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난이 부른 '풍선효과'…인천·경기도 규제 사정권
경기도 16곳·인천 4곳 조정지역 기준 웃돌아
서울 전셋값 누적 7.79%↑…전년 대비 4.7배
2026-09-21 16:04:20 2026-09-21 16:16:42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인천을 비롯한 경기 남부·서북부 일대 아파트값이 최근 석 달 새 4%대까지 치솟으며 새 규제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서울 전세난에 떠밀린 매수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도권 외곽으로 옮겨 가면서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 기준을 웃돈 지역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에서 8월까지 경기 16개 시·구의 집값 상승률이 조정대상지역 지정 기준(0.14%)을 넘어섰고, 이 중 15곳은 투기과열지구 기준(0.16%)도 웃돌았습니다. 수원 권선구(4.27%)와 화성 병점구(4.08%), 군포(3.74%), 안양 만안구(3.46%) 등 기존 규제지역과 맞닿은 곳의 상승세가 두드러집니다. 인천에서도 연수구(0.87%)와 부평구(0.55%) 등이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도 투기과열지구 요건을 채웠습니다.
 
매매 수요 외곽 이동은 서울 전세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9월 둘째 주 기준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7.79%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1.16%)의 약 4.7배입니다. 지난해 연간 상승률(3.77%) 기준으로는 두 배를 넘는 수준입니다. 전세 물량 부족으로 몸살을 앓았던 2015년(10.79%) 이후 가장 가파릅니다.
 
부천 오정구와 인천 계양구 상승률은 0.15%로 같지만 인천 4개구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기준값은 경기(0.14%·0.16%)와 다르다. 인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0.22%)라 자체 기준선이 더 낮게 산정된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성북·동대문도 전세 10억원…치솟은 전셋값에 매매로 이동
 
지역별로는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강북권 전셋값이 먼저 치솟았습니다. 서울 동북권(성동·광진·동대문·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 전셋값 누적 상승률도 이달 초 처음 10%를 넘어서며 11년 만에 두 자릿수를 기록했습니다.
 
중저가 수준으로 분류되던 지역 전셋값도 크게 올랐습니다. 오름폭이 가장 큰 곳은 성북구(12.84%)로 올해 누적 전세 상승률 서울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14.01%)도 1위를 기록했습니다. 동대문구도 매매 10.59%, 전세 8.43%로 뒤를 잇고 있습니다.
 
실제 성북구 길음동은 전용 84㎡(국평) 전세가 10억원대로 올라섰습니다.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는 지난달 15일 11억원에 신규 전세계약이 체결됐고, 래미안길음센터피스도 10억5000만원에 전세 매물이 나와 있습니다.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역시 지난달 30일 10억원에 계약됐습니다. 작년 11월 대비 1년도 안 돼 2억원가량 오른 가격입니다.
 
전세 부족이 매매가격을 밀어올리고, 그렇게 오른 집값이 또 전셋값을 과열시키는 흐름도 감지됩니다. 성북구 길음동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높은 보증금에 부담을 느낀 전세 수요자가 매매로 돌아서면서 봄부터 계속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특히 대출 한도 6억원을 다 채워서 살 수 있는 대단지로 갭투자 수요가 몰리고, 집값이 오르면 전셋값도 연동해서 따로 오르는 흐름이 반복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현장에서는 가파른 전세·매매가 오름세가 '공급 부족'에 있다고 재차 지적합니다.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지난해 3만7103가구에서 올해 2만5281가구로 31.9% 줄었고, 내년 1만8682가구, 2028년 1만3683가구까지 감소할 전망입니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집주인 실거주 의무가 강화된 동북권 전세 매물은 4385건에서 2430건으로 44.6% 줄었습니다. 서울 전체 감소율(15.9%)의 3배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내년 상반기 장위동 푸르지오라디우스파크(1637가구), 삼선동 창경궁롯데캐슬시그니처(1223가구) 등 신축 단지 입주가 예정돼 있지만 공급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정부가 수도권에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하면서, 수분양자가 세입자 전세보증금으로 분양 잔금을 치르는 방식이 막혔기 때문입니다.
 
서울 소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공급 없인 막막…우선 '규제' 카드 꺼내나
 
정부가 먼저 손을 댈 것이란 전망은 당장 이렇다 할 신규 공급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 정부는 비규제지역 상승률이 기준을 넘어서면 곧장 규제지역으로 묶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면 수원 권선구·화성 병점구·군포·안양 만안구 등 경기권과 인천 연수구·부평구 등이 우선 검토 대상으로 거론됩니다.
 
정부도 공급에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닙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2030년까지 공적주택 119만호를 공급하고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를 250만호 이상 확대하겠다는 '주거안정플랜'을 발표했습니다. 전체 주택의 10% 이상을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장기공공임대로 확보할 계획도 밝혔습니다. 지난 5월에는 '수도권 매입임대주택 확대 방안'을 내고 2027년까지 수도권에 매입임대주택 9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직년 2년의 두 배 수준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급 대책의 실현은 '재원·택지·공사비·사업 속도'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실제 착공·입주 실적을 매년 공개하고, 사업이 지연되는 지역은 대체 공급 수단을 신속하게 가동하는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며 "몇 만 호를 발표했냐보다 국민이 원하는 지역에서, 원하는 품질의 주택에, 실제로 입주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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