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부가 14일 주택 공급 확대를 주제로 첫 부동산 정책 토론회를 연 가운데, 공급 지표는 이미 '절벽'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입주 가능한 물량을 뜻하는 준공 실적이 올해 들어 반토막 났고, 미래 공급의 씨앗인 인허가·착공도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입주까지 3~4년이 걸리는 만큼, 어떤 대책이 나오더라도 향후 2~3년의 공급 공백은 사실상 확정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3일 국토교통부 '2026년 5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주택 준공(입주) 물량은 8만814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7% 감소했습니다. 수도권이 4만2393가구로 46.3% 줄었고, 서울도 1만3111가구에 그쳐 41.6% 줄었습니다. 특히 서울 아파트 준공은 1~5월 누계 1만690가구로 전년 동기(2만702가구) 대비 48.4% 급감해 반토막이 났습니다. 2022~2023년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급감했던 인허가·착공이 시차를 두고 입주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앞으로의 물량을 좌우하는 선행지표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국 주택 인허가는 2022년 50만6000가구에서 2023년 42만6000가구로 급감한 뒤 2024년 43만5000가구로 소폭 반등했지만, 지난해 37만9834가구로 전년 대비 35.5% 줄며 다시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올해 1~5월 누계도 9만8694가구로 전년 대비 10.6% 감소했습니다. 서울은 5월 인허가가 전년 동월 대비 147.5% 급증했지만 누계로는 1만9052가구로 1.4% 줄어 단발성 반등에 그쳤고, 1~5월 착공은 9630가구로 10.7%, 이 중 아파트는 6615가구로 25.3% 감소했습니다. 준공에 앞서는 지표들이 계속 마르고 있어 공급 위축이 시차를 두고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서울 입주, 3년 내리 감소…2028년엔 '3분의 1토막'
입주 절벽의 깊이는 본지가 부동산R114에 의뢰해 확보한 2023~2028년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 자료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5245가구로 지난해(3만7103가구)보다 32.0% 줄어듭니다. 감소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2027년 1만8682가구, 2028년 1만3683가구로 3년 내리 줄어, 2028년 물량은 지난해의 37% 수준까지 쪼그라듭니다. 시장에서 서울의 적정 신규 수요로 보는 연간 4만~5만가구와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칩니다. 직전 3년(2023~2025년) 서울에 입주한 아파트가 10만2172가구인데, 향후 3년(2026~2028년) 입주 예정 물량은 5만7610가구로 43.6% 적습니다.
전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전국 입주 예정 물량은 19만7781가구로 지난해(27만4455가구)보다 27.9% 줄며 20만가구 선이 무너집니다. 2027년 23만가구로 일시 반등하지만 이는 경기(8만9917가구) 물량이 이끄는 것으로, 2028년에는 17만585가구까지 다시 줄어 2023년(36만7149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게 됩니다. 월별로 보면 당장 이달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이 1500가구에 그치고, 11월에는 731가구까지 떨어집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새집 씨가 마르자 '수십억 웃돈'
신축 희소성이 커지자 새 아파트를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는 입주권·분양권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 전용 84㎡ 입주권은 1년 전 52억원에서 올해 67억원으로 15억원 뛰었고, 광진구 강변역 센트럴 아이파크 전용 84㎡ 분양권은 같은 기간 14억9380만원에서 22억원으로 7억원 넘게 올랐습니다.
정부도 총력전에 나선 상태입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관훈토론회에서 "닥치고 (주택을) 지어야 한다"며 폐교·공공부지·그린벨트까지 주택 부지로 발굴하겠다고 했고, 국토부는 주택공급추진본부를 중심으로 공공주택을 올해 6만2000가구, 내년 7만가구 이상 착공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습니다. 실제 올해 1~5월 전국 착공(9만4367가구)과 분양(8만6348가구)은 각각 27.0%, 63.0% 늘었습니다.
그러나 이 회복세는 극도로 부진했던 지난해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착공 증가분은 지방(+56.6%)이 주도했고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은 8.1% 늘어나는 데 그쳤으며, 정작 서울 아파트 착공은 뒷걸음질 쳤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삽을 뜨는 물량은 착공에서 입주까지 3~4년이 걸려 빨라야 2029년 전후에나 시장에 풀립니다. 착공 드라이브가 2029년 이후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미 예고된 향후 2~3년의 입주 공백에는 손을 쓸 수 없는 구조입니다.
전문가들은 수요 억제 중심 정책의 효과가 한계에 달한 만큼 공급을 앞당기는 쪽으로 무게를 옮겨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성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 착공 물량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라며 "당시에는 경기 회복 과정에서 주택 수요 자체가 줄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수요가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어 공급 감소의 파급력이 훨씬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하지 못한 비아파트 사업을 정상화하고, 시장의 관심이 큰 3기 신도시의 공급 일정과 추진 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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