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건설 일감 지형)①'자잿값'에 밀린 하도급…외주비 비중 9년 만에 최저
재료비 비중 5년 만에 최고, 외주비 2년째 하락
7월 공사비지수 역대 최고…"공사비는 그대로"
"비용 늘면서 직접 조달·시공…전문업체 타격"
2026-10-01 15:59:24 ㅣ 2026-10-01 16:10:28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건설 현장에서 하도급사에 돌아가는 물량이 9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재료비 비중이 확대되면서, 한정된 공사비 내 외주비 예산이 축소됐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공사비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어, 하도급 업계의 체감 압박은 더욱 가중될 전망입니다.
 
1일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2025년 기준 완성공사원가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완공된 공사의 원가에서 재료비가 차지한 비중은 23.55%였습니다. 전년(22.73%)보다 0.82%포인트 오른 수준으로, 2020년(24.23%)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습니다. 이번 통계는 지난해 완공된 계약금액 3억원 이상 국내 공사 5214건의 원가명세서를 집계한 결과입니다.
 
반면 외주비는 뒷걸음질했습니다. 하도급 대금에 해당하는 외주비 비중은 지난해 55.75%로, 2023년(58.29%) 이후 2년 연속 떨어졌습니다. 수치만 놓고 보면 2016년(54.8%) 이후 9년 만의 최저치입니다. 현장 운영에 드는 현장경비는 12.93%로 2016년 이후 가장 높았고, 노무비는 7.78%로 0.27%포인트 낮아졌습니다.
 
대한건설협회는 외주비 비중이 줄어든 이유를 원가구조 변화에서 찾았습니다. 협회는 "외주비 비중 축소는 재료비 비중 상승 등 원가구조 변화에 따른 것"이라며 "재료비 비중 상승은 최근 수년간 누적된 자재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 등이 공사원가에 반영된 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는 시장 여건의 변화가 건설공사의 원가구조에도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건축·대형사에 쏠린 자잿값 부담
 
이런 흐름은 건축공사에서 더 뚜렷했습니다. 건축공사 재료비 비중은 2024년 24.2%에서 지난해 26.1%로 1.9%포인트 뛰어올랐습니다. 이는 6년 새 최고치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건축 외주비는 57.57%에서 55.17%로 내려가 6년 새 가장 낮았습니다. 공종별 재료비 비중도 건축(26.10%)이 조경(20.93%), 산업환경설비(15.96%), 토목(11.62%)을 크게 앞섰습니다.
 
발주처별로는 민간 공사의 부담이 컸습니다. 민간 발주 공사 재료비 비중은 28.19%로 2021년(29.79%)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관급자재를 따로 지급받는 공공 공사와 달리, 민간 공사는 시공사가 자재를 직접 조달하는 경우가 많아 자잿값 변동이 원가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대형 건설사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대기업의 재료비 비중은 22.43%에서 24.31%로 올랐고, 외주비 비중은 58.60%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50%대 후반까지 내려왔습니다. 하도급 의존도가 가장 높은 대형사에서도 하도급사에 넘기는 몫이 줄어든 셈입니다.
 
대형 건설사는 재료비가 오르면서 원청이 직접 자재 조달에 나서는 경우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외주비에 포함돼 있던 재료비가 일부 대기업의 재료비로 넘어왔을 수 있다"며 "최근 재료비가 비싸지면서 하도급업체에 자재 조달까지 맡기던 계약이 아닌, 원청이 직접 구매하는 방식을 택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그래픽=뉴스토마토)
 
올해도 공사비 고공행진…하도급 '보릿고개' 길어지나
 
올해도 자잿값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하도급업체들의 일감이 늘어나긴 힘들 전망입니다.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7월 잠정 건설공사비지수는 138.59로 1년 전보다 5.78% 올라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습니다. 특히 4월에는 중동 사태 여파로 한 달 새 1.93% 급등했습니다. 이후 5월 0.5%, 6월 0.39%, 7월 0.18%로 상승폭은 줄었지만 지수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유가 불안도 여전합니다. 브렌트유는 7월 말 배럴당 71달러대까지 내려갔다가 같은 달 말 100달러를 넘어섰고, 8월 말에도 90달러대에 머물렀습니다. 유가 상승은 통상 두 달가량 시차를 두고 자잿값에 반영됩니다.
 
만약 원청이 공사비를 올려 받지 못한 채 자잿값 부담이 커진다면, 비용 압박은 하도급 단가로 옮겨 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도급 비중이 줄었다는 건 원도급 공사의 직접시공이 늘었을 가능성과, 하도급 공사비를 줄였을 가능성이 모두 존재한다"면서도 "적은 공사비로 하도급 공사를 수행해야 하는 전문건설업체 입장에서는 부담이 늘어난 상황은 확실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최근 서류상으로 공공공사 직접시공 비율을 맞춘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직접시공 의무 비율이 강화되면 총공사비에서 하도급 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보다 줄어드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전문 시공 업계는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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