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연말을 앞두고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지개를 켜면서 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올해 두 차례의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 충실 의무가 강화되는 등 주주 친화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까지 높아지면서 기업 부담 가중되는 모습입니다.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을지로 마천루. (사진=뉴시스)
12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토종 헤지펀드 운용사인 쿼드자산운용은 전날 조선·해양 특수 조명 기업인 대양전기공업에 공개서한을 통해 주주환원 확대와 최대주주 개인회사 간 합병을 요구했습니다.
미국의 조선업 부활(MASGA)프로젝트와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해외 잠수함 수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양전기공업의 성장을 주주와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입니다. 이를 위해 쿼드자산운용은 최대주주 개인회사인 대양전장을 인수·합병해 소액주주 간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고 총 주주환원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해 자본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쿼드자산운용의 주주행동은 올해 들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연초 한국단자공업과 매커스를 상대로 대규모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를 이끌어낸 쿼드자산운용의 입김이 조선업까지 확장한 셈입니다. 현재 쿼드자산운용은 대양전기공업의 보통주 38만711주(발행주식 총수의 4.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 움직임은 하반기 들어 더욱 눈에 띄는 상황입니다.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결집시키기 위해선 주주명부가 폐쇄되는 연말까지 지분을 추가적으로 확보하고 주주제안을 해야 할 시기가 도래한 까닭입니다.
앞서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을 타깃 삼아 △이사회 구성 개선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한 자사주 매입 △자본 배분 체계 수립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팰리서가 주가 부양 필요성을 명분 삼아 내년 주총에서 기업가치 제고 요구를 한다면 LG화학 측에는 경영 전략 변동과 함께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가 지분 보유 목적 변경 공시도 기업에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앞서 토종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달 28일 치과 솔루션 기업 덴티움, 전자부품 기업인 솔루엠, 클라우드기업 가비아의 주식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경영권 영향 목적’으로 변경했습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아직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내걸지 않았지만, 내년 초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 밖에 VIP자산운용은 하반기 들어 넥센타이어 지분율을 0.99% 늘렸고 경영권 분쟁을 하던 콜마그룹의 경우 미국 행동주의 사모펀인드 달튼인베스트먼트가 합세하며 윤상현 부회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연이은 공개서한 발표와 지분 보유 목적 변경 공시가 이어지면서 행동주의 펀드와 경영진 간 힘겨루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배당 확대 등 재무적 요구에 머물렀던 행동주의 펀드가 이제는 지배구조 개편, 중복상장, 물적분할 반대 등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주총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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