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국감 출석…증언 거부 '실익 제로'
작년 이어 올해도 국정감사행…민주당 "소상히 설명해야"
증인 채택 당일 "국감서 이야기"…증언 거부 땐 역공 빌미
2026-09-29 18:55:43 ㅣ 2026-09-29 18:55:43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여·야 대치 끝에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습니다. 대법원장의 증언 의무가 사실상 사라진 1987년 이후 관례를 깨고 대법관 재제청 요구 거부 경위를 설명할지가 관건입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증인으로 채택되기 직전 국정감사장에서 이야기하겠다고 밝힌 만큼 '격노설'에도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조 대법원장이 지난해처럼 인사말 이후 이석할 경우 재제청 논란에서 공세 빌미만 주는 형국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장 국감 출석 사례 다수…증언은 미지수
 
29일 국회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여당 주도로 조 대법원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이 증인으로 채택되기 전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국회가 감시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와 함께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국정감사장에서 직접 증언하지 않는다는 관례도 증인 채택 반대 근거로 들었습니다.
 
국민의힘 주장대로 대법원장이 국정감사장에서 직접 증언한 사례는 87년 체제 이전에 국한됩니다. 대법원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서 의원 질의에 답변한 사례는 총 세 차례 있습니다.
 
첫 사례는 1967년입니다. 조진만 전 대법원장은 당시 국정감사장에서 증인 선서까지 마친 뒤 자신을 향한 질의에 답변했습니다. 이듬해에는 증인 선서를 하진 않았지만 의원 질의에는 답변했습니다. 2년 뒤 민복기 전 대법원장은 국정감사장에서 증인 선서 후 답변까지 하면서 조 전 대법원장 선례를 따랐습니다.
 
대법원장이 국정감사장에 나서더라도 인사말만 한 뒤 이석하는 관례는 1987년 이후 굳어졌습니다. 대법원장이 떠난 뒤에는 법원행정처장이 대신 답변하는 방식입니다.
 
87년 체제 이후 이 같은 관례가 형성됐지만,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불러 직접 답변을 들으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지난 2018년 김명수 전 대법원장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김 전 대법원장이 춘천지방법원장 재직 당시 공보관실 운영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의혹, 우리법연구회 출신을 고위직에 기용해 사법부를 정치조직화했다는 문제를 들고 나와 증언을 요구했습니다.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관례를 이유로 김 전 대법원장의 증언이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헌법 파괴·사법농단 조희대 대법원장 항의 방문에 앞서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제청 논란 분기점 될 '조희대 국감'
 
8년이 지난 뒤 민주당과 국민의힘 처지는 여당과 야당으로 동일하지만, 대법원장의 국정감사 증언을 바라보는 시각은 정반대로 바뀌었습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최장기 사법 공백 사태가 초래됐다며 의사결정 과정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제청 지연과 협의없는 제청, 재제청 거부로 인해 역대 최장기 대법관 공백 사태가 무려 210일째 이어가고 있다"며 "최장기 사법 공백을 초래한 결정이라면 그 과정 역시 국민의 검증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습니다.
 
법원행정처가 재제청 의견을 냈는데도 조 대법원장이 묵살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어제 법사위 현안질의에서 노경필 처장은 법원행정처가 재제청 방안을 실무적으로 검토했고 최종적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제청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법원행정처는 어떠한 방안들을 검토했고 그 내용이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어떻게 보고됐으며 어떠한 논의와 판단을 거쳐 최종적으로 뒤집힌 것인지 국민 앞에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직접 증언 의사를 밝힌 점도 부각했는데요. 조 대법원장은 전날 오전 출근길에서 취재진에게 "(대법관 재제청 요구 등) 그런 내용들을 앞으로 국정감사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꼭 필요한 게 있으면 공보관 통해서 전달하겠다"고 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이 국정감사에서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뜻을 밝히긴 했으나 증언 의무가 생긴 건 아닙니다. 오히려 조 대법원장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인사말 이후 국정감사장을 떠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의 경우 조 대법원장은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은 대법원장으로서 국감의 시작과 종료 시에 인사 말씀과 마무리 말씀을 했던 종전의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 뒤 이석했습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증언 없이 국정감사장을 빠져나갈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둔 듯 선제적으로 압박에 나섰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원내대표는 "조 대법원장은 어제 재제청 거부 논란에 대해 국정감사를 통해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마침 법사위 증인으로 채택됐으니 약속대로 국정감사에 나와 재제청 거부 결정의 전 과정을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하기 바란다"며 "관례를 이유로 인사말만 남기고 자리르 뜨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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