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금융당국이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막겠다며 중복상장 규제를 강화한 가운데, 정작 핵심 예외 조항이 대기업 오너 일가의 승계를 돕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주주단체는 자회사가 먼저 상장된 경우 모회사 상장을 중복상장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예외 규정이 사실상 일부 기업에 특혜를 주는 조치라며 국민청원에 나섰습니다.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전경. (사진=한화)
8일 한화솔루션 주주연대에 따르면 이들은 금융당국이 지난 6일 발표한 ‘중복상장 원칙금지 및 예외허용을 위한 세부기준’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한화 그룹 승계 우회법에 불과한 이번 조치는 정부기관부터 썩어버린 대한민국 금융시장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시장 참여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고 주주가치를 재고하는 방향으로 즉각 시정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 상장해 기존 주주가 막대한 피해를 보는 ‘쪼개기 상장’을 막기 위해 엄격한 심사 기준을 최근 도입했습니다. 다만 자회사가 먼저 상장된 상태에서 ‘모회사’를 나중에 상장시키는 경우에는 중복상장 심사 대상에서 배제해 주는 예외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이들은 ‘중복상장 심사 배제’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특정 오너 개인회사의 우회 상장 통로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며 대표적 특혜를 볼 기업으로
한화(000880)를 지목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한화의 모기업인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부회장이 50%, 김동원 사장이 25%, 김동선 부사장이 25% 지분을 각각 나눠 가진 100% 오너 개인회사입니다. 세 아들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한화 지분 직접 매입 대신 자신들의 개인회사인 한화에너지를 앞세워 공개매수 등으로 지분을 지속 사들이며 실질적인 지주회사 체제를 이미 구축한 상태라는 설명입니다.
한화는 이미 자회사로 증시에 상장돼 있어 모기업인 한화에너지를 추가로 상장하면 까다로운 중복상장 심사에서 단번에 예외가 됩니다. 한화솔루션 소액주주 대표인 천경득 변호사는 “한화에너지 상장은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를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로 한화에너지가 증시에 입성해 세 아들이 보유한 지분 가치가 수조원대로 공인되면 확보한 자금이나 지분 교환을 활용해 그룹 전체의 지배력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주주연대는 이번 예외 조치에 대해 금융당국의 전면적인 재논의를 강력히 요구하며, 국민신문고를 비롯해 금융당국 등에 추가 민원을 접수할 예정입니다.
이에 대해 한화는 “한화에너지가 상장 해도 (주)한화의 주주가 피해를 보거나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부분이 없다”며 “이번 금융당국 제도 개선은 모회사의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한화에너지는 중복 상장 금지 조항과도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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