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쿠팡에서 3370만건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소비자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에 전자상거래 업계 전반에 대한 보안 실태 점검 필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는데요.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10여년간 이커머스 업계와 주요 유통 기업에서 대규모 유출 사고가 반복돼왔고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한 중국계 이커머스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를 둘러싼 개인정보 우려도 다시금 커지고 있습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옥션은 해커 침입으로 1080만명의 회원 정보가 노출됐으며 2018년 위메프에서는 서버 설정 오류가 발생해 일부 고객 정보가 검색엔진에 노출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신용카드 등 민감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지만 기본적인 개인정보 관리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죠.
특히 쿠팡의 개인정보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지난 2021년 쿠팡 애플리케이션에서 약 31만명의 회원 정보가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가 즉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에 쿠팡은 당시 강희승 대표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도 쿠팡은 다음날 오전에 사과문을 배포했고 정작 피해자들에게는 오후 3시가 지나서야 통보해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고객이 취해야 할 조치는 없다는 사과문 문구 역시 소비자들의 분노를 키운 바 있죠.
이처럼 최근 수년간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며 온라인 쇼핑 업계 전반의 보안 취약성이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번 쿠팡 대규모 유출이 알려진 지 며칠 지나지 않아 G마켓에서도 60여명의 계정이 도용돼 스마일페이로 무단 결제가 발생하는 사건이 확인됐는데요. 개인당 20만~30만원이 결제됐고 G마켓은 즉시 본인 인증 절차를 강화했으나 소비자 불안은 이미 커진 뒤였습니다.
3000만명이 넘는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쿠팡 사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내 계정에 접속한 기기가 내가 모르는 곳으로 표시됐다"는 인증 글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위치가 대한민국이 아니라 필리핀·홍콩 등 해외로 표시된 로그인 기록도 다수 보고됐습니다.
쿠팡은 "로그인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는 "그렇다면 왜 내 계정에서 해외 로그인 흔적이 남느냐"며 불신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쿠팡 박대준 대표는 국회 국감장에서 "알 수 없는 로그인 기록과 관련해 신속히 고객에게 안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해외 결제 승인 알림이 뜨거나 쿠팡을 사칭한 스미싱 문자와 스팸 전화가 하루에도 수차례 온다는 피해 제보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쿠팡 계정이 중국 타오바오에서 4만~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정보 유출 불안감이 커지자 국내에서 급성장한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을 둘러싼 개인정보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는데요. 앞서 테무는 지난 5월 해외 여러 사업자에게 배송 정보를 위탁하고도 이를 고지하지 않아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얼굴 영상·신분증 등 민감 정보 수집과 함께 과도하게 복잡한 탈퇴 절차도 위반 사항으로 지적됐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도 지난해 국내 이용자 정보를 국외 판매자에게 제공하면서 동의 절차를 지키지 않아 제재를 받았죠. 올해 알리바바와 합작 법인을 설립한 신세계그룹 자회사 G마켓은 개인정보 해외 이전 가능성 우려 속에 주말 긴급 보안 점검에 착수하는 등 C커머스 전반에 대한 보안 경계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불안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은 탈퇴를 시도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탈퇴 절차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등 불편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소비자 보호를 강조해온 쿠팡이 정작 위기 상황에서는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불만도 적지 않은데요.
집단소송 움직임도 거셉니다. 3일 오전 기준 쿠팡을 상대로 공동 소송을 추진하는 네이버 카페는 약 30개이며 회원 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요.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인터파크·옥션 사태 때도 수만명이 소송에 나섰지만 대부분 패소한 사례가 있어 이번에도 법적 싸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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