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전남 여수 소재 사업장의 미분양 손실이 커지고 있지만 증권 주선사들은 수십억원대 수수료를 선취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분양 위약벌 수수료까지 대주단이 챙긴 것과 달리 시공사와 시행사에 재무부담이 집중되는 양상입니다.
15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3월 해당 사업장 시행사는 1370억원 규모의 본PF 대출 및 사업약정을 체결했습니다. 자금은 위험도에 따라 트랜치 A~E로 나뉘어 조달됐습니다. 주목할 점은 대출 실행과 동시에 집행된 금융 수수료의 규모입니다. 대출 최초 인출일인 2020년 3월27일, 시행사가 금융자문 및 주선수수료 명목으로 증권사들에 지급한 금액은 총 41억원에 달합니다. 내역별로는 메리츠증권 13억7000만원, 리딩투자증권 13억3000만원, 유안타증권 8억원, 한화투자증권 6억원이 각각 집행됐습니다. 이후 한화투자증권에는 대출취급수수료 명목으로 3억원이 추가 정산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시행사 설립 자본금(3억원)의 14배가 넘는 44억원의 자금이 펀딩 초기 단계에서 증권사의 자문·주선 및 취급 수수료로 빠져나갔습니다.
대출 약정에는 통상적인 이자율 및 취급수수료와 별개로 '미분양위약벌수수료' 조항이 삽입됐습니다. 시행사가 최초 인출일로부터 특정 기한(6~20개월 등) 이내에 시설별로 40~80%로 설정된 목표 분양률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할인 분양 시행과 동시에 대출약정금의 1~3%를 위약벌 명목으로 펀딩에 참여한 대주단에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조달 금리에 이미 사업 위험이 반영되어 있음에도, 분양 실적 미달에 따른 추가적인 페널티를 대주단이 별도의 현금으로 수취하는 구조를 짜놓은 것입니다. 실제로 분양 실적이 저조하자 시행사는 대출 채권을 보유한 금융기관 및 관련 특수목적법인(SPC) 등 대주들에게 각 수억원의 미분양위약벌 수수료를 지급했습니다.
증권사들은 이 대출채권을 유동화하기 위해 각각 SPC를 설립했습니다. 이들 SPC가 발행한 유동화증권은 시공사인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034020))의 책임준공 의무와 미이행 시의 채무인수(연대보증) 약정으로 신용을 보강했습니다. 증권사들이 유동화 구조를 짜고 수수료 수익을 올렸으나, 채권의 본질적인 신용 보강은 시공사에 의존한 형태입니다.
해당 사업장은 2022년 하반기 사용승인을 얻어 준공됐으나, 2025년 말 기준 누적 분양률은 53.04%에 머물러 있습니다. 분양 대금 유입이 정체되면서 시행사는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467억원 초과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였습니다.
사업의 실질적 무게는 시공사인 두산에너빌리티가 짊어진 상태입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는 시행사에 연 이자율 10.78% 조건으로 650억원을 단기 대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사업장 신탁재산에 대해 598억원 규모의 1순위 우선수익권을 설정해 두었습니다. 사업 초기 금융권으로 수십억원의 수수료와 이자, 위약벌이 정산되어 나갔지만, 분양 부진으로 사업비가 마르자 최종적인 자금 수혈과 미회수 리스크는 시공사의 몫으로 남게 됐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PF 금리에 사업의 위험 프리미엄이 반영됨에도, 목표 분양률 미달 시 별도의 위약벌을 부과하는 것은 대주단이 안전판을 이중으로 마련한 셈"이라며 "결과적으로 사업성이 훼손된 상황에서 시행사의 재무 구조만 더 악화시켜 시공사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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