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수사…'부정선거 시위대' 처벌도 주목
선관위 고발 사건 광수대 배당…원인 규명 착수
고의성 여부가 쟁점…직무유기 성립에는 '의문'
시위대 '공무집행 ·특수공무 방해' 혐의도 관건
2026-06-05 18:45:55 2026-06-05 18:45:55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경찰이 6·3 지방선거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를 들여다보는 겁니다. 다만 선관위의 선거사무 부실관리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형사처벌까지 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반면 투표용지 부족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투표함 반출을 막아서며 물리력을 행사한 부정선거론 시위대에 대해선 사법처리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에서 대국민 사과문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 광역수사대에 '선관위 수사' 배당해
 
5일 서울경찰청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을 직무유기·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을 광역범죄수사대에 배당했습니다. 경찰은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서울 송파구 등 일부 지역에서 실제 투표가 중단되거나 지연되게 만든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정확한 원인과 책임 소재를 살필 예정입니다. 
 
이번 사태는 선관위가 내부 지침을 변경해 지방선거 투표용지 인쇄 기준을 무리하게 완화하면서 비롯됐습니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투표용지 인쇄량 하한선을 기존 선거인 숫자의 60%(2022년 지방선거 기준)에서 50%까지 낮출 수 있도록 지침을 수정한 바 있습니다.
 
이는 선관위가 2022년 한국행정연구원에 의뢰한 정책연구용역 보고서의 권고를 참고한 결과였습니다. 당시 보고서는 "지방선거는 선거인 수 대비 약 60% 수준만 인쇄해도 잔여 용지가 과다하게 발생해 보관·폐기 비용이 낭비된다"고 했습니다. 실제 지방선거 투표율은 2018년 7회 선거 때 60%를 넘겼으나 2022년 8회 선거 땐 50% 수준으로 하락했었습니다.
 
선관위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서도 "최근 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이 지속적으로 증가, 사전투표율이 높은 지역은 본투표일 때 투표용지가 너무 많이 남는 경향이 있었다. 인쇄·회수·보관·폐기 과정의 효율성을 고려해 선거일 투표용지 감축하자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쟁점은 고의 여부…형사처벌 가능성 낮아
 
쟁점은 이런 판단이 단순한 행정상 실수인지, 형사처벌이 가능한 직무유기에 해당하는지입니다. 형법 제122조(직무유기)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 수행을 거부하거나 유기한 경우 직무유기죄로 처벌하도록 명시했습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투표용지 인쇄 기준 변경 경위와 의사결정 과정, 고의성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팔 볼 걸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박용대 변호사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발생하면 안 되는 만큼 투표용지 부족은 굉장히 큰 실수가 맞다"면서도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정치적·행정적 책임은 물을 수 있겠지만 형사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직무유기죄 성립 요건 자체가 엄격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필성 변호사는 "직무유기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며 "단순한 실수나 판단 착오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직무유기죄는 공무원이 의도적으로 직무 수행을 포기하거나 방치한 경우를 의미한다"며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경위와 의사결정 과정을 확인하겠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만으로는 직무유기 혐의 입증이 간단하지 않다"라고 했습니다.
 
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특정 부분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며 수사 소요 기간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드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개표 방해한 부정선거론자는 '선거법 위반'? 
 
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함이 반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은 선관위 수사와 동시에 투표함 보관·반출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일으킨 부정선거 시위대의 위법 행위도 엄중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앞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촉발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서울 송파구 우성아파트 경로당)에선 '투표용지 부족=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3일 밤부터 5일까지 사흘간 투표소를 에워싸고 투표함 반출을 막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는 4일엔 선관위 직원과, 5일엔 투표소에서 투표함을 빼내 옮기는 경찰과 충돌했습니다. 특히 시위대가 투표함 반출을 저지하면서 서울시장 등 일부 선거의 개표 작업이 늦어져 당선인 확정이 지연됐고, 일부 지역에선 뒤늦은 개표로 투표 결과가 뒤바뀌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시위대의 행동이 형법 제136조(공무집행방해), 제144조(특수공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선관위가 실제로 시위대를 고소·고발할 가능성은 낮지만, 범죄 특성상 공무집행방해와 특수공무방해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시위대의 행위가 국가기관 작용에 해를 가한 행동이라고 판단되면 경찰은 자체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겁니다. 
 
투표함 반출 저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도 저촉됩니다. 공직선거법 제242조(투표·개표의 간섭 및 방해죄)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투표·개표에 간섭한 사람 또는 투표·개표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실제 적용 여부는 '정당한 사유' 해석과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더구나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원인이 제공됐기 때문에 '정당한 사유'로 보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집니다.
 
선관위 측은 "현재는 개표 진행 작업을 비롯해 대국민 사과 등 조치에 신경 쓰고 있다"며 "선거법 위반 행위가 있다면 확인해 추후 조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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