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누르기 방지법 공방…'순자산 80% 하한' 대안될까
"정부안 적용 대상 좁고 추가 과세효과 제한적" 비판
상속세 개편만으론 한계…의무공개매수 등 병행론도
2026-10-28 18:07:33 ㅣ 2026-10-28 18:07:33
[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주가 누르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상속·증여세 개편안이 실효성 논란에 부딪혔습니다. 최대주주가 세금을 줄이려고 주가를 낮게 유지할 유인을 끊겠다는 취지지만, 적용 요건이 까다로워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상장주식에도 순자산 80% 하한을 두자는 법안이 나오면서 시가를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훈기 민주당 의원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한국소액주주연구회가 공동 주최한 '주가누르기 방지법' 토론회에서는 상장주식 과세 기준과 정부안의 한계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습니다. 이 의원이 지난 8월5일 대표발의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최대주주 등의 상장주식 평가액이 세법상 순자산가치의 0.8배에 미달하면 비상장주식 평가방법을 적용하는 내용입니다. 세금을 줄이려고 주가를 낮게 유지할 유인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발제를 맡은 김지열 쿼드자산운용 이사는 상장주식의 시가를 절대적인 과세 기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안은 업종별 상대평가와 적용 제외 기준을 두고 있어 주가 누르기 유인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 이사는 순자산가치의 80%를 과세 하한으로 두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합병·분할 때 시가 대신 자산·수익가치를 반영한 공정가액을 활용하는 것처럼 상속·증여세에도 다른 평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김 이사는 도시가스 상장사 서울가스를 가정한 시뮬레이션에서 "세율 50%, 최대주주 지분 37%를 전제로 하면 시가 기준 세액은 600억원에 못 미치지만, 개정안을 적용하면 할증평가 폐지분을 반영해도 1600억원가량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유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리 측면에서 개정안을 뒷받침했습니다. 그는 "순자산가치는 재산 무상이전 과세의 최소 하한 지표로 타당하고, 비상장주식에는 2017년부터 유사한 원칙이 확립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순자산가치가 주식의 공정한 가치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또 하한을 0.9배나 0.95배로 높이면 위헌 논란이 생길 수 있고, 청산가치를 고려하면 0.8배가 비합리적이지 않다고 짚었습니다.
 
반면 정부는 "취지는 같다"면서도 시가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김만기 재정경제부 서기관은 "비상장주식도 시가가 원칙이고 보충적 평가는 시가가 없을 때 쓰는 방식이며, 상장주식은 시가가 존재한다"는 입장을 폈습니다. "현행 제도가 부정확하다기보다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다만 "정부안의 대상이 좁고 추가 과세 효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을 귀담아듣고 있으며, 자본시장법 등 다른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8월3일 발표된 정부안은 업종별 상대순위와 장기 저평가 요건에 기대고 있어, 13반기 중 2반기만 기준을 벗어나도 적용을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좌장인 김우진 서울대 교수도 "상대평가 구조라 빠져나갈 여지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아울러 개정안에 담긴 할증평가 폐지를 언급, "저PBR 기업은 세 부담이 크게 늘 수 있는 만큼 '당근'도 함께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김태석 가치투자연구소 대표는 "주가누르기가 저PBR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법안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의무공개매수 제도 등과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한국소액주주연구회가 공동 주최한 주가 누르기 방지법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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