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국내 언론사의 인공지능(AI) 전환(AX)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 확산이 단순한 기사 작성이나 번역과 같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뉴스의 생산·유통·소비 구조 자체를 변화시켰습니다. 뉴스룸의 AX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언론사 경쟁력과 생존을 좌우하는 문제로 꼽힙니다. 이에 신뢰받는 AI 뉴스룸 구축을 위해선 투명성과 검증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2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는 한국AI커뮤니케이션학회와 뉴스토마토가 공동 개최한 'AI 시대, 인터넷 저널리즘의 패러다임 시프트와 지속 가능한 공론장의 미래'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김학재 KBS 기자는 이날 'AI 시대의 저널리즘 가치와 윤리적 실천'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이용자가 포털이나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소비하는 대신, AI에게 질문하고 AI가 여러 정보를 종합해 답변하는 '제로 클릭(Zero-Click)'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성 언론사는 이제 뉴스 생산자로서의 지위뿐 아니라 유통자로서의 지위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위기의식 속에서 AI 도입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생존 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뉴스룸의 AX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업무 방식과 경쟁력을 재설계하는 문제로 이동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학재 KBS 기자는 2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AI 시대, 인터넷 저널리즘의 패러다임 시프트와 지속 가능한 공론장의 미래'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 기자는 이런 변화를 실제 언론사들의 AX 사례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방송사의 경우, KBS는 자체 AI 포털인 '카이로스'를 사내에 도입하고 '1인 1 AI 시대'를 표방했습니다. MBC는 AI 전환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예능·시사·라디오·디지털 등 전 영역에서 AI 활용을 확대하고, 독립 법인 '도스트11'을 통해 기사 초안 작성과 기자 음성 학습 기반의 리포트 제작까지 시도하고 있습니다.
종합 일간지 등의 신문은 텍스트 중심의 생산 공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번역과 요약·교열·기사 작성 보조와 이미지 생성 등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AI 활용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글로벌 콘텐츠 생산과 다국어 서비스 확대가 중요한 경제지에서는 AI 번역과 콘텐츠 재가공의 활용도를 높이는 등, 각 매체별 업무 구조와 성격에 맞게 AX 활용이 다각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AI 도입 속도가 빨라지면서 현장의 혼란도 가중되는 상황입니다. 김 기자는 "AI가 생성한 이미지나 영상을 실제 상황으로 오인해 오보가 발생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AI가 만들어낸 음성·영상·이미지에 대한 이용자의 거부감 역시 여전히 존재한다"며 "무엇보다 진실을 핵심 가치로 삼는 뉴스와 시사 콘텐츠의 특성상 AI가 깊숙이 개입할수록 기자와 편집자의 책임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AI 활용 여부가 아니라 그 활용이 뉴스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미치는 영향이란 지적입니다. 김 기자는 신뢰받는 뉴스룸 AX를 위해서 △투명성 △인간의 최종 판단과 엄격한 검증 △기자의 권리 보호 등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AI 활용 범위와 수준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돼야 기본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인간이 최종 판단하고 다단계 검수를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뉴스룸 현장에서 음성권이나 초상권으로 인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