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에도 '41만명 시위'…전쟁터로 변한 프랑스
헬기·장갑차에 군까지 '투입'
경제난에 시위 장기화 '우려'
2026-10-25 16:43:09 ㅣ 2026-10-25 16:50:12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프랑스 전역에서 고물가와 교육 여건 개선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랐습니다. 치안 당국은 시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력 사태를 막기 위해 집회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경찰 약 7만명과 헬기, 장갑차까지 동원했는데요. 여기에 대테러 특수부대 등 군병력까지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시위대를 향한 최루탄과 물대포 등 경찰의 강경 대응에도 전국적으로 약 41만명의 인원이 거리로 나서며 갈등은 더욱 증폭됐습니다. 프랑스 전역이 사실상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인 가운데 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곳곳에서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경제난에 정치 양극화까지 유럽이 직면한 상황이 현재 대한민국과도 비슷한데요. 유럽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대한민국에 대한 사전 경고음으로도 작용할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 달째 접어든 '프랑스 시위'…이민 문제로 갈등 '격화'
 
24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전국에서 약 41만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주최 측인 노동총연맹(CGT)은 파리 25만명 등 전국적으로 8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정부 추산 55만명이 참여했던 지난 17일 시위와 비교하면 참가 규모는 감소했지만 일부 지역에선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는 긴장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치안 당국은 시위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집회 제한 조치를 발령하고 경찰 약 7만명과 헬기, 무인기(드론), 장갑차 등을 투입해 경계를 강화했습니다. 여기에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탄과 물대포까지 사용했습니다. 급기야 대테러를 담당하는 군의 특수부대까지 투입했습니다.
 
그럼에도 자전거와 스쿠터에 불이 붙는 등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방화와 함께 약탈이 발생했습니다. 시위대는 파리의 가로수와 쓰레기통 등 곳곳에서 방화를 하기도 했고, 포르트 드뱅센에선 아우디 등 일부 매장의 유리가 깨지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오를레앙에서는 마린 르펜의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의 전당대회가 열렸고, 이에 맞선 반대 시위도 벌어졌습니다. 로랑 뉘녜스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이날 경찰이 약 1000명을 체포했으며 추후 집계가 완료되면 실체 그 인원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시위가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오는 31일 시위대의 추가 시위가 예고된 데다, 노동조합들은 다음 달 5일 전국적인 파업과 시위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당초 이번 시위는 지난달 파리 인근 고등학교에서 열악한 공교육 환경에 항의하는 학생들이 시위에 나서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달 초엔 고물가와 생활비 부담에 항의하는 시민들까지 합류하면서 대규모 시위로 번졌습니다. 여기에 이달 중순에 2018년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며 등장했던 '노란 조끼' 운동까지 가세하면서 전국적인 시위로 확대됐습니다. 교육 문제에서 출발한 시위가 정부의 경제·사회 정책 전반에 대한 불만으로 번진 것인데요. 최근엔 이민 문제까지 거론되면서 경제적 갈등에 이어 정치적 갈등까지 더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렌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럽 전역서 '동시다발적 시위'…정치 양극화에 '각자도생'
 
이날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청년층이 주도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를 비롯해 밀라노·토리노 등 주요 도시에서 대부분 청년층으로 구성된 수천 명의 시위대가 고물가에 반발하면서 거리를 행진했습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주택난과 고물가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선 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했고,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선 시위대 수천명이 모여 경찰이 최루탄을 사용하는 등 양측이 충돌했습니다.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는 시위의 배경에는 교육과 경제, 부패 문제부터 반전운동, 연금, 주택, 이민 문제까지 광범위한 사안이 포함돼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에 번지고 있는 시위 활동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오래도록 쌓인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기 때문에 경제와 교육 문제 개선을 위한 가시적 변화 없이는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민심이 폭발한 것이기 때문에 시위의 파괴력이 큰 것"이라며 "여기에 이민 문제로 변질되면서 정치적 이슈로 전환됐고, 파급력이 상당히 커지면서 오래갈 가능성이 높은 이슈가 돼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프랑스의 경우, 내년 5월 대선 전까지 시위가 이어질 가능성은 적지만, 이번 시위가 대선을 관통할 의제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했습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도 "프랑스 내 갈등이 꽤 오래갈 것"이라며 "고물가, 공교육 개선 문제는 하루이틀 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특히 이 위원은 "미국을 봐도 그렇고 유럽의 정치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며 "지금 유럽 정치권은 중재 없이 각자도생하기 바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에서 한 시위자가 프랑스 국기를 들고 시위를 참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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