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삼성전기(009150)가 글로벌 대형 기업을 대상으로 약 7000억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서버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공급계약을 추진합니다. 계약이 성사되면 지난 6월 이후 네 번째 MLCC 장기공급계약(LTA)으로, 지난 5월 이후 실리콘 캐패시터(Si-Cap)를 포함한 LTA 누적 규모는 4조원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제품. (사진=삼성전기)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글로벌 전력·전자부품 업체와 AI 서버용 MLCC의 LTA 체결을 두고 막바지 조율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계약 규모는 70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삼성전기는 지난 5월부터 이달 초까지 실리콘 캐패시터와 AI 서버용 MLCC에 대해 공시 기준 총 3조3200억원 규모의 LTA를 잇달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지난 5월 이후 LTA는 공시 기준 총 5건으로 늘어나고, 누적 계약 규모도 4조원을 넘어서게 됩니다.
삼성전기는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실적 설명회)에서도 “AI 서버 주요 고객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한 LTA 체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탑티어 하이퍼스케일러 및 주요 반도체 업체 등 10여개 고객들과 LTA를 체결했으며, 추가로 주요 고객들의 LTA 요청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MLCC는 전자회로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조절하고 부품 간 신호 간섭(노이즈)을 막아주는 핵심 부품입니다. 특히 AI 서버에 탑재되는 MLCC는 일반 제품과 달리 고온·고전압 환경에서 24시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해 고난도 기술을 요구하며, AI 서버는 일반 서버 대비 MLCC 탑재량이 10배 이상 많습니다. 이에 생산성과 신뢰성을 모두 확보한 소수 업체가 AI 서버용 MLCC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AI 서버용 MLCC는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범용 제품보다 가격도 높아 삼성전기의 실적 성장을 이끌 고부가 제품으로 꼽힙니다. 삼성전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MLCC 시장에서 삼성전기의 점유율은 회사 추정 기준 24% 수준입니다. 반면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는 4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기의 MLCC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년 동기 대비 13.9% 상승했으며, MLCC를 담당하는 컴포넌트사업부의 가동률은 91%까지 높아졌습니다. 업계에서는 MLCC의 초과 수요가 지속되는 만큼, 삼성전기의 가격 협상력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글로벌 MLCC 업체들은 범용 제품에서 AI·서버용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생산전략을 바꾸고 있습니다. 일본 무라타는 최근 고객사에 범용·자동차·무선주파수(RF) 등 9개 제품군의 일부 사양에 대해 제품 수명 종료(EOL)를 통지하고 일부 제품을 단종하기로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AI 서버용 제품은 범용 제품 대비 진입장벽이 높아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기 어려워 LTA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업계가 고부가 제품에 생산능력을 집중하면 범용 제품 공급 여력도 부족해져 MLCC 전반의 공급난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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