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마저 봉쇄…한국 경제 '직격탄'
양대 해협 전선 위기에…국제유가 '요동'
물가·환율·금리 맞물린 '복합 충격' 가능성
2026-07-21 17:44:31 2026-07-21 17:53:09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중동의 양대 원유 수송로에 경고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습니다. 예멘의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해상 봉쇄를 선언,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마저 봉쇄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중동의 양대 원유 수출로가 동시에 차단되면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 충격은 불가피합니다. 당장 전 세계 원유 수송의 두 동맥이 조여들면서 국제유가가 크게 출렁인 가운데, 유가 불안에 국내 원·달러 환율도 장중 변동 폭이 커졌습니다. 에너지 수급 불안이 다시 커지면서 하반기 물가 불안 역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반기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성장 하방 압력 또한 한층 커진 모습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호르무즈 해협에 홍해까지 봉쇄···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타격 
 
20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에 이어 우회로인 홍해 봉쇄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국제유가는 요동쳤습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9.22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27% 상승했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도 배럴당 83.23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0.90% 올랐습니다. 종가 기준 브렌트유는 지난 6월11일 이후, WTI는 6월12일 이후 각각 최고치입니다.
 
국제유가가 요동친 것은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유가를 끌어올렸습니다. 여기에 후티 반군이 주요 우회로로 활용돼 온 홍해마저 봉쇄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가 상승을 부채질했습니다. 실제 이날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했습니다. 구체적인 실행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공격이나 항로 차단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핵심 해상 통로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걸프 지역 원유의 출구라면,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수에즈운하를 잇는 관문입니다. 이곳이 봉쇄되면 호르무즈를 우회해 수출되던 원유마저 전 세계 시장으로 나가기 어려워집니다. 때문에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5개월째 이어진 미·이란 전쟁으로 이미 취약해진 세계 에너지 공급망 타격은 불가피합니다. 아랍권 <알자지라 방송>은 "2월 말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에서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막힌다면 세계 원유 및 가스 공급의 4분의 1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동 정세 재악화에 한국 경제 '비상'…당장 석유 최고가격제 '재검토'
 
문제는 원유 우회 수송로가 막히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석유 수입국입니다. 이미 시장에서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 우려가 높아지면서 국제유가가 이번 주 들어서만 12% 안팎으로 뛰었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재돌파할 것이라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불과 닷새 전 3년6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한국 경제에는 물가와 환율은 물론, 기업 원가 부담 등을 늘리는 대형 악재입니다.
 
전쟁이 확산하면 국제유가는 가장 먼저 급등합니다. 중동은 한국의 최대 원유 수입처로, 원유 수입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 구조에선 치명적인 악재입니다. 실제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원유 수입량의 69.1%가 중동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쟁 영향으로 중동산 원유가 상승하면 국내 전체 에너지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국내 전체 상품 생산비 증가로 직결돼 석유화학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은 물론, 전 산업의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경우 하반기 한국 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인 물가와 환율은 흔들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2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를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상반기 누적된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다시금 치솟으면 물가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다소 진정되던 원·달러 환율도 심리적 마지노선인 1550원을 다시 위협하며 경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중동발 충격은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맞물리면서 파장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생활물가마저 전방위로 치솟는다면, 민생 경제의 어려움은 한층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 역시 중동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당장 출구 전략을 모색하며 유지 여부를 고민하던 석유 최고가격제는 방향을 틀어 재검토에 들어간 모습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동 상황이 다시 악화하고 있고 조기 종전·휴전 가능성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있어서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잘 챙겨야 할 것 같다"며 "원래 계획에 의하면 지금쯤 (최고가격을) 더 내리거나 폐지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할 것 같다"며 석유 최고가격제 운영 방향의 재검토를 지시했습니다. 이에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유가 상황을 감안해 결정하겠다"며 "상황을 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원유 수급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현재까지는 국내 원유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정부와 정유·해운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국민 생활에 불안이 없도록 원유 수급 동향을 철저히 모니터링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면서 "중동 정세 불안이 상시화할 가능성에도 대비해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석유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어떠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안보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동전쟁 관련 비상국정운영 및 대응현황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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