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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길 '불안·설렘' 교차…학부모들 "집에만 있을수 없으니"
(르포)서울 세륜초 현장 가보니, 거리두기 지키기 '미흡'
2020-05-27 18:00:00 2020-05-27 18: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마스크 착용이 습관이 돼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죠."
 
87일만에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생이 등교하는 27일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유치원생 딸의 손을 잡고 등교길에 나선 오모씨는 <뉴스토마토> 기자와 만나 "그래도 불안해 손소독제를 자녀들에게 챙겨줬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송파 세륜초등학교 등교길에 만난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고, 아이들은 친구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설레는 모습을 보였다. 1학년 손자를 데리고 학교로 가던 박모씨는 "손주가 집을 나서면서 '꿈같다'고 하더라"며 "코로나가 종식될 것 같지 않고 언제까지 집에만 있을수는 없으니"고 넋두리를 늘어놨다.
 
학생들은 교문에서 발열 체크를 하고 손소독제를 손에 발랐다. 수업 시간이 가까워오자 수십명이 방역 절차를 거치면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날 수업은 오전 9시10분에 시작해 오후 12시까지 이어졌다. 이후 12시40분까지 점심 시간으로, 각 가정은 급식 여부를 이미 선택해놓은 상태였다.
 
따라서 하교 시간대도 크게 점심 시간 이전과 이후로 나눠졌다. 급식을 택하지 않은 학부모들은 12시쯤에 교문 밖에서 자녀를 맞이했다. 나머지 학부모들은 30분 가량 동안 정문과 울타리 너머와 울타리 틈을 들여다보기에 바빴다. 교문 앞에는 코로나19 확산 차단 목적으로 벨트차단봉이 쳐져 들어갈 수 없게 돼있었다.
 
재회한 가족들은 등교 때 미처 누리지 못한 입학식 기분을 조금이라도 만끽하려 했다. 초등학생 일부는 학교에서 받아온 조화를 들고 나왔고, 병설유치원 아동들은 보라색 별 모양의 풍선을 잡고 있었다. 정문이나 학교 울타리를 배경으로 자녀에게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도처에서 눈에 띄었다.
 
방역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는 풍경도 있었다. 저학년 아들이 나오자 분무기형 소독제를 아들 몸에 연신 뿌려대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유치원생 딸을 다시 만난 한 학부모는 방역물품까지 들어있는 가방을 바라보며 "가방이 무겁지 않느냐"고 물었다.
 
불안함에 아예 등교하지 않기로 결정한 가정이 있을 정도였다. 세륜초 1학년과 2학년 202명 중 6명이 가정학습의 형태로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해 집에 남기로 했다.
 
이에 대해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인 박현지 교사는 “책상마다 가림막을 설치해 접촉을 최대한 배제했고 화장실에도 발바닥 모양 스티커를 붙여서 학생들이 1m 간격을 유지하도록 했다”며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아이들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옥의 티'도 눈에 띄었다. 등교 시간에 줄이 늘어설 때 1~2m 간격이 제대로 지켜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또 하교 막판에는 벨트차단봉이 거둬지면서 일부 학부모가 교문 안으로 들어가 자녀를 데리고 나왔다.
 
이날 교육부는 학부모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개정한 방역 지침을 내놓았다. 유증사자가 발견될 경우, 이전에는 학교가 보호자와 연락해 선별진료소 방문을 안내한다는 조항만 있었으나 새 지침에는 보호자와 연락이 안되거나 보호자가 희망하면 119 신고해 지원받는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27일 서울 송파구 세륜초 교문부터 줄이 길게 늘어서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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