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지원 검토…연대보증·EDCF 부실 '도마'
황기연 행장 "지원 방안 협의 중"…피해기업 구제·평가체계 개선 검토
2026-10-20 18:10:29 ㅣ 2026-10-20 18:16:26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이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사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수출입은행 국정감사에서는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주문하는 한편, 남북경협 피해 기업의 연대보증 부담과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평가 부실 문제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황기연 수은 행장은 2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지원 방안을 묻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최근 그 부분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의원은 미국 제련소 건설을 추진하는 고려아연에 공급망안정화기금을 활용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통합 제련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내년 착공해 2029년 가동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련소에서는 아연·구리·금·은과 함께 반도체·첨단 방위산업 등에 쓰이는 갈륨·게르마늄·인듐·안티모니 등 핵심 광물도 생산할 예정입니다.
 
총사업비는 운영자금과 금융비용을 포함해 74억달러(약 10조9000억원) 규모입니다. 미국 정부는 고려아연과 전략적 파트너십 및 금융 약정을 맺고 사업비 가운데 47억달러를 대출 방식으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의 공급망 전략과 맞물린 사업입니다.
 
김 의원은 미국이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만큼 수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74억달러 중 47억달러를 지원하는데, 수은이 아무런 의사결정이 없다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과 정책금융 지원 여부는 별개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김 의원은 고려아연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1조33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1% 증가했다며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을 소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수은의 설립 취지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황 행장은 지원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는 “잘 살펴보겠다”면서도 “테네시주 관련해선 심사 과정에서 살펴볼 게 좀 많고 민감한 부분도 있으니 이해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김 의원은 공급망안정화기금의 운용 및 지원 방향에 관한 자료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남북경협 사업 중단으로 피해를 본 기업 대표자들에게 연대보증 책임을 지우는 문제도 국감에서 쟁점이 됐습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 사업이 국가 정책으로 중단됐는데도 피해 기업 대표자에게 연대보증 책임을 지우는 것은 과도하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김 의원은 남북경협 관련 대출액 약 2677억원 가운데 1679억원을 회수했고 미회수 잔액은 약 997억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협 대출은 1242억원 중 1188억원을 회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따른 사업 중단으로 투자금과 시설·물품은 물론 거래처와 사업 네트워크까지 잃은 상황에서 대출 상환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은행권과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이 2012년 이후 기업인 연대보증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왔는데도 수은은 남북경협 관련 대출에 연대보증을 유지하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받았습니다.
 
황 행장은 "해당 대출이 통일부로부터 수탁받아 운용하는 남북협력기금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관련 법과 제도가 다른 기금과 차이가 있다. 문제 제기에 공감하며 통일부와 협의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건의하고 추가 검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EDCF 사업평가의 신뢰성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서로 다른 사업의 평가 보고서에서 유사한 표현이 반복되고, 성과 판단에 활용된 수치와 기초 계약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등 오류가 발견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임 의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 수은의 EDCF 승인사업은 97건, 승인액은 17조9447억원이며 집행액은 약 3조530억원입니다. 수은이 제출한 사업평가 보고서 16건에 투입된 외부 용역비는 총 12억7300만원으로, 이 중 7건의 평가를 이화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행했습니다.
 
임 의원은 베트남 하노이~하이퐁 고속도로와 남부해안 연결도로, 케냐 기술훈련소 확장·개선 사업, 모잠비크·우간다 교육 개선 사업 등의 평가 보고서에서 부실 정황이 발견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업별 지원 구간과 설계 변경, 보상 상황이 다른데도 유사한 서술이 반복됐고, 성과 수치와 계약 정보에서도 불일치가 발견됐다는 것입니다.
 
평가 근거가 부족한데도 높은 점수를 부여한 사례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케냐·모잠비크·우간다 사업 보고서에는 기자재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었지만 평가 점수는 4점 만점으로 매겨졌습니다. 현장 확인과 성과 검증이 미흡한 상황에서 평가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황 행장은 보고서에 동일한 표현이 반복되는 등 평가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평가 품질이 낮거나 용역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은 기관은 향후 입찰 참여를 제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2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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