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개발이익금을 영종국제도시 미단시티 국제학교 건립비로 쓰기로 한 계획이 재검토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설립 주체의 자격 논란과 공모 특혜 의혹이 1년 넘게 이어지는 사이 재원을 만들어야 할 송도 사업도 멈춰 선 상태입니다.
28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영종 국제학교 사업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개발이익을 공적 목적에 쓴다는 원칙은 유지하되, 학교가 아닌 다른 사업에 투입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위치한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소재 G타워 전경. (사진=인천경제자유구역청)
영종 국제학교 사업은 유정복 전 인천시장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내건 1호 공약 '뉴홍콩시티'의 핵심 사업이었습니다. 인천경제청은 2024년 10월 영종 미단시티 외국학교법인 선정 공모를 냈고, 지난해 3월 영국 사립 기숙학교 위컴 애비를 우선협상대상자로 발표했습니다. 인천경제청이 1500억원을 들여 학교 건물을 지어 5년간 무상 임대하고, 인천도시공사가 부지를 8년간 무상 제공하는 조건입니다.
논란은 공모 과정에서 시작됐습니다. 위컴 애비 측 영리법인인 위컴 애비 인터내셔널은 2024년 11월13일 인천경제청에 "위컴 애비를 포함한 명문 학교 대부분은 비영리 자선 법인으로 설립돼 있어 해외 캠퍼스에 직접투자 하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공모 참여 중단을 통보했습니다.
인천경제청은 이틀 뒤 새로운 확인서 양식을 배포했습니다. 기존 양식에 있던 "본교가 직접 설립 후 운영하며 분교의 학사·행정·재정에 관한 최종 책임을 진다"는 조항에서 '직접'과 '운영' 표현이 빠졌고, 최종 책임 조항도 사라졌습니다. 위컴 애비 측은 변경 사실을 인천경제청으로부터 직접 안내받은 뒤 닷새 만에 재참여 의사를 밝히고 마감 연장까지 요청했습니다. 인천경제청은 실제로 마감을 한 달여 연장했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에도 논란은 심화했습니다. 위컴 애비 측 사업제안서를 보면, '분교 설립 주체의 자기자본' 항목에 "아시아 지역 위컴 애비 국제학교 독점 운영 파트너 기관 BE에듀케이션이 초기 자기자본을 제공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설립준비금과 운영자금 조달 계획도 마찬가지였습니다.
BE에듀케이션은 위컴 애비 본교와 출자 관계가 없는 별개의 민간 교육기업입니다. 위컴 애비 브랜드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홍콩과 중국에서 국제학교를 운영합니다. 위컴 애비는 홍콩과 중국 창저우, 항저우, 난징 등에서 분교를 운영하고 있지만 본교가 직접 설립한 사례는 없습니다. 모두 BE에듀케이션이 브랜드를 빌려 세운 학교입니다.
반면 외국교육기관법은 외국교육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자를 비영리 외국학교법인으로 한정하고 있고, 인천경제청도 공모 지침에서 참여 자격을 "외국의 법령에 따라 그 외국에서 교육기관을 설립·운영하는 비영리법인"으로 정했습니다.
그럼에도 인천경제청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난해 4월 박성진 투자유치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위컴 애비 측에 영국 현지에 별도 비영리법인을 세운 후 그 법인이 국내에 학교를 설립하는 방법을 안내했다"고 밝혔습니다. 행정기관이 국내법을 우회하는 방안을 직접 제시한 셈이라는 비판이 나온 대목입니다.
영종 국제학교 사업 공모 과정에 논란이 제기되자 결국 인천경제청이 사업 재검토에 나선 겁니다. 민간 교육기업이 참여한 만큼 공공목적의 사업이 아니라는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천경제청은 영종 국제학교 사업을 백지화하더라도 송도 글로벌타운 사업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지난해 1월 인천시와 인천경제청, 인천도시공사, 인천글로벌시티가 맺은 4자 업무약정은 송도 아메리칸타운 개발이익을 "1500억원 범위 내에서 국제학교 설립 비용으로 투입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은 해당 내용에 대해 학교 설립을 의무화한 것이 아니라 비용 투입의 한도를 정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천경체청은 다른 공공사업에 해당 비용을 투입할 것을 검토 중입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국제학교 사업은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다만 개발이익을 공적 목적에 쓴다는 원칙은 그대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떤 사업에 쓸지를 놓고 여러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사업은 재원 마련 문제로 중단된 상태입니다. 인천글로벌시티는 지난 3월 호반건설을 시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공사비 증액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5월 말 지위를 해제했습니다. 7월10일 2차 입찰에서는 참여 의향을 밝힌 4개사 중 호반건설만 응찰해 유찰됐습니다.
분양가와 해외 분양대행사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토지 잔금 3000억원대를 조달하기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협의는 시공사 선정 지연으로 보류된 상태입니다. 건립비 1500억원은 송도 아메리칸타운 1·2단계 개발이익금 600억원과 3단계 개발이익금 900억원으로 충당하는 구조입니다. 3단계가 언제 얼마의 이익을 낼지 가늠하기 어려워지면서 재원 조달 계획도 함께 흔들리게 됐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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