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저축은행 업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축소와 건전성 지표 개선 이면에 착시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부실 PF 대출채권을 정상화 펀드에 매각한 뒤 해당 펀드에 재출자하면 장부상 대출 위험은 줄어도 손실 위험은 투자자산 형태로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집합투자증권 보유액이 크게 늘어난 데다 과거 저축은행 구조조정 비용도 아직 청산되지 않아 추가 부실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집합투자증권 4년 새 2.7배
19일 김형연 조국혁신당 의원이 예금보험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산 규모 상위 15개 저축은행의 집합투자증권 보유액은 2022년 말 1조5817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조2973억원으로 171.7%(2조7156억원)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비상장주식 보유액도 3585억원에서 4432억원으로 23.6% 늘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집합투자증권은 펀드에 투자해 보유하는 증권입니다. 부실 PF 대출채권을 매각한 저축은행이 관련 펀드에 다시 출자하면 해당 사업장의 위험이 다른 자산으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대출 잔액 감소만으로 부실이 모두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다만 집합투자증권 증가분 전체가 PF 관련 재출자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 한도와 관련한 우려도 나옵니다. 상호저축은행 감독규정은 부동산·특별자산·혼합자산 집합투자기구에 대한 투자 한도를 자기자본의 20%로 정하고 있습니다. 제출 자료상 올해 6월 말 상위 15개 저축은행 중 9곳의 관련 보유 비율이 20%를 넘었습니다. 2023년 말에는 해당 사례가 없었습니다. 가장 높은 곳의 비율은 자기자본의 76.8%였습니다. 다만 실제 규정 위반 여부는 투자자산 분류와 적용 예외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합니다.
김 의원은 "최근 정부가 부실 PF 사업장 매각을 추진하면서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채권 잔액도 일부 줄어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자금이 집합투자증권과 비상장주식 등 다른 투자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해 새로운 위험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펀드 매각·만기 연장에 가려진 위험
NICE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 비율은 2022년 말 141%에서 올해 6월 말 42%로 하락했습니다. 브리지론 비중도 55%에서 49%로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매각 채권과 연계된 펀드에 재투자했다면 익스포저 축소가 위험의 완전한 소멸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펀드 수익증권은 기존 대출채권보다 변제 순위가 낮을 수 있습니다. 사업장 매각·청산 때 회수금이 부족하면 투자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NICE신용평가는 부실자산 회수 상황과 자산건전성, 자본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봤습니다.
상위 15개 저축은행 가운데 연체율 5% 이상인 곳은 8곳으로 최고치는 8.6%였습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를 넘는 곳은 3곳이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순손실을 기록한 3곳의 손실액은 총 192억원이었습니다. PF 정리가 진행돼도 일부 회사의 건전성 부담은 남아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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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정상화도 더딥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관리대상 사업장 보증은 64곳, 잔액은 3조8271억원이었습니다. 미준공 사업장은 57곳(89%)으로, 보증 잔액은 3조5276억원(92%)을 차지했습니다.
PF 보증 만기가 한 차례 이상 연장된 사업장 100곳 중 30곳에는 1조4954억원의 보증 잔액이 남았습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사업장은 만기가 2024년 6월부터 2031년 6월까지 약 7년 연장됐고, 전남 장흥에서는 8차례 연장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만기 연장은 정상화를 위한 시간을 벌어주지만 반복되면 부실 인식을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주택금융공사의 PF·건설자금 보증 관련 대위변제 누적액 2564억원 중 2341억원은 회수되지 않았습니다. 박 의원은 공적 보증이 부실 사업장의 연명 수단이 되지 않도록 사업성·공정률·분양률 등을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적했습니다.
구조조정 비용, 금융권 전반에 부담
2011년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설치된 특별계정에는 당초 예상액 15조원을 웃도는 27조2000억원이 투입됐습니다. 구조조정 대상 저축은행은 2011년 8곳에서 2015년 31곳으로 늘었습니다. 2011년 12조6000억원, 2012년 12조3000억원이 투입돼 2012년 말 누적 지원액은 24조9000억원에 달했습니다.
2025년 말 기준 특별계정 순자산은 마이너스 2조9482억원, 저축은행 고유계정 순자산은 마이너스 1조9565억원이었습니다. 특별계정 부채 상환에는 전 금융업권이 납부하는 예금보험료의 45%가 쓰입니다. 올해 말 운영을 종료하면 1조5148억원의 결손이 남을 것으로 예상돼 운영 기한을 2027년 말까지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심사 중입니다.
과거 부실 정리 비용이 금융권 전반에 장기간 부담으로 남은 만큼 현재 PF 정상화 펀드의 실제 회수 가능성도 관건입니다. 부실 사업장의 회수가 지연되거나 펀드 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저축은행 건전성에 다시 압박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개별 펀드의 손실이 곧바로 예금보험기금의 추가 지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부담 여부는 저축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과 후속 부실 규모에 달려 있습니다. 예금보호한도 상향으로 예금 유치 경쟁이 심해질 경우 고위험 자산 투자에 대한 관리 필요성도 커집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PF 부실채권 정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중앙회는 앞서 "업계 부실자산이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상시적 부실채권 해소 채널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경·공매 활성화, 상각 등을 통해 PF 대출 부실자산을 지속적으로 정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빌라 밀집 지역이 내려다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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