 넓히고 있다. ESG채권 시장의 위축이 증권사 ESG금융의 축소로 이어지기보다 오히려 '채권 밖' 금융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홈페이지 갈무리)
 
86조→53조…ESG채권 2년 연속 '뒷걸음질'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ESG채권 신규 발행액은 53조769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86조7510억원과 비교하면 약 38% 감소한 수준이다.
 
ESG채권 발행액은 2022년 57조 4804억원으로 급감한 뒤 2023년 75조 5305억원으로 반등했지만 2024년에는 64조473억원, 지난해에는 53조 7693억원으로 2년 연속 줄었다.
 
발행 종목 수도 감소했다. 2021년 664개였던 ESG채권 종목 수는 지난해 528개로 줄었다. 발행기관 수 역시 같은 기간 153개에서 91개로 감소했다.
 
유형별로도 시장 위축이 뚜렷하다. 지난해 녹색채권 발행액은 6조 6490억원으로 2021년 12조 459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사회적채권은 44조 3203억원으로 전체 ESG채권 발행액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2021년 61조 8430억원과 비교하면 역시 감소했다. 지속가능채권도 2021년 12조 4490억원에서 지난해 2조 48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지속가능연계채권(SLB)은 아직 시장 규모가 미미하다. 지난해 발행액은 3200억원, 발행 종목은 3개에 그쳤다. ESG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금리 등 금융조건이 달라지는 SLB가 새로운 ESG 금융 수단으로 주목받았지만 아직 국내 시장에서는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ESG채권 시장이 이처럼 위축되면서 증권사들의 대응도 단순히 채권 발행과 주관 실적을 늘리는 데서 벗어나고 있다. ESG채권을 하나의 금융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녹색 프로젝트와 친환경 산업 전환 등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녹색금융, 기존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전환금융 등으로 지속가능금융의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채권 넘어 여신·PF로…지속가능금융 외연 확대
 
NH투자증권(005940)은 ESG채권에서 녹색금융과 전환금융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021년 증권사 최초 원화 지속가능채권 발행을 계기로 ESG채권 활동을 확대해 왔다.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총 5조원의 녹색금융을 실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인프라, 에너지 효율화 등 녹색 프로젝트의 인수·주선 및 PF 등을 통해 금융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집행액은 목표에 상당히 근접했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녹색금융 실행 규모는 3조 9345억원으로, 2030년 목표 5조원의 79%를 달성했다.
 
ESG채권에서도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의 ESG채권 인수액은 녹색채권 1290억원, 사회적채권 2500억원 등 총 3790억원이었다. ESG채권 투자액은 녹색채권 1900억원, 사회적채권 1조 1875억원, 지속가능채권 1700억원 등 총 1조 547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약 57% 증가한 규모다.
 
2025년에는 NH농협금융그룹의 표준 녹색여신 적합성판단 시스템 구축에 맞춰 그룹 공통 평가 툴을 도입했다. K-Taxonomy 기반 녹색여신 관리체계를 구축해 고객상담부터 적합성 판단, 여신 실행, 사후점검에 이르는 전 과정의 업무절차도 표준화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전환금융 관리체계를 구축해 다양한 ESG 금융 수요 변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ESG 채권 지원에 ESG 업무를 한정하지 않고 지속가능금융 관련 대응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며 "2026년 하반기에는 전환금융 관리체계 구축을 통해 시장의 다양한 ESG 금융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지속가능금융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037620)도 ESG채권에 국한하지 않은 지속가능금융 확대 전략을 펴고 있다. 회사는 당초 2025년까지 지속가능금융 45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지난해 말 기준 실적이 48조1000억원을 기록하면서 목표를 넘어섰다. 목표 대비 달성률은 약 107%다.
 
지난해 말 기준 지속가능금융 실적 48조1000억원을 세부적으로 보면, 그린(Green) 금융이 23조원(47.8%)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린 금융은 기업금융서비스가 15조 5000억원, 투자·운용이 1조 9000억원, 자산관리(WM) 상품판매가 5조 6000억원으로 구성됐다. 소셜(Social) 금융은 16조 2000억원(33.7%)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기업금융서비스가 13조 8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투자·운용 2조 2000억원, WM 상품판매 2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금융은 8조 9000억원(18.5%)으로, 기업금융서비스 7조 6000억원, 투자·운용 6000억원, WM 상품판매 7000억원으로 구성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지속가능금융을 누적 80조원으로 확대한다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녹색채권·사회적채권·지속가능채권 등 ESG 금융상품의 발행 및 주관 서비스를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확대, 친환경 산업 전환, 사회 인프라 확충 등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프로젝트에 금융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ESG채권 시장 자체는 정체되고 있지만 증권사의 ESG 금융까지 함께 위축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채권 발행과 주관 중심이었던 초기 ESG 금융에서 벗어나 여신과 PF, 투자·운용, WM, 전환금융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ESG채권 시장의 성장 둔화를 지속가능금융의 외연 확대로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인 트렌드 변화는 존재할 수 있으나, 저탄소 경제 전환 및 사회적 책임 이행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완수해야 할 본질적 역할"이라며 "중장기적 관점과 목표 아래 지속가능금융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시은 기자 eqw58174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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