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2018년 중국자본 ‘더블스타’에 인수된 금호타이어가 불공정거래 행위 혐의에 따른 소송 리스크에 직면했습니다. 금호타이어 미국법인(KUSA) 등을 상대로 협력업체가 미국에서 제기한 400만달러(약 61억원) 규모의 물류비 미지급 소송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국내로 전이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양측의 갈등으로 지난 2024년 시작된 소송전은 금호타이어 측이 손실 청구와 법이 허용하는 최고 한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반소(맞소송)를 제기하면서 난타전으로 비화하는 양상입니다.
경기 용인시에 있는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사진=금호타이어)
1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국제 물류 운송 전문 한국계 미 기업인 A업체는 최근 금호타이어 한국 본사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민·형사상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A업체는 지난 2024년 미 텍사스주 남부 지방법원에 물류비 미지급 등 계약 위반 혐의로 400만달러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이번 사태에 대한 본사 차원의 해결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국내 대응에 나선 겁니다. 미국 내 소송은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A업체가 금호타이어 본사로까지 법적 칼날을 겨누면서 갈등이 국내 소송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계약 끼어든 에이전트…갑질·대금 미지급”
미 법원에 제출된 소장 등을 보면 A업체는 금호타이어 본사와 미 법인 KUSA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로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금호타이어 본사 지시로 KUSA가 중간 에이전트와의 석연치 않은 거래를 강요했고, 이후 에이전트로부터 단가 후려치기와 물류비 미지급 등 부당행위를 당했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입니다.
송사의 원인이 된 갈등은 지난 20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A업체는 KUSA의 북미 지역 물류 운송 입찰에 참여해 미국 내 일부 구간의 운송 사업자로 선정됐고, 그해 2월13일 KUSA와 운송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KUSA가 갑작스럽게 물류 에이전트 회사인 B업체를 중간에 낀 형태의 거래를 요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계약 구조가 KUSA→B업체→A업체로 바뀌었다는 것이 A업체의 주장입니다. A업체는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기에, 금호타이어와 KUSA를 믿고 불가피하게 B업체와 명목상으로 거래했다”면서 “이후 3월부터 KUSA의 지휘·통제하에 운송 업무를 수행했다”고 했습니다.
A업체는 이후 KUSA의 지시를 받고 운송 업무를 시작했지만, 에이전트인 B사로부터 제대로 된 물류비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KUSA로부터 대금을 받은 B업체가 지급을 미뤄, 대금을 청구할 때마다 운임 단가 및 부대비용에 대한 추가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는 것입니다.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화물 운송 지시서와 송장 등을 보면 A업체는 계약 이후 약 3개월간 장·단거리 운송 대금으로 약 350만달러의 비용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A업체가 수령한 금액은 전체 청구 금액의 1/10 수준인 35만달러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수차례 운임 인하를 거절하자 B업체가 기존 계약의 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운송 중단을 지시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A업체는 주장합니다.
금호타이어 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중국 대주주 ‘통행세’ 등 유착 의심”
상황이 악화하자, A업체는 KUSA에 직접 대금 지급에 관한 협조를 요청하며 증빙 자료를 제출하는 등 합의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대금은 지급되지 않았고 결국 A업체는 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릅니다. A업체는 미지급 운송대금 약 310만달러와 변호사 비용을 포함해 총 400만달러 규모의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A업체는 물류비 미지급 외에도 계약 구조에 불공정거래 행위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직계약 형태에서 합당한 이유 없이 중간업체를 개입시킨 일련의 구조가 이른바 ‘통행세’를 제공케 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제45조 9항) ‘다른 사업자와 직접 상품·용역을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KUSA와 A업체, B업체 모두 해외 법인으로 현지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더라도, 본사인 금호타이어의 재무 구조 등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공정거래법의 ‘역외적용’을 받을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한 A업체는 이러한 계약 구조의 배경에 금호타이어 본사의 최대 주주인 중국자본 더블스타와 B업체의 유착 관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중국 더블스타의 지시 또는 묵인으로 계약 구조가 변경됐고, 이를 통해 부당이득을 챙기고 갑질을 행사해 형법상 배임죄 적용도 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A업체는 “이번 손해가 비정상적인 거래 형태를 만들어낸 금호타이어 본사와 대주주인 더블스타, KUSA, B업체 간 모종의 뒷거래 및 불법행위 공모에 따른 것이라고 강하게 의심된다”며 “B사가 갑자기 등장한 배경에 중국 더블스타 측 인사인 ㅇㅇ씨가 압력을 행사했다”고 했습니다.
금호타이어 “A업체 주장, 근거 없어”
금호타이어는 이 같은 A업체의 주장이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현재 소송 중인 사안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본사에 내용증명 형태로 보내 압박하는 것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금호타이어의 대주주인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의 차이융썬 회장. (사진=연합뉴스)
먼저 금호타이어는 A업체와 계약한 당사자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두 차례 만난 자리에서 “당초 KUSA가 직계약한 것은 B업체고, B업체가 A업체에 하청을 준 구조에서 비롯된 B와 A와의 분쟁”이라며 “중간에 업체를 끼워 계약을 변경했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거듭 설명했습니다. 이는 A업체가 주장하는 통행세 등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와 배치되는 대목입니다.
이어 “B업체가 A업체에 대금을 미지급했다는 부분도 A업체가 B업체에 대금을 과다 청구해 지급이 거절된 것으로 안다”며 “정상적인 대금은 지급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중국 본사와의 유착 관계 역시 A업체의 주장일 뿐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A업체가 B업체의 연결 고리로 의심하는 ㅇㅇ씨는 중국 대주주와 금호타이어를 연결해 주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수행할 뿐, 회사 경영에 권한이 없는 인물”이라며 “의혹을 제기하는 A업체도 이를 입증 못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금호타이어는 A업체로 인해 손실이 발생했다며 맞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입니다. 금호타이어 대주주인 ‘더블스타’가 중국 증권당국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금호타이어 측은 이번 400만달러의 소송에 대해 반소(맞소송)를 제기한 상태입니다. KUSA는 A업체로 인해 도리어 25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청구함과 동시에 법이 허용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배상금을 ‘징벌적 손해배상’ 명목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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