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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

화장품 냄새까지 항의…수능 감독관 보호책 필요

수능 감독관, 교사들 기피 업무…감수해야 할 위험부담 커

2023-12-0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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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감독관 업무를 하는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매년 크고 작은 민원에 시달리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교원단체들은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수능 감독관 보호책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최대한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벌 받는 것처럼 힘들어"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수능 감독관은 교사들이 맡기 싫어하는 기피 업무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작은 행동·소리에도 수험생들의 항의를 받을 수 있어 조심스러운 데다 수험생의 부정행위를 발견해 조치한 경우 분쟁에 휘말리거나 소송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감수해야 할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올해 수능에서는 서울의 한 학교에서 감독관 업무를 하던 한 교사가 시험 종료 벨이 울린 이후 답안지 OMR 카드에 마킹하려던 수험생을 적발해 부정행위 처리하자 학부모가 해당 교사의 학교를 알아내 찾아가 1인 시위를 벌이고 전화로 폭언까지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해당 학부모를 서울 양천경찰서에 협박·명예 훼손·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사례 외에도 수능 감독관들은 매년 다양한 이유로 민원을 받고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수능 관련 민원은 5448건이나 됩니다. 민원의 상당수는 감독관의 행동이나 복장, 발걸음 소리, 종이 넘기는 소리 등과 같은 내용입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A씨는 "수능 감독관을 들어가면 수험생들이 작은 행동이나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최대한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이게 벌 받는 것처럼 힘들다"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거나 하는 부분은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인데도 항의받을까 봐 눈치 보일 정도"라고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교사 B씨는 "화장품 냄새가 진하다든가 감독관이 지나가다 옷에 정전기가 발생해 방해됐다고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고 들었다"면서 "수험생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험이니 예민하고 민감한 것은 이해가 가지만 너무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수능이 치러진 이후에도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감독관이 기침하는 소리를 냈다", "감독관이 화려한 색의 옷을 입어 집중이 안 됐다", "감독관이 쳐다봐서 부담스러웠다" 등의 불만 글이 쏟아졌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감독관 업무를 하는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매년 크고 작은 민원에 시달리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수능일인 지난 16일 서울 용산고에서 수능 감독관이 수험생들에게 답안지를 배부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교사 개인 신상 정보 보호를 위한 방안도 필요"
 
이로 인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각 시·도교육청은 '수능 감독관 유의사항'에 추후 민원 소지가 있는 행동을 안내하고, 이를 하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수능 감독관 대상 연수에서도 소음을 낼 수 있는 구두를 신지 않거나 향수를 뿌리지 말아 달라는 등의 요청을 합니다.
 
교원단체들은 이러한 민원으로부터 수능 감독관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 감독관의 소송 비용을 지원하는 단체 보험 가입 등의 도움을 주고 있으나 수험생·학부모가 감독관에게 직접 강한 민원을 제기하고 위해를 가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명확한 매뉴얼도 없는 상황입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육당국이 교사들의 수능 감독 고충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인 배려와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최근 발생한 수능 감독관 교권 침해 사건을 계기로 감독관들이 다른 고충은 없었는지 전수조사를 실시해 그 내용을 바탕으로 교사 보호·민원 대응·소송 지원 방안 등과 같은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수능 감독관의 개인 정보 보호 조치가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수능 감독관이 이름표를 달고 있는데 굳이 감독관의 이름을 노출시킬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교사 개인의 신상 노출 가능성을 없애는 등 정보 보호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감독관 업무를 하는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매년 크고 작은 민원에 시달리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수능일인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서 시험 감독관이 수험생 본인 확인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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