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수주전, 진흙탕 싸움에 상처뿐인 ‘승리’
한화오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우협 선정
2년간 사업 지연…여론전·소송전 등 갈등 확대
양사 모두 상처…기술 연속성·원팀 회복 과제
2026-07-02 16:19:22 2026-07-02 17:07:00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한화오션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업체로 선정되면서 2년여간 지연됐던 사업이 다시 움직이게 됐습니다. 다만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둘러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소송전·여론전, 방위사업청의 조정 부재가 맞물리며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진 만큼 후유증도 적지 않을 전망입니다. 사업 정상화의 계기는 마련됐지만, 국내 함정 업계를 대표하는 두 회사가 2년 넘게 정면충돌한 만큼 향후 K방산의 ‘원팀’ 기조 회복은 숙제로 남게 됐습니다.
 
한화오션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조감도. (사진=한화오션)
 
방사청이 발주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업체로 한화오션이 선정된 데에는, HD현대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대한 패널티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앞서 방사청은 지난달 11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에 최종 평가 점수를 통보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기술능력평가에서 한화오션을 0.6425점 앞섰지만,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따른 보안감점 1.2점이 적용되면서 총점에서 0.5867점 뒤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가처분 신청과 이의제기 등으로 맞섰지만, 법원 등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한화오션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계약금액과 기간 등 구체적인 조건은 향후 협상을 거쳐 확정될 예정입니다.
 
KDDX는 총 7조8000억원가량을 투입해 6000톤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 6척을 확보하는 대형 함정 사업입니다. 선체와 전투체계, 다기능 레이더, 수직발사체계 등 핵심 장비를 국내 기술 중심으로 통합하는 사업으로, 국내 함정 기술 자립과 수출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플랫폼으로 평가됩니다.
 
치열했던 2년 간의 ‘혈투’
 
KDDX 수주전은 단순한 경쟁을 넘어 소송전과 여론전, 대관 경쟁까지 얽힌 ‘진흙탕 싸움’이었습니다.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까지 수의계약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한화오션은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보안감점 등을 이유로 경쟁입찰이 필요하다고 맞서면서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습니다.
 
이들의 갈등은 2024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때부터 비롯됐습니다. 함정 건조는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는데, KDDX의 경우 개념설계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맡았고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행한 바 있습니다.
 
통상 함정 사업은 기술 연속성과 전력화 일정 등을 고려해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이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당시에는 HD현대중공업이 해당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맡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그러나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KDDX 관련 군사기밀을 불법 취득해 내부망에 공유한 혐의 등으로 2022년 11월과 2023년 12월 잇따라 유죄가 확정되면서 양사 공방은 본격화됐습니다. 방사청은 2024년 2월 HD현대중공업에 입찰 참가 제한 대신 행정지도를 의결했지만, 한화오션은 이에 반발해 임원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에 고발장을 냈습니다. HD현대중공업도 한화오션이 수사 기록을 왜곡해 공개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습니다. 양사는 같은 해 11월 고발과 고소를 취하하며 법적 공방을 일단락하는 듯했지만,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둘러싼 입장 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화오션을 둘러싼 보안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2024년 12월, 한화오션이 과거 KDDX 개념설계 보고서를 무단 보관하거나 2020년 기본설계 입찰 제안서에 일부 내용을 인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한화오션은 이를 부인했고, 방사청도 행정처분 없이 사안을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양사가 상대방에 대해 제기한 보안·자료 관리 논란은 감정의 골을 더 깊게 만들었습니다.
 
사업을 따내기 위한 이른바 대관 경쟁도 치열했습니다. 2023년 양사는 전직 군 장성 등 방산 네트워크를 갖춘 인사를 잇따라 영입했습니다. 한화오션은 정승균 전 해군교육사령관을 부사장으로, HD현대중공업은 김종배 예비역 육군 중장을 특수선사업부 부사장으로 앉혔습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양사는 방산 경쟁력 강화와 해외 수주 확대를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KDDX 수주를 위한 포석으로 봤다”며 “기술력뿐 아니라 군과 정부 쪽 네트워크를 누가 더 촘촘하게 확보하느냐의 경쟁으로 번진 셈”이라고 했습니다.
 
양사의 쟁투가 2년 넘게 이어지며 사업이 표류한 데는 조정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방사청도 책임도 없지 않습니다. 양사의 법적 공방과 여론전이 이어지는 동안 사업 방식을 명확히 정리하지 못한 채 ‘눈치 작전’에만 매몰돼 있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입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2024년 12월 탄핵 국면과 지난해 6월 정권 교체에 따른 정부 의사결정 공백이라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지만, 2년 넘게 KDDX 사업이 표류한 것을 양사의 갈등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며 “양사는 수주를 위해 기술력과 인력, 네트워크 등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을 총동원해 최선을 다한 것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결국 이 사업이 표류한 데에는 주무 관청인 방사청이 사업 방식과 갈등 조정의 방향을 제때 정리하지 못한 책임이 가장 크다”고 비판했습니다.
 
이후 방사청은 지난해 9월 HD현대중공업과의 수의계약을 기본으로 하되 한화오션이 일부 설계 과정에 참여하는 상생협력안을 검토했지만, 한화오션이 반발했고 방사청 내부에서도 일부 민간위원들이 보완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사업 방식 결정은 다시 보류됐습니다. 결국 KDDX 사업은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상생협력안 사이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장기간 표류했습니다.
 
“사업 리스크 여전…정부 적극 중재 나서야”
 
지난해 12월 방사청이 경쟁입찰 방식을 채택하면서 한화오션이 승기를 잡았고 결국 우선협상대상업체로 선정돼 2년 넘게 이어진 KDDX 수주전은 마침내 일단락됐습니다. 이제야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올랐지만, 후유증도 적지 않습니다. 양측의 고발·맞고소와 여론전, 방사청의 결정 지연까지 겹치며 국내 조선업계에는 깊은 상처가 남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내 대표 함정 업체들이 ‘원팀’을 이루지 못한 채 정면충돌하면서, 향후 글로벌 함정 수주전에서 협력 체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과제도 생겼습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실제로 호주 일반목적 호위함 사업에서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각각 뛰어들었지만, 한국 업체들이 최종 후보군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납기와 현지 요구 조건, 가격·운용 체계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평가지만, 한국 업체들이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지 못한 점이 패인 중 하나였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에서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원팀’으로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실제 수주전에서 제대로 호흡을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2년 넘게 법적 공방과 여론전을 벌인 직후, 해외 사업서 협력이 매끄럽게 이뤄지겠느냐는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소송전과 여론전을 벌이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원팀을 꾸리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호흡을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KDDX 사업이 정상화 국면에 들어선 것에 안도하면서도,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적지 않은 리스크가 남아 있다고 지적합니다. 양사 갈등이 장기화된 데다, HD현대중공업의 불만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 차원의 중재가 중요하다는 분석입니다. 또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를 직접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계 연속성 확보와 사업 속도 관리도 핵심 과제로 꼽힙니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이제라도 KDDX 사업이 본격화된 것은 다행이지만,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불공정성과 억울함을 느낄 수 있다”며 “필요할 경우 소송 등 여러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만큼, 앞으로 정부와 방사청 등이 이러한 사업 리스크를 어떻게 줄여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한화오션이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기본설계를 직접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업 관리 측면의 리스크가 있다”며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과의 협업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정부가 양측을 잘 중재해 사업을 조속히 성공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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