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숨소리)대한민국 해상 파수꾼 괭이갈매기
2026-08-28 09:59:49 2026-08-28 09:59:49
"야오~ 미야오~" 대한민국의 해상 최전선이 요란합니다. 인간이 이 땅에 발을 내딛기도 훨씬 전부터, 푸른 바다 위를 가르며 지구의 아침을 열어온 새가 있습니다. 고양이 울음소리를 닮은 바다의 파수꾼, 괭이갈매기입니다. 지금 우리는 경계선을 긋고 이 땅과 바다가 누구의 것인지 치열하게 다투지만, 괭이갈매기에게 한반도의 동·서·남해는 먼 옛날부터 그저 삶의 터전이자 고향이었습니다.

괭이갈매기 한쌍이 서해 무인섬 구지도에서 짝짓기를 하고 있다.
 
괭이갈매기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독도입니다. 일본과의 영토 분쟁이 끊이지 않는 독도는 괭이갈매기들의 거대한 번식지이자 터전이지요. 하지만 이들의 영토는 독도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남쪽으로 눈을 돌려볼까요? 날씨가 좋은 날이면 대마도가 눈앞에 손을 뻗을 듯 보이는 거제 바다 끝단, 무인도인 홍도에서도 수만 마리의 괭이갈매기들이 집단으로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웁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며 긴장감이 흐르는 서해 최전선, 북방한계선(NLL) 부근의 무인도인 석도, 비도, 구지도 역시 괭이갈매기들의 주요 번식지입니다. 군사적 긴장 때문에 사람의 발길이 닿기 힘든 이 서해의 섬들에서, 괭이갈매기들은 소란스러울 정도로 생명력 넘치는 대규모 군집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어요.
 
동쪽의 독도, 남쪽의 홍도, 그리고 서쪽 NLL의 무인도들까지. 정작 인간들은 갈등과 대립으로 바다에 선을 긋고 있지만, 괭이갈매기들은 한반도 삼면 바다의 끝자락을 온몸으로 감싸안으며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여름의 끝자락인 8월 말에서 9월 초, 수만 마리의 괭이갈매기들이 번식지를 떠나기 위한 비행 연습에 한창입니다. 올해 부화해 성장한 어린 괭이갈매기들이 부모에게서 독립해 먼 거리 이동을 하고자 하루에도 수차례 집단 비행을 선보입니다.
 
이들의 일 년은 아주 규칙적입니다. 춥고 쓸쓸한 겨울에는 남쪽 해안이나 내륙의 강가에서 겨울을 나다가, 봄이 오는 3~4월이 되면 일제히 독도, 홍도, 석도 같은 무인도로 모여듭니다.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2~3마리의 새끼를 정성으로 키워내지요.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8~9월 무렵 새끼가 혼자 날 수 있게 되면, 정들었던 무인도를 떠나 다시 바다와 연안으로 흩어집니다.
 
괭이갈매기는 전 세계를 통틀어 오직 동아시아(한국·일본·중국 연안·러시아 극동) 지역에만 서식하는 특산종입니다. 전 세계 개체 수는 약 150~200만 마리로 추정되는데, 놀랍게도 그중 절반가량인 약 100만 마리가 우리 한반도 연안과 섬에 살고 있어요. 한국 바다가 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터전인지 알 수 있죠.
 
인간의 발길이 끊긴 북방한계선(NLL)에 인접한 무인도에서 괭이갈매기들이 쉬고 있다.
 
사실 괭이갈매기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선조들과 가장 가까웠던 바다 친구였습니다. 옛 어부들에게 괭이갈매기는 단순한 새가 아니라 '어군탐지기'이자 '길잡이'였어요. 괭이갈매기가 바다 한가운데 떼 지어서 모여 내리꽂히면, 그 아래에 멸치 같은 물고기 떼가 있다는 뜻입니다. 어부들은 갈매기 울음소리를 듣고 배를 몰아 만선을 이루곤 했지요. 조선 시대 어보나 문헌에서도 바다  날씨를 예측하고 물고기 떼를 찾아주는 고마운 새로서 갈매기의 기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백만 년 동안 이 바다를 지켜온 괭이갈매기들도 최근 큰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바로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바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괭이갈매기의 주식인 멸치나 치어들의 이동 경로가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번식기에 어미 새가 새끼에게 줄 먹이를 구하기 위해 과거보다 훨씬 더 멀리 바다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요. 먹이를 구하지 못해 굶어 죽는 어린 새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또한, 극한 폭우와 태풍 같은 이상 기후가 빈번해지면서 무인도 절벽이나 풀밭에 틀어놓은 둥지가 쓸려 나가거나 알이 유실되는 피해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영토를 주장하고 군사적 대치를 이어가는 동안에도, 괭이갈매기는 태고의 시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독도와 홍도, 서해의 무인도들을 지켜왔습니다. 이 작은 새들이 뿜어내는 우렁찬 울음소리는 어쩌면 인간들을 향한 경고일지도 모릅니다. 치열한 다툼을 멈추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푸른 바다와 지구를 온전히 보존해 달라는 울부짓음 말이지요.
 
한반도의 동·서·남해를 아우르며 날아오르는 괭이갈매기들이 앞으로도 오래도록 우리 바다를 건강하게 지켜줄 수 있도록, 이제는 우리가 이들의 터전에 더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내야 할 때입니다.
 
글·사진=김연수 생태칼럼니스트 wildik02@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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