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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또다시 되풀이된 인재
2019-08-02 06:00:00 2019-08-02 06:00:00
지난달 31일 양천구 목동 빗물 배수시설 공사장에 시공사와 협력업체 직원 등 3명이 내려갔다가 빗물에 휩쓸려 모두 사망했다. 사고 발생 당일 오전에 협력업체 직원은 구조됐지만 인근 병원으로 이송 과정에서 숨졌으며, 1일 오전 새벽에는 실종됐던 현대걸설 직원과 미얀마 국적의 협력업체 직원의 시신 2구가 각각 수습됐다. 이들은 많은 비가 예보됐음에도 수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사실을 모른 채 현장에 투입됐다가 참변을 당해 이번 사고가 인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시공업체의 협력업체 직원 2명은 전기자개 수거 방법을 파악하기 위해 31일 오전 7시10분쯤 터널에 들어갔고, 20분 뒤에는 서울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 오전 7시31분쯤 양천구는 시운전사에 수문개방 예정 사실을 통보했고, 7시38분쯤 현대건설에도 같은 내용이 전달됐다. 7시40분에 수문이 개방됐고, 10분 뒤에 인부들을 데려오기 위해 현대건설 직원 1명이 투입됐다. 8시24분 119 구조요청으로 소방당국은 빗물에 고립돼 있다는 신고를 받고 8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수로 내부에는 갑작스레 물이 불었을 때 이를 알릴 알림벨이나 몸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고, 구명튜브와 같이 비상시 탈출할 수 있는 안전장비가 없었다.  
 
수문 개방을 두고도 현대건설과 양천구는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양천구는 두 차례 수문 개방을 통보했지만, 현대건설은 최종 권한이 양천구에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은 뒤늦게 수문을 닫으려 했지만 수문 개방 시스템의 비밀번호를 몰랐고, 양천구는 공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시설 운영은 합동으로 하게 돼 있어 수문조작 권한은 현대건설에도 있다고 반박했다. 비가 오는 상황에서 위험한 작업을 강행한 데다 노동자가 현장에 있는 사실을 모른 상태에서 수문을 열고, 위험 상황에서 비밀번호를 알지 못해 수문을 닫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번 사고는 2013년 7월15일 노동자 7명이 수몰됐던 노량진 배수 사고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폭우로 한강물이 갑자기 불어나 설치해 놓은 차단막이 터지면서 작업하던 7명이 강물에 휩쓸려 모두 숨졌다. 서울시는 사고 발생 이후 안전 매뉴얼과 대책을 내놨지만 실질적으로 밀폐 공간 내 작업 시 감시인 배치 등은 지켜지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현장에서 사고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여러 후속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대책이 대책에 그치지 않고, 철저한 안전관리와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 유사한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홍연 사회부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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