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중지란 국힘, 청문회 검증도 의지 실종
'인적 쇄신' 놓고 안철수와 쌍권 과거 폭로까지
속전속결 혁신위원장 임명에 당 안팎서 '비관'
2025-07-09 17:56:04 2025-07-09 17:56:04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국민의힘이 9일 새 혁신위원장으로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낙점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 7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되자마자 전격 사퇴한 지 이틀 만입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혁신의 동력에 대한 의문이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의원의 돌연 사퇴를 두고 당내 갈등이 재점화하는 양상입니다. 이처럼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 계속되면서 다음 주 열리는 인사청문회 검증도 뒷전이란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의원들이 경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철수 "인적 쇄신부터"…'쌍권' "비열한 행태"
 
국민의힘 '쌍권'(권영세·권성동 의원) 전임 지도부가 자신들을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안철수 의원을 향해 역공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사퇴한 것을 두고 "비열한 행태" "위기 속에서도 일신의 영달을 우선하는 모습"이라며 맹비난했습니다. 그러자 안 의원은 인물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앞서 안 의원은 지난 7일 혁신위원장을 수락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원회를 거부한다"며 사퇴했습니다. 당시 안 의원은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에게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며 대선 패배의 책임 있는 지도부의 탈당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송 비대위원장은 이를 거부했고, 안 의원은 전권을 부여받지 않은 혁신위원장에 사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지난 대선 당시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기 상황에서도 일신의 영달을 우선하는 모습"이라며 안 의원을 비판했습니다. 이어 "지난달 30일 안 의원이 제 사무실을 찾아와 장기간 여러 현안을 논의했다. 당시 안 의원은 정책 쇄신을 강조하면서 전당대회 출마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는데 주말 사이 급작스럽게 벌어진 '철수 작전'의 배경은 이미 드러나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선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권영세 의원도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의 이익 추구를 마치 공익인 양 포장하며 당을 내분으로 몰아넣는 비열한 행태"라며 안 의원을 저격했습니다. 이어 "보수 재건을 위해 노력해도 부족할 상황에서 일부 인사들이 자신의 이익 추구를 마치 공익인 양, 개혁인 양 포장해 당을 내분으로 몰아넣는 비열한 행태는 보이는 것은 개탄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안 의원은 두 사람을 향해 "조목조목 할 말은 있지만 삼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본인들의 생각이나 입장이 있으니 거기에 대해 존중하고, 서로 설전을 벌이는 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저는 쇄신 대상을 단 한 번도 어떤 분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정치적 책임 있는 자들은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발언을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용태·친한계 등 '윤희숙 혁신위' 무용론 제기
 
당내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새 혁신위원장이 임명됐지만, 당 안팎으로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송 비대위원장은 이날 윤희숙 위원장 임명과 관련해 "중도 보수를 대표하는 경제통인 윤 원장이 위원장직을 맡아 혁신 업무를 잘 이끌어주리라 믿는다"며 "실패한 과거와 결별하고 수도권 민심으로 다가가는 정책 전문 정당으로 거듭나는 혁신 조타수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 위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으로 중도 보수 성향의 경제통으로 통하는데요. 당내에서는 윤 위원장이 혁신위원장으로 '적임자'라 하나,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당 혁신에 나설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됩니다. 특히 지난 대선부터 지난달까지 비대위원장을 지낸 김용태 의원이 현 상황을 '코미디'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김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지금 상황은 혁신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금 혁신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올라와 있다. 그러기 위해 인적 청산, 인적 쇄신을 말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그런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총선까지 3년이 남은 상황에서 인적 청산 대상들이 뭉쳐 혁신위를 좌초시키거나 공격하게 되면 혁신위가 성공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습니다. 이날 1973년생 이하 친한계 모임 '언더73'은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까지 남은 40일 동안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며 "전 당원들이 과연 납득할 혁신위원장인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우려는 실제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는데요. 윤 위원장은 혁신위원장 임명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쌍권 전임 지도부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우리 당원은 특정인에게 칼을 휘두를 권한을 어떤 개인에게도 준 적이 없다"며 '인적 쇄신'에 선을 그었습니다. 또 전권을 부여받았는지에 대해선 "그런 얘기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저와 지도부 모두 절박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며 모호한 말로 즉답을 피했습니다. 당 내부에선 "당장 다음 주 인사청문회 정국인데, 당 자중지란에 동력도 없는 상황"이라며 "정국 주도권을 탈환할 기회를 또 실기할까 우려스럽다"는 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