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3일 군 지휘관들에게 "12·3 불법 비상계엄 당시 내가 주요 지휘관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 것인가?'라는 자문(自問)을 해야 한다"며 "이 질문 앞에서 흔들림 없이 자신의 직을 걸고 헌법과 국민에게 충성할 수 있는 사람만이 '국민의 군대 재건'이라는 사명을 완수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안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장성은 '별의 무게'를 느끼면서 결심하고 결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최고의 계급"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12·3 불법 비상계엄 당시 내란에 가담했던 장성들이 위헌적 명령을 분별하지 못하고 '단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태도를 보인데 대한 국민의 싸늘한 시선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안 장관의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안 장관은 "역사적으로 5·16 군사정변, 12·12 군사반란 등 우리 현대사의 상흔 속에서 철저한 단죄와 성찰이 부족했고, 적당히 상처를 덮어버렸기에 또다시 12·3 불법 비상계엄의 비극이 반복됐다"며 "앞으로 우리 군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적당주의의 유혹과 결별하고 '옳은 것은 옳다, 그른 것은 그르다' 말하며 시시비비를 분별할 수 있는 명민한 지성과 쇄신의 용기를 택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특히 안 장관은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 썩은 나무로 조각할 수 없듯이 반면교사(反面敎師) 없이 국민의 군대 재건은 불가능하다"며 "훗날 후배들이 '반면교사를 통해 국민의 군대를 재건한 여러분'을 정면교사(正面敎師)로 삼을 수 있도록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3일 열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안보환경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사용하던 기존의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도 없다"는 말로 자신의 인식을 내보였습니다.
안 장관은 "더이상 '엄중하다'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다"며 △2040년 군구조 개편 △국민주권정부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오고 싶은 군대, 떠나고 싶지 않은 군대를 내년 국방정책의 주요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군구조 개편과 관련해 안 장관은 "미래합동작전 개념과 싸우는 방법을 재정립하고, 군 구조 개편을 통해 그에 맞는 병력 구조, 부대 구조, 전력 구조를 한 몸처럼 최적화해야 한다"며 "이미 예견된 인구 절벽 상황에서 미래 군구조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생존의 문제로서, 인공지능(AI) 기반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구축하고 병력절감형 군 구조로 개편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안 장관은 "2040년 군 구조 개편은 미래 대한민국 국민을 지키겠다는 우리의 약속임을 명심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서는 "수십 년간 축적해온 우리 군의 노력으로 전작권 전환이 목전에 다다랐다"며 "내년 미래연합사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은 전작권 전환을 향한 우리의 의지와 진정성을 증명하는 시험대이자, 전작권 전환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작권 전환은 '더 강한 대한민국'을 의미하고, '더 강한 대한민국은 더 굳건한 한·미 동맹'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며 "전작권 전환은 자주국방을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이자 강력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안 장관은 "우리는 이미 준비되었다고 굳게 믿는다"며 "국민주권정부 임기 내 전작권을 전환하여 자주국방의 길 위에서 후배들이 전시에 스스로 기획하고 작전할 수 있는 군대를 이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이 밖에도 안 장관은 "군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강하게 느끼는, 오고 싶은 군대, 떠나고 싶지 않은 군대가 돼야 한다"며 "발상의 전환을 통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급여 체계와 복지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3일 오후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이날 회의에는 진영승 합참의장과 각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을 비롯해 국방부·합참·각군 및 기관의 주요 직위자 15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12·3 내란 이후 전 군의 중장급 이상 지휘관에 한자리에 모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국민의 군대' 재건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미래 안보 환경에 최적화된 군 구조 개편, 간부 처우·복지 개선, 전작권 전환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습니다.
'국민의 군대' 재건을 위해서는 헌법의 가치, 군형법에 대한 심도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군 구조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AI·무인자산을 활용한 경계작전체계 혁신, 민간 인력 활용 확대 방안 등에 대한 필요성이 제시됐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입니다.
아울러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 추진과 관련해 내년 연합연습과 연계한 전환 조건 충족을 위한 추진 로드맵에 대한 의견 수렴과 군인에 대한 차별화된 보수 체계 마련, 도심지 주거단지 타운화 조성 등 장병 처우 개선 방안들이 활발히 논의됐다고 전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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