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에 주52시간까지…후퇴 시작은 '대주주 50억' 원복
정부 출범 후 주요 정책 잇따라 '무산'
반발 조율 '실패'…정책 일관성 물음표
2026-10-28 17:54:20 ㅣ 2026-10-28 18:01:22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이재명정부가 출범 이후 추진해 온 주요 정책들이 잇따라 후퇴하거나 무산되고 있습니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부터 부동산 세제 개편, 금융감독 체계 개편까지 반발에 부딪혀 기존 방침을 바꾸는 사례가 이어졌습니다. 최근에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과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도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조율하지 못하면서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도 의문이 제기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잇단 정책 '유턴'에…시장 혼란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주요 정책들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과 정치권의 이견에 부딪혀 잇따라 후퇴하거나 무산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CPTPP 가입 문제에서도 확인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농·어민과의 간담회에서 "국가 전체를 위해서는 (CPTPP를) 안 할 수 없다"면서도 "임기 안에 CPTPP 가입 최종 타결이 안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협상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임기 내 가입 추진이 어려워졌음을 인정한 셈입니다.
 
정부는 그간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CPTPP 가입을 추진해 왔습니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관세를 낮추고 무역장벽을 완화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정부는 지난해 9월3일 미국의 관세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후속 대책을 발표하면서 CPTPP 가입 검토 방침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농·어민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추진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CPTPP에 가입하면 한국도 회원국에 시장을 개방해야 하는데, 농·축·수산물 분야에서 수입 경쟁이 심해질 수 있어 농·어업계가 꾸준히 반대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문제까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지난 8월27일 사회적 논의와 의견 수렴에 착수했지만 농업계와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역시 뜨거운 감자입니다. 정부는 첨단산업 육성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초광역특구 관련 법안에 연구개발(R&D) 직군 등의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지난 20일 민주당은 해당 특례를 포함한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약 10개월 만에 스스로 정책을 뒤집은 셈입니다. 민주당은 지난 1월29일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을 담지 않은 반도체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밀어붙였습니다. 당시 야권은 규제 완화를 통한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주장하며 예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노동계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메가특구의 52시간제 예외 적용이 논의되면서 야권은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노동계 역시 시대에 역행하는 법안이라는 입장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농어민과의 대화 행사에서 농어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주주 기준부터 부동산 세제까지…정책 번복
 
이처럼 정부가 정책 추진을 선언한 뒤 이를 번복한 사례는 출범 직후부터 이어졌습니다. 시작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 실패였습니다. 지난해 7월31일 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춰 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시장 위축과 이른바 '큰손'의 이탈을 우려하며 반발했습니다.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 주식시장이 출렁였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결국 정부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한발 물러섰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굳이 50억원을 10억원으로 내리자, 반드시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습니다.
 
번복은 올해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도 되풀이됐습니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을 공시가격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고, 보유세 세부담 상한을 150%에서 20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부정 여론이 확산하자 9월 초 최종 세제개편안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액은 현행 12억원, 세 부담 상한은 기존 150%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 또한 청년층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습니다. 
 
이에 청와대는 지난 9월1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정상화, 가격 정상화라는 정부의 정책 기조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 정책 노선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도 잡음은 이어졌습니다. 정부는 당초 금융위원회의 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고 금융소비자원을 신설하는 등 금융감독 체계를 개편할 계획이었습니다. 금융산업 육성과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 금융소비자 보호를 한 체계 안에서 조율할 경우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입니다.
 
그러나 야권은 충분한 논의 없이 금융감독 체계를 바꾸는 졸속 개편이라며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예고했고, 금융감독원 내부에서도 직원들이 집회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끝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지난해 9월25일 아침 고위 당·정·대 긴급회의가 열렸고, 금융감독 체계 개편안은 전면 철회됐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던 조직 개편안이 본회의 상정 당일 급제동이 걸리는 촌극이 벌어진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반복되는 정책 번복이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고 경고합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정책 설계가 정교해야 하는데 미비한 부분이 계속 드러나다 보니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이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인데도 (정책으로 인한 혼란을) 실무 장관에게 떠넘기는 것처럼 보이는 점이 국민 입장에서는 더 불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책 번복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책임을 누가 지느냐에 따라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도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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