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데스크칼럼)AI가 흔드는 기업의 '사람 쓰는 법'
AI 활용 확산에 달라지는 기업의 인력 공식
직업 소멸 넘어 조직·업무 체계 전반 재편
단순 인력 감축보다 새로운 역할 설계 필요
2026-08-26 06:00:00 2026-08-2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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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실 조직이 10명이 넘는데, 인공지능(AI) 시대에 조직 운영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가장 큰 고민이다. 생성형 AI가 자료 조사와 보도자료 작성까지 과거 홍보실 업무의 절반이 넘는 일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인력을 그대로 놀게 할 수도 없어서 조직 운영에 대한 구조적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대학 건물 앞에 문과생을 위한 AI 활용 워크샵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뉴시스)
 
어느 기업 홍보실장이 미팅에서 했던 말이다. 사실 이런 고민은 AI 시대에서 비단 홍보실장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점차 AI가 많은 일을 대신해주면서 인력 운영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제 번역가나 회계사, 개발자, 상담원, 심지어 기자까지 대부분의 직업을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AI가 가져올 변화는 '어떤 직업이 사라질 것인가'를 따지는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기업의 구조와 일하는 방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얼마나 많은 업무를 처리하는지가 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였다. 실제 산업화를 통해 기업이 성장하면 인력 고용도 크게 늘어나는 '규모의 경제'가 바로 기업의 경쟁력이었다는 뜻이다.
 
AI 시대에는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사람을 많이 보유하는 것보다 적은 인원으로 얼마나 많은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낼 수 있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한 사람이 과거 여러 명이 맡았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대다. 앞서 언급한 홍보실장은 "과거 워드나 엑셀 자격증을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력서에 적었던 것처럼 이제는 AI 활용 능력을 이력서에 적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매출이 늘어날 때마다 사람을 더 뽑아야 하는지도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AI가 회계와 법무, 고객상담, 자료조사 등 사무직 업무의 상당 부분을 맡게 된다면 지금과 같은 부서와 직급 체계가 계속 유지돼야 할 이유도 약해진다. AI가 가져올 변화는 어떤 직업이 사라질지,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지를 구분하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기업 내부의 인력 구조와 조직 체계 전체를 재편하는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말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불안이 커지는 것도 당연하다. 취업을 위한 첫 관문으로 여겨졌던 인턴 제도는 이미 유명무실해졌고, 인턴을 뽑는 기업도 거의 사라졌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신입 공채보다 경력 공채를 더 선호하고, 신입 직원에 대한 교육을 투자라기보다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취업준비생 뿐만 아니라 현재 조직에서 크게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현직자들의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그렇다고 기업의 선택이 단순히 인력을 줄이는 것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AI가 기존 업무를 대신할 수 있다면 이제 기업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다시 정의하고 조직의 역할을 재설계해야 한다. 과거에는 자료를 찾고 문서를 작성하고, 데이터를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면, 이제는 AI가 만들어 놓은 결과물을 가지고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새로운 전략과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시간으로 넘어가야 한다. 위에 언급했던 홍보실장도 "이제는 과거 각자 자료조사하고 보고서 쓰는 시간보다 모여서 홍보 아이디어를 만드는 회의를 좀 더 자주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AI 시대에 기업이 던져야 할 질문은 '몇 명을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무엇을 하게 할 것인가'에 가깝다. AI를 인력 감축 수단으로만 활용하면 당장의 비용은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 동력까지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AI가 대신한 업무에서 확보한 시간을 신사업 발굴과 새로운 시장 개척, 전략 수립과 창의적인 의사결정에 활용한다면 기업의 생산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일의 방식은 바뀌어 왔다. AI 시대에도 다르지 않다. 기업이 지금 다시 설계해야 할 것은 인원수가 아니라 사람의 역할이다.
 
최용민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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