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2027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을 통해 기초연금의 지급체계를 손질합니다. 기초연금 예산은 늘리되 소득이 낮은 노인에게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하는 ‘하후상박’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다만, 내년부터 곧바로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수급자를 대거 줄이는 것이 아닌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하후’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수급기준을 조정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수급자의 범위를 줄이는 ‘상박’은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구체화할 입장이어서 논쟁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7년도 예산안’을 보면, 내년 기초연금 예산은 25조7000억원으로 올해 23조1000억원보다 11% 증액했습니다. 소득 하위 30%인 348만명은 월 38만원을 받아 올해보다 3만원 더 받고, 하위 30~45%는 월 35만9000원, 45~70%는 월 35만원을 받습니다.
2026년 마포구 노인일자리 박람회가 열린 2025년12월10일 서울 마포구청에서 구직자가 팜플렛을 살피고 있다. (사진=뉴시스)
저소득층의 부부감액도 완화해 하위 45% 부부가구의 감액률을 20%에서 10%로 낮추고,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 중 하위 45%에 해당하는 11만명도 지원 대상에 포함합니다.
이번 최종안은 당초 알려졌던 정부 구상과 차이가 있습니다. 정부는 당초 기초연금 선정기준을 현행 소득 하위 70%에서 기준중위소득과 연계하고, 2030년까지 수급 대상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최종안에서는 70% 틀을 유지하고 저소득층 급여를 먼저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했습니다.
특히 전체 복지예산은 늘지만 의무지출 구조개혁도 병행하면서 69조원 규모의 감축 대상에 기초연금의 대폭 손질을 예견해 왔습니다. 그러나 기초연금 예산 자체가 감소하기보단 저소득층 지원 확대와 일부 대상자에 대한 지원 보강을 통해 재원을 재배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향후 쟁점은 ‘상박’이 될 전망입니다. 정부가 수급기준을 다시 조정할 경우 수급자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재정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노인빈곤 완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커졌습니다.
정부가 내년부터 ‘하후’를 먼저 시행하고 ‘상박’을 추가 논의로 남겨둔 만큼, 국회 심의 과정에서 급여 수준뿐 아니라 향후 수급기준과 사회적 합의 방식까지 논의가 확대될 전망입니다.
2026년 마포구 노인일자리 박람회가 열린 2025년12월10일 서울 마포구청에서 박람회를 찾은 한 노인 구직자가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측은 당초 검토됐던 기준중위소득 연계 방안이 향후 다시 추진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노후소득보장체계의 한 축인 만큼 충분한 사회적 숙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참여연대 측은 “수급자를 세 집단으로 나눠 기준연금액을 달리하고 일부 수급자의 물가연동마저 중단하는 것은 저소득 노인의 소득보장 강화가 아니라 지출절감에 방점을 둔 개편”이라며 “기초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을 통해 보장할 목표보장수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거친 뒤에 개편방안을 다시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측은 “기초연금 예산안은 낙제점으로 평가한다. 사실상 ‘하후’가 없는 개편안이고, ‘줬다뺏는 기초연금’ 문제도 그대로 방치한다. 기초연금은 종합적인 연금개혁 설계도 따라 진행돼야 하는데 어떠한 비전도 없이 갈팡질팡 개편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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