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올해부터 증권사의 교육세율은 두 배로 올랐지만, 유가증권 거래에서 발생한 손실은 여전히 세금 계산에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증시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활황으로 거래가 늘면서 교육세 부담까지 급증하자 증권가의 속앓이도 커지고 있습니다. 업계가 수년째 요구해 온 유가증권 매매손익 통산은 이번 세제개편안에서도 빠졌습니다. 세율 인상에 거래 규모 확대까지 겹친 데다 매매손실을 차감하지 않는 과세 구조가 유지되면서 실제 순이익보다 과세표준이 크게 잡히고, 교육세가 증권사 실적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039490)·
NH투자증권(005940)·메리츠증권·신한투자증권 4개사의 올해 1분기 교육세 납부 추정액은 총 684억5599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6억6733만원보다 3.48배 늘었습니다. 지난해 이들 4개사의 연간 납부액이 약 1038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1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납부액의 약 66%를 낸 셈입니다. 10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전체로 보면 올해 교육세는 약 494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670억원보다 4279억원 늘어난 규모로, 7배 넘게 증가한 수준입니다.
증권사들이 특히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세율 인상과 함께 손익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과세 방식입니다. 유가증권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통산하지 않고 매매익만 과세표준에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외환·파생상품 거래에는 손익통산이 적용되는 반면 유가증권 매매익에는 손실을 상계하지 않아,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거래에서도 과세표준이 달라지는 구조입니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구조 때문에 순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수익 금액이 있으면 교육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올해부터 과세표준 1조원 초과 구간에 적용되는 교육세율이 기존 0.5%에서 1%로 두배 높아지면서 실제 순손익과 과세표준의 괴리에 따른 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어 손익통산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장 연구위원이 제시한 사례를 보면 과세 방식에 따른 차이는 더 뚜렷합니다. 2024년 실제 1301억원의 손실을 낸 C사도 매매익 8080억원이 과세표준에 잡히면서 40억4000만원의 교육세를 부담했습니다. A사 역시 유가증권 손익을 통산하지 않을 경우 교육세가 기존 0.5% 세율에서 127억4000만원이지만, 1% 세율을 적용하면 204억9000만원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반면 손익통산을 적용하면 교육세는 9억6000만원으로 줄어듭니다.
이 같은 문제가 특히 두드러지는 곳이 주식시장 시장조성자(MM)와 ETF 유동성공급자(LP)입니다. MM과 LP는 유동성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매매와 헤지 거래를 함께 수행해 이익과 손실이 동시에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예컨대 ETF LP가 매매익 100억원을 거둔 뒤 헤지 과정에서 50억원의 손실을 냈다면 실질 손익은 50억원이지만, 손익통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100억원의 매매익이 과세표준이 될 수 있습니다. 올해 1분기 ETF 거래대금은 약 1049조원, 이 가운데 LP 거래는 약 256조원으로 전체의 24%를 차지했습니다.
세 부담이 결국 투자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증권사가 LP 업무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호가 스프레드를 넓히거나 호가 제출 규모를 줄이면 ETF 유동성이 떨어지고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NAV) 간 괴리율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유가증권 손익통산은 증권업계의 숙원으로 꼽혀왔지만, 제도 개선은 지지부진합니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5월 업계의 손익통산 요구를 청취하고 검토에 나섰지만, 이후 발표된 세제개편안에는 유가증권 전체의 손익통산이 담기지 않았습니다.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3년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가증권·파생상품·외환 거래의 손익을 통산하는 내용의 교육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됐습니다. 지난해에는 박수영·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이 유가증권 손익통산을 허용하는 개정안을 발의, 올해는 최은석 의원이 1조원 초과 구간의 교육세율 1%를 폐지하고 전 구간을 0.5%로 환원하는 개정안을 추가로 발의했습니다. 관련 법안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업계 일각에선 정부가 교육세 부담 완화보단 금융·보험업의 수익 증가를 세수 확대로 연결하는 데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옵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증권사들이 돈을 많이 번다는 인식 때문에 세 부담을 더 지우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교육세가 올해 증권사 실적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라고 했습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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