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행정안전부가 대통령 지시 사항을 관계기관에 전달하는 데 55분이 걸리는 등 국가 재난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오는 12월 윤석열씨와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을 직접 조사해 책임 소재를 규명할 방침입니다.
특조위는 참사 4주기를 이틀 앞둔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간보고회를 열고 △경찰의 경비 공백 △인파 안전 대비 부재 △위험 환경 방치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 부재와 책임 회피 △기관별 보고·지휘 체계 작동 실패 △공식 기록 수정·은폐 △희생자 수습·이송 문제 △애도 축소와 피해자 권리 침해 △사후 제도 개선 미비 등 9가지 쟁점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송두환 위원장이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대국민 중간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참사 당일 행안부는 상황을 파악하고도 이 장관에게 보고하기까지 43분이 걸렸습니다. 대통령 윤석열씨의 지시도 55분이 지나서야 관계기관에 전파됐습니다. 지연의 배경에는 재난 대응을 서로 떠넘기려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당시 행안부 간부는 "우리 것 아니다"라며 재난 대응이 행안부 소관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고, 특조위는 이를 두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공직사회의 관성이 작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재난 대응 업무를 국가안보실에서 국정상황실로 옮겼지만, 관련 지침은 개정하지 않았습니다. 업무 이관의 근거도 결재나 서명이 없는 1~2쪽짜리 업무분장표에 불과했습니다. 대통령실이 참사 상황을 처음 보고받은 뒤 대응 회의를 열기까지는 약 99분이 걸렸습니다.
용산구에서도 재난 대응에 공백이 발생했습니다.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의 요청을 받은 박희영 당시 구청장이 대통령 비판 전단지 제거를 지시하면서 재난관리 담당자가 약 1시간15분간 자리를 비운 겁니다.
경찰도 참사에 대비할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참사 당일 이태원에 배치된 경찰관 120명 가운데 49명이 마약 단속을 맡은 반면, 인파 관리를 위한 경비기동대는 1명도 없었습니다. 용산경찰서는 경비기동대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고, 서울경찰청도 배치를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압사 위험을 알리는 신고에도 경찰은 출동하지 않았습니다. 참사 전 접수된 112신고 11건 가운데 실제 현장 출동은 1건도 없었지만, 경찰은 4건에 출동한 것으로 허위 기록했습니다. 참사 이튿날 해당 기록이 두 차례 수정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특조위는 기록 수정에 윗선의 지시나 조직적인 은폐가 있었는지 조사할 계획입니다.
한편, 이날 중간보고회에서는 서울시의 책임 규명이 빠졌다는 유가족들의 지적도 나왔습니다. 한 유가족이 "한 기관만의 책임으로 정의할 수 없다고 했는데 서울시는 왜 빠졌느냐"고 따져 묻자, 특조위는 서울시의 사전 대비와 참사 당시 부시장 등의 판단·지휘 과정을 추가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송두환 특조위원장은 그간의 조사 지연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송 위원장은 "조사 체계 정비와 자료 확보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고, 업무상 혼선과 비효율도 적시에 해결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특조위는 남은 기간 국가기관의 대응 실패가 누구의 판단과 지시에서 비롯됐는지 규명할 방침입니다. 오는 11월 소방청 관계자 등을 조사하고, 12월에는 윤석열씨와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에 대한 직접 조사를 추진합니다.
이상철 상임위원은 "한 사람의 판단 착오나 한 기관의 실수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며 "국가의 의사결정과 상황 관리, 기록의 은폐·축소 의혹을 중심으로 조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남윤서 기자 nyyys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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