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직방 키워낸 청창사 폐교 수순…동문회 "창업 생태계 악화"
중기부 "재도전에 초점"…'재도전성공학교'에 신규 예산 595억 편성
동문들 "아이템 아닌 창업가 키운 16년 브랜드를 하루아침에 없애나"
지역 창업생태계·동문펀드 선순환 모델도 흔들려
2026-09-01 16:48:38 2026-09-01 18:27:05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청년창업사관학교가 내년부터 사실상 폐교 수순을 밟으면서 동문회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재도전 지원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청창사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16년간 쌓아온 창업 생태계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사진=청년창업사관학교 홈페이지 캡처.
 
1일 중기부는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청창사를 신규 사업인 '재도전성공학교'로 대체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1년 출범해 16년째 이어온 청창사는 내년부터 간판을 바꿔 달게 됐습니다. 19개 거점에 마련된 인프라는 재도전성공학교로 이용되며 신규 예산 595억원이 투입돼 사업 실패 원인을 진단하고 실패 유형별 맞춤 교육과 컨설팅, 비즈니스모델 재설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활용됩니다.
 
중기부는 창업 계획 수립부터 사업화까지 창업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청창사를 설립하고 입주 공간과 교육, 제품 개발, 네트워킹 등을 지원해 왔습니다. 그 결과 누적 8477명의 청년 창업자를 양성했습니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 직방 등 유니콘 기업 2개사를 배출하고 버넥트, 오토앤, 그린리소스, 오픈놀, 에스오에스랩 등 코스닥 상장사 5개사를 키워냈습니다. 노드메이슨, 미쥬, 오션스바이오 3개사는 코넥스에 상장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청창사 졸업생들은 지속적인 창업 생태계 유지와 시너지 확대를 위해 청창사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류정원 청년창업사관학교 총동문회장은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지난 16년 동안 약 1만개의 창업기업과 창업가를 배출하며 하나의 정부 지원사업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청년창업 정책 브랜드로 자리 잡아왔다"며 "청창사는 사관학교처럼 창업가 정신을 함양하고 멘토링, 끈끈한 네트워크가 강점인 정책 자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청창사가 사라진다면 지역 창업 생태계 피해가 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류 회장은 "전국적으로 잘 활성화된 정책 자산을 하루 아침에 접는 것은 합당하지 못하다"며 "청창사는 창업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창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는데 이번 결정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손질할 부분이 있다면 제도 개선을 하면 되는 것인데 재도전으로 전환해 버린다니 당황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청창사 졸업생들은 전국 10개 권역에서 동문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단법인 KONE 청년창업사관학교 총동문회도 구성돼 있습니다. 총동문회는 2024년 10억원 규모 동문펀드 1호를 결성해 올해 후배 기업 4개사에 투자를 완료했고, 2호 펀드도 준비 중입니다. 졸업생들은 주기적으로 공유하며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전남청창사에 입교해 전남 지역 16기 회장을 맡고 있는 김의겸 글로벌녹돈 대표는 폐교 소식에 큰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초등학교까지만 한국에서 다니고 이후 해외에서 학업을 마친 김 대표는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국내 네트워크에 대한 대한 갈증이 컸습니다. 김 대표는 청창사를 통해 다양한 네트워크를 확보했고 이를 사업에 적용해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는 사업을 할 때 네트워킹이 매우 중요한데 학연도 없고 친구도 없어서 걱정이 많았다"면서 "청창사에 입교한 뒤 동기들끼리 서로 도와주면서 거래처 소개도 받고 인적 자원도 확보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창사는 경쟁이 아닌 학교라는 관점에서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며 사업을 도와주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졌는데 모두의 창업으로 예비 창업 관련 사업이 일원화된다면 경쟁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기존 청창사와는 다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재도전 지원 확대 방향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는 게 동문들의 공통된 반응입니다. 다만 청창사의 역할과는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 대표는 "청창사는 첫 번째 실패 자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며 "사회적으로 낙오로 찍히기 전에 성공률을 끌어올려주는 것과 재도전을 돕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중기부가 폐교 배경으로 거론한 낮은 입주율에 대해서도 반박이 나옵니다. 김 대표는 "입주 기업과 준입주 기업으로 나뉘는데 지방은 월세가 저렴해 굳이 입주할 필요를 못 느끼고 수도권은 경쟁이 치열하다"며 "이건 지역 차이일 뿐인데 이것만으로 폐교를 결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봤습니다.
 
중기부는 재도전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재도전으로 방점을 찍었다고 설명합니다. 조경원 중기부 창업정책관은 "청창사 출신 중에 재도전 하는 이들이 꽤 많다"며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재도전 사업에 강하기 때문에 재도전에 특화해서 가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스타트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청창사는 큰 사업이었고 나름대로 브랜드도 만들어져 있고 정권이 바뀌어도 잘 유지돼 오던 사업이었다"며 "중기부 내부적으로 창업 사업을 창업진흥원에 몰아주면서 교통정리를 한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상황이 악화하자 총동문회는 한국 창업 생태계 실태와 함께 청창사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알리는 국회 세미나를 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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