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구조조정의 그늘) ②부실 낙인에 묶인 PF…'살릴 곳' 심폐소생 절실
"짓고도 매물로"…경·공매 본PF 비중 17%→24%
올해 상반기 본PF 연채율 6개월만에 1.31%포인트↑
전문가 "사업수지 반영한 등급 재평가 필요한 시점"
2026-10-26 17:08:19 ㅣ 2026-10-26 17:15:22
경기도 부천시 소재 PF 불발로 골조 공사 이후 멈춰버린 공사 현장. (사진=박선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수정·박선영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으로 한 번 부실 딱지가 붙은 사업장은 돈줄이 끊겨 짓다 멈추거나, 다 짓고도 분양이 안 돼 경·공매 매물로 나오고 있습니다. 살릴 수 있는 현장까지 함께 주저앉기 전에 사업장별 심폐소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경·공매가 추진 중인 PF 사업장 잔액은 분기 평균 11조2000억원으로 4개 분기 만에 늘었습니다. 지역별로는 지방이 5조9000억원으로 3월 말(4조8000억원)보다 1조원 넘게 불었고, 인천·경기(4조5000억원)와 서울(1조원)도 증가했습니다.
 
첫 삽 못 뜨고, 짓다가 멈추고
 
매물 성격도 바뀌었습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경·공매 추진 사업장 가운데 본PF 비중은 지난해 말 16.8%에서 3월 말 20.6%, 6월 말 23.6%로 높아졌습니다. 본PF는 착공 이후 공사비가 들어간 단계입니다. 땅만 사둔 브릿지론 사업장이 주로 정리되던 구조조정 초기와 달리, 건물을 올리고도 팔지 못한 현장이 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신평은 본PF 단계의 부실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 주상복합 '삼익 더 랩소디'는 분양 부진 끝에 PF 연장 불가로 통매각 대상으로 나왔습니다. 역세권 입지에도 분양을 통한 자금회수가 어려워지면서 개별 주택이 아닌 건물 전체가 매각 대상이 된 사례입니다.
 
착공조차 못 한 현장은 더 깊은 늪에 빠져 있습니다.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정부 PF 점검회의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미착공 사업장의 위험노출액은 25조2000억원, 가중 연체율은 21.1%에 달했습니다.
 
유 의원은 브릿지론이 한 번 연체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심사를 받을 수 없고, 은행 내규상 본PF 대출도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유 의원은 "미착공 현장들이 부도 처리되거나 공매로 넘어가면 브릿지론으로 인한 금융 부실이 발생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 미분양 사태로 PF 대출 미상환으로 인해 통매각에 들어간 오피스텔 현장. (사진=박선영 기자)
 
공사를 시작한 현장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국내 PF는 시공사가 공사를 끝까지 책임지는 '책임준공'에 기대는 구조라 시공사가 흔들리면 현장이 그대로 멈춥니다. HUG의 분양보증 사고 금액은 2023년 1조2143억원, 2024년 1조1558억원으로 2년 연속 1조원을 넘었습니다. 
 
부천 인근 심곡동 176-14 일대 오피스텔 역시 공사를 시작하고도 중단된 PF 사업장입니다. 올해 8월 지상 9층에서 철근 배근 공사가 멈춘 상태였습니다. 공사 중단 이후 기존 채권회수와 별개로 유치권 등 권리관계 정리, 잔여 공사비 확보가 필요하지만 사실상 자금줄은 막혔습니다.
 
대구 수성구 파동 '수성 센트레빌 어반포레'는 PF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도 공사 재개에 어려움을 겪은 사업장입니다. 동부건설이 시공하는 이 단지는 분양 부진으로 2023년 7월 공사가 중단됐으며, 2024년 말 공정률은 38.37%에 그쳤습니다. 시행사 측은 대주단과 협의해 PF 대출 만기를 2030년까지 연장했지만 올해 3월에도 공사 재개 시점을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융권 리스크 회피 심화…"등급 재평가 필요"
 
2금융권은 문을 걸어 잠그고 있습니다. 새마을금고는 상반기 부실채권 3조4783억원을 털어내고 기업대출을 반년 새 3조3000억원(3.3%) 줄였습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2조원 늘어난 것과 대조적입니다. 그럼에도 순손실은 6768억원에 달했고, 기업대출 연체율은 10.17%로 두 자릿수를 넘겼습니다. 
 
저축은행도 사정은 같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상반기 7658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를 이어갔습니다. 다만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4012억원 늘고 대손비용이 2608억원 줄어든 덕이 컸습니다. 하지만 건전성은 오히려 뒷걸음질쳤습니다. 6월 말 연체율은 6.26%로 지난해 말(6.04%)보다 0.22%포인트 올랐고, PF대출 연체율도 3.63%로 3월 말보다 높아졌습니다. 새 대출은 묶어두는데 연체만 쌓이니, 멈춘 현장에 돈이 들어갈 틈이 없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정리와 회생의 기준부터 나눠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PF 사업장이 한 번 부실 등급으로 분류되면 사업성이 회복돼도 신규 자금조달이 어려운 구조"라며 "미착공 여부만으로 판단하기보다 분양성·입지·사업 수지를 반영한 등급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주단 협의를 통해 만기 연장과 채무조정을 유연하게 추진하고, 시공사에 집중된 책임준공 부담을 사업주체별로 합리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며 "부실 사업장 정리와 회생 가능한 사업장의 정상화를 구분하는 제도 개선이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박선영 기자 sunny6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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