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전기차 지원의 역설)①구매엔 보조금, 생산엔 빈칸…밀려나는 국산차
수입차도 보조금 지원에 중국산 판매 확대
테슬라·BYD 국고보조금 1300억원대 추산
국산 점유율 하락…생산세액공제 제외까지
2026-10-29 06:40:00 ㅣ 2026-10-29 06:40:00
이 기사는 2026년 10월 26일 19:1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차세대 모빌리티 전환에 발맞춰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구매보조금 등 친환경차 유인책을 펴고 있다. 내수 침체에도 친환경차 수요는 늘고 있지만, 정작 국산 전기차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올해 1~9월 국내에서 판매된 승용 전기차 가운데 국산 비중은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IB토마토>는 전기차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와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재무 여력을 짚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장민지 기자] 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의 40%, 2035년까지 70%를 전기차·수소차로 채우겠다는 보급 목표를 세우고 국고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보조금은 생산지를 따지지 않는다. 지원이 국산·수입을 가리지 않고 이뤄지다 보니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이 빠르게 오르는 동안 국산 전기차는 밀려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지키기 위한 별도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테슬라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신규 중국산 전기차 비중 44.2%…생산지 가리지 않는 보조금
 
2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공세가 거세지면서 국산 전기차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정부가 친환경차 확대를 위해 시행 중인 구매보조금이 생산지를 따지지 않아 보조금의 상당 부분이 수입차 구매자에게도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올해 1~9월 신규등록 집계를 바탕으로 업계에서 추산한 결과 올해 3분기 신규 등록된 전기차 9만 8292대 중 중국산은 4만 3455대로 44.2%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37.4%보다 6.8%포인트 높아졌다.
 

 
올해 1~9월 누적 기준 전기차 신규등록은 29만 6801대로 전년 동기 대비 74.8% 늘었다. 이 중 중국산은 11만 2968대로 110.5% 증가했다. 증가세는 승용차에 몰렸다. 승용 전기차 25만 8284대 가운데 중국산은 11만 2417대로 전년 동기 35.1%보다 8.4%포인트 오른 43.5%에 달했다.
 
브랜드별로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을 앞세운 테슬라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테슬라는 올해 1~9월 8만 9131대가 등록돼 기아(000270) 10만 1472대에 이어 2위에 올랐고, 5만 4981대가 등록된 현대차(005380)는 테슬라에 뒤처졌다.
 
중국산 전기차 구매자에게 돌아간 국고보조금도 적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1~7월 테슬라 차종별 판매량에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공개된 차종별 국고보조금 단가를 적용한 업계 추산을 보면 테슬라 구매자에게 돌아간 국고보조금은 약 1146억원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올해 전기승용차 보조금 예산 7800억원의 약 14.7%에 해당한다. 같은 방식으로 BYD의 올해 1~6월 등록대수에 국비 단가를 곱해 추산한 금액은 약 195억원이다. BYD는 지난 7월부터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돼 올해 1~6월 기준으로 계산했다. 두 회사를 합치면 약 1341억원으로 승용 예산의 약 17.2%다.
 
이처럼 보조금이 생산지와 무관하게 지급되는 사이 올해 1~9월 국내 신규 등록 전기 승용차 중 국산 점유율은 48.7%로 떨어져 처음으로 절반 아래로 내려앉았다. 보조금이 전기차 보급을 늘리는 데는 기여했지만 국내 산업 기반을 키우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국산 전기차를 지원하기 위해 보조금을 사실상 차등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긴 했다"며 "국민 세금이 수입차로 계속 흘러간다는 부담 때문에 배터리 종류나 에너지밀도 같은 기준으로 국산과 수입산의 보조금 규모에 일정 부분 차이를 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국내 산업의 수출 의존도가 높아 국산과 수입산에 노골적인 차등을 둘 수는 없었다"며 "중국 측에서 차등에 대한 항의가 들어오기도 했고, 보조금 예산은 언제 바뀔지 모르는 불확실성도 크기 때문에 국내생산세액공제 같은 별도 지원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수행자 선정' 도입에도 BYD 질주…생산세액공제에선 전기차 제외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를 도입했다. 기후부는 제작·수입사를 기술개발, 공급망 기여도, 환경정책 대응, 사후관리, 안전관리 등 5개 항목으로 평가해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인 업체만 보조금 사업에 참여하도록 했다. 평가에 참여한 35개 업체 중 27개가 선정됐고, 테슬라는 통과한 반면 BYD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YD는 보조금이 끊긴 뒤에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9월 BYD의 국내 등록은 2만 137대이고, 지난달에는 2614대로 수입차 브랜드 4위에 올랐다. 지난 7월 이후 국고·지방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자 차종별로 100만원대 자체 지원금을 내걸었다. 그 결과 올해 3분기 월평균 등록 대수는 2821대로 상반기 월평균 1946대보다 45% 늘었다.
 
현행 구매보조금 체계는 중형 전기승용차 기준 국비 최대 580만원이다. 내연차를 처분하고 전기차를 사면 전환지원금 최대 100만원이 더해진다. 지방비는 국비의 30% 이상을 지방자치단체가 편성하며 금액은 지자체마다 다르다. 이 혜택은 중국산을 포함한 수입차도 동일하게 받는다.
 
하지만 국내 생산과 판매를 직접 뒷받침하는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재정경제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신설된 국내생산세액공제에서 전기차는 제외됐다. 이 제도는 국내에서 생산·판매한 실적에 비례해 법인세와 소득세를 깎아주는 방식으로 태양광, 풍력, 이차전지, 반도체, 핵심소재, AI 로봇부품 6개 분야가 대상이다. 정부는 보조금과 세액공제의 중복 지원을 방지하고 전기차 대신 이차전지 등 핵심 부품에 세액공제를 지원해 전기차가 경쟁력을 갖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는 이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나온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전기차를 포함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데 이어, 윤후덕 민주당 의원과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의원 19명도 지난 16일 같은 취지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국회 모빌리티포럼 세미나에서 "전기차는 기술, 공급망, 생산기반을 둘러싼 국가 간 산업경쟁의 핵심 분야"라며 "전기차를 포함한 국내생산세액공제는 국내 생산과 부품 수요를 직접 뒷받침하는 만큼 산업 생태계 전반에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친환경차에 대한 지원 규모가 더 커진다. 기후부의 2027년도 예산안에서 전기차 보급 예산은 2조 1403억원으로 올해 1조 6114억원보다 32.8% 늘었다. 지원 물량은 올해 30만 대에서 43만 대로 확대되고, 이 중 승용은 36만 8160대다. 문제는 지원이 커져도 생산지와 무관하게 지급되는 구조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국산 전기차를 지원하는 별도 장치가 마련될지가 관건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내 자동차 산업은 보조금 정책에 의존하는 정도가 큰 상태여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추가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자동차 산업은 조선업보다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3배 정도로 파급효과가 큰 만큼 보조금 확대와 함께 수입차와 차별성을 둘 수 있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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